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귀국 선교사 중 87% 이르러 … 심리적 압박·현실적 어려움 커
충분한 회복 돕고 정체성 확장 통해 새 선교지 찾게하는 지원 나서야

한국선교연구원 조사·연구 보고


강제적으로 선교지를 떠나는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에 대한 멤버케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원래 계획한 기간 이전에 선교 사역을 중단하고 중도 귀국한 선교사는 304명으로 전체 선교사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강제출국, 비자 갱신 거부, 재입국 거부, 전염병, 사회적 불안 등의 원인으로 비자발적으로 선교지를 떠난 경우는 267명에 달했다. 전체 중도 귀국 선교사의 8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비자발적 철수는 2012년 117명, 2013년 215명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에 대한 멤버케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해당 선교사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과 실제적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선 많은 선교사들은 긴급하게 선교지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역을 급하게 마무리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비자 거절에 대한 ‘거절감’, ‘좌절’ 등을 느끼고, 심지어는 하나님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이상 타문화권에서 사역했던 선교사는 “충격과 슬픔으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긴급철수 당시의 경험을 회고했다.
 
▲ 한국선교연구원장 문상철 선교사가 4월 1일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선교현황 보고회에서 비자발적 출국 선교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보고회는 한국선교연구원 창립 25주년 감사예배와 겸해 열렸다.
귀국 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당장 겪는 외적인 어려움은 주거와 경제 문제다. 한 선교사는 “선교사 잘못으로 긴급철수를 당했다는 시선과 함께, 귀국과 동시에 재정 지원이 끊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귀국 후 당장 해야 할 사역이 없는 것에 대한 박탈감과 무기력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선교사 자녀(MK)들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선교지를 떠나온 박탈감과 상실감은 물론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들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은 시간별로 비슷한 양상의 감정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교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은 △비자 연장의 어려움과 선교사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 △출국을 위한 급한 정리 △거절감과 영적인 열매의 부족에 대한 아쉬움 △하나님의 위로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압박감으로부터의 해방 △공동체의 도움과 회복 △이전의 선교지를 떠난 새로운 상태에 대한 숙고와 수용 △재적응 및 새로운 생활의 시작 △선교사로의 정체성 확장 △하나님의 주권 인정 등의 순서로 긴급철수로 인한 심리 변화를 경험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선교사로의 정체성 확장’ 부분. 선교사들은 긴급철수 후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선교지를 특정 국가로 제한하지 않는 등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선교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낳기까지는 파송교회나 선교본부 등 공동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철 선교사(한국선교연구원장)는 “선교사들은 주거 정착과 한국 문화 재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의 도움으로 재적응하게 되면서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게 된다”고 멤버케어 측면에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 선교사들 역시 ‘선교본부의 도움’, ‘동료선교사들의 위로’, ‘파송교회의 배려와 교인들의 이해’ 등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관심과 배려 차원에서의 소극적 역할뿐만 아니라 적극적 차원에서의 정책 마련, 디브리핑 등도 멤버케어 차원에서 요구된다.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이 다음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고, 해당 선교사들을 위한 적절한 디브리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상철 선교사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에는 5∼6개월 이내에 개인적으로 애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디브리핑 담당자와 상담자들은 선교사들이 선교지 뿐 아니라 집을 잃는 상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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