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오직 그리스도만 증거하라”
 

 

부활절은 지상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과 승리를 맛보는 특별한 시기다. 기독교회의 설교는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복음은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과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죄의 삯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죽어야 할 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영생을 얻는다.

이 십자가 대속의 죽음은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위하여 베푸신 은혜의 길이요 구원의 방편이다. 마치 광야에서 모세가 놋뱀을 장대에 매어 들어 올린 것을 바라보는 자마다 불뱀에 물려 죽어가던 자들이 치유되고 구원을 얻은 것처럼,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믿는 자마다 죄에서 해방되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인정함을 얻고 영생을 얻는 것이다(요 3:14~15).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다. 실로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한 것이다(고전 1:18~25 참조).

고린도전서 2장 1~5절은 이방인의 스승이자 사도인 바울의 설교관을 잘 보여준다. 바울은 자신의 복음 전파 사역이 다름 아닌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 이 고백 속에서 사도 바울의 관심은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인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가 세속 학문이나 하나님의 율법에 모자라거나 뒤쳐져 있었기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강조한 것이 아니다. 바울은 당대의 유명한 학자이자 바리새인 율법 교사인 가말리엘 문하에서 엄한 율법의 교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행 22:3), 율법의 의에 대하여 흠이 없는 자였다. 하지만 바울이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을 그리스도를 위하여 해로운 것으로 여겼던 까닭은 바로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였기 때문이다(빌 3:8). 그러므로 바울은 십자가의 복음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였다. 왜냐하면 이 십자가의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롬 1:16). 그러므로 바울의 메시지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바울은 이 십자가의 복음을 성령의 손에 붙잡혀 전달하였다. 바울이 복음을 전한 방법은 설득력 있는 사람의 지혜로운 말이 아니라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을 통해 증거한 것이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고전 2:4).

최근 들어 ‘성령론적 관점’의 설교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렉 하이슬러의 ‘성령이 이끄는 설교’는 설교에서 성령의 사역을 중시하고, 성령의 인도를 받는 설교 사역을 주장한다. 성령께서 영감하여 기록하신 성경 말씀은 성령 하나님의 조명없이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는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철저하게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눈을 열어서 주의 법의 기이한 것을 보게 하소서”(개역한글, 시 119:18).

그러므로 기도의 땀이 흐르지 않는 설교는 열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상 설교에서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은 사도행전을 읽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오순절 성령강림은 다름 아닌 사도들로 하여금 온 세상 만민에게 십자가의 복음을 담대하게 전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사도 바울의 제2차 전도여행도 역시 성령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열어 가신 것을 볼 수 있다. 즉 아시아의 전도의 문을 막고 유럽으로 전도의 문을 여시고 인도하신 분은 바로 성령이시다(행 16:6, 7). 드로아에서 마게도냐 사람이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라고 외치는 환상을 본 바울은 하나님께서 마게도냐로 건너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부르셨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게도냐의 첫 성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하여 유럽의 첫 번째 교회가 설립된다. 두아디라의 자색 옷감 장사 루디아가 바울의 설교를 들을 때에 그녀의 마음을 여신 분은 바로 주님이셨다.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셨던 것이다(행 16:14).

이렇게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성령의 능력으로 설교한 까닭은 듣는 자들의 믿음이 오로지 하나님의 능력에 머물게 하기 위함이었다.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 2:5). 설교는 세례 요한이 증거하듯이 오직 그리스도만 증거되어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그(예수 그리스도)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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