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순종하며 실천할 때 설교는 완성

 

 

화란의 개혁주의 설교학자 훅스트라(T. Hoekstra, 1880~1936)는 사도행전 6장 4절에 근거하여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의 봉사’라고 정의한다. 즉, 설교자는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만이 드러나고 증거되도록 힘써야 한다.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을 다른 것과 섞지 않고 순전하게 섬기고 봉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설교자는 자신의 의도를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하거나 조작(manipultion)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죄인들을 위한 구원의 복음임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주인이 되도록 섬겨야 한다. 그러므로 설교자가 설교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설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성경 말씀이 설교를 지배해야 한다. 따라서 설교자는 반드시 하나님의 말씀에 먼저 복종하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

훅스트라는 이러한 말씀의 봉사가 성경 본문의 ‘해석’과 ‘적용’으로 구분된다고 지적한다. 먼저 설교자는 해석에 있어서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성령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바르게 주해(Exegesis)해야 한다. 설교자는 결코 성경 말씀에 자신의 의도를 주입하거나 강제적으로 대입(Eisegesis)하여 성경 본문의 뜻을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석이 잘못되면 그에 따른 적용은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말씀의 봉사’로서 설교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돌아가는 것이다.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증거하여 하나님께서 찬양과 영광을 받으시게 하는 것이다(요 3:16).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죄인들이 복음을 듣고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와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을 섬길 뿐만 아니라,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로부터 강림하심을 소망 중에 기다리는 참 믿음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것이다(살전 1:9~10). 복음설교를 통해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움을 입은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교회로 부름을 받았고, 또한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는 것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다(엡 2:20~22). 더 나아가 성도들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의 유익을 위해 선한 행실의 열매를 맺을 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된다.

복음의 가르침과 설교를 통해 성도들은 더 이상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함으로써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거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한다.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고전 10:24, 31, 33). 존 칼빈의 ‘영적 스승’이자, ‘영적 아버지’인 스트라스부르크의 개혁자 마르틴 부처(Martin Bucer, 1491~1551)의 설교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것은 다름 아닌 ‘누구든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것과 어떻게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1523년)이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설교는 언제나 오로지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며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설교학자 해던 로빈슨(Haddon W. Robinson)은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설명하고 회중에게 적용하는 강해설교야말로 “신적 권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설교형태”라고 확신한다. 로빈슨은 강해설교란 “어떤 본문의 문맥에 맞는 역사적, 문법적, 문학적 연구를 통하여 얻어지고 전달되는 성경적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다. 성령은 그것을 먼저 설교자의 인격과 경험에 적용시키고 그 다음에 그를 통하여 그의 청중에게 적용시킨다”고 정의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로빈슨이 비록 개혁주의 설교학자는 아니지만, 개혁주의 설교학의 핵심을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즉, 설교에서 성령의 사역에 주목한 점이다. 우리는 이미 앞서 설교 사역에서 두 사역자를 언급하였고, 인간 설교자가 성경에 기록된 구원의 복음을 청중들의 육신의 귀에 전달할 때,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그 복음을 청중들의 영혼의 귀에 들려주신다고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설교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설교를 전달하고 또한 설교를 마친 뒤에 전달된 설교가 열매를 맺도록 삼위일체 하나님께 겸손히 그리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설교란 단순히 예배 시간에 회중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교란 회중들이 자신들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예배 시간에 들었던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여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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