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성경공부 익숙, 이단 공세에 속수무책 무너지면서 필요성 절감
교회 특성 맞춘 교재 제작, 전교인 대상 ‘신앙의 맥’ 잡는 교육훈련 활발


“교리, 그것 꼭 배워야하는 건가요?”

장년부나 주일학교를 불문하고 한 동안 ‘신학’과 ‘교리’는 교육주제와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져 왔다. 교역자들이 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평신도들이나 어린 학생들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주제별 인물별 성경공부 교재들이나, 제자훈련 중심의 교재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교리를 다루는 교재들마저 출판계에서 찾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신입교인들은 물론이고 제법 신앙생활을 했다는 성도들조차 대소요리문답이나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라는 단어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장로교회 신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12신조는 그 존재조차 생소해한다.
 
▲ 광주동명교회에서 장년들을 대상으로 교리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본지에 ‘키워드로 읽는 교회개혁’을 연재한 바 있는 박인식 목사(대송교회)는 “교리와 신학은 신앙의 근본이 되는 것인데, 많은 교회들이 ‘사영리’로 대표되는 쉬운 복음과 선교단체 등에서 발간한 간편한 성경공부에 익숙하다보니 이 부분에 소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교회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허약해진 신앙의 고리, 그 중에서도 구원론과 종말론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이단들의 공세에 많은 교회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한 것이다.

또한 수많은 장로교회들은 ‘개혁주의’나 ‘칼빈주의’라는 이름들이 단지 슬로건에 그치면서 신학적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직면했다. 이와 같은 반성의 요인들을 점검하며 대오를 정비하기 시작한 교회들 사이에서 교리교육에 힘을 쏟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는 3년째 전 교인을 대상으로 교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로교단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이단의 미혹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중심으로 한 22주 과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앙고백서의 내용들이 가톨릭이나 주요 이단들의 교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직접 교재를 구성·제작한 점이 돋보인다. 당초 수강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여 학구열을 과시하면서 지금은 교리교육이 광주동명교회의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는 수준이 됐다.

함께하는교회(오명현 목사)는 장년은 물론 중고등부 유초등부에서 별도로 교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초등부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중고등부는 소요리문답서를, 장년부는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서를 각기 교재로 채택해 공부하는 중이다.
 
▲ 함께하는교회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교육하고 있다.
오명현 목사는 “교리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교회 전체가 교감하고 있어 주일학교에까지 교리교육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필수적인 교육이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어렵게 진행되지 않도록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고 밝힌다.

유초등부의 경우 ‘라라라 바이블’이라는 이름으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하고,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매주 교재를 제작해나가는 중이다.

주님의교회(고경태 목사)도 올해부터 전 교인을 대상으로 교리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에 사용하는 텍스트는 칼빈의 ‘기독교강요’. 규모로 보나 수준으로 보나 워낙 방대한 내용이지만, 신앙의 기본을 익히기 위해서 반드시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함께하는교회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주님의교회는 ‘어른들은 쉽게, 학생들은 어렵게’ 교육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경우는 교재의 내용을 이해시킬 뿐 아니라 어휘실력을 키운다는 또 다른 목표까지 추가해 수준을 올려서 교육하는 중이다.

장년들의 경우는 노년층 성도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생활 속 예화나 속담과 풍속까지 동원해 교재 본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도 교회의 실정에 맞춰 유연하게 교육방식을 운영한 좋은 사례이다.

이외에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는 초등부 리더훈련에 국제제자훈련원에서 발간한 교리교육 교재를 활용하고 있고, 만화로 된 ‘기독교강요’가 여러 교회들의 구역예배 교재나 독서동아리 필독서로 활용되는 등 교리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총회 교육진흥원에서도 올해 ‘확신에 거하는 우리교회’라는 제목으로 교리교육에 초점을 맞춘 구역예배공과를 내놓았다. ‘쉽고 재미있는 교리공부’라는 부제를 단 이 교재는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등 조직신학의 주요내용을 차례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역원용은 교재 본문을 핵심만 간추려 짧게 구성하고, 문항도 4꼭지로 최소화해 깔끔하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이보다 훨씬 두텁게 제작된 구역장용은 본문에 등장하는 핵심용어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예상되는 심화질문까지 충실하게 다룬 점이 주목된다.

교재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라 할 만큼 유난히 뜨거워서, 출판부에서 장년부 교재로는 이례적으로 재판까지 인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일학교용 교재들의 발행규모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장년부 교재판매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총회 교육진흥원 나현규 목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리가 단순히 신학자들의 몫이 아니라 성도들의 삶 전반을 관통하는 신앙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는 증거”라면서 “교리교육은 성도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건강하게 신앙의 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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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관련 서적 발간 잇따라
알기 쉽게 개념 설명한 해설서 크게 늘어


지역교회들의 교리교육이 활발해지는 추세와 맞물려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현상이 신학과 교리에 관련된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해설서나 교재의 발간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총신대 라은성 교수는 지난해 <이것이 기독교강요다>(페텔/PTL)를 내놓았다.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알기 쉽게 설명한 해설서이다. 이 책에서는 전체 개요를 설명하는 서론에 이어, ‘기독교강요’의 원본대로 전4권의 목차를 차례로 따라가며 각 항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원문의 서술내용들이 성도들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관이 되며, 오늘날 한국교회 현실에 비추어볼 때 바로잡아야 할 대목이 어느 부분인지를 제대로 짚어준다. 각 장의 막바지에는 본문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질문지를 배치해놓아, 교재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호태석 목사(청지기교회)가 두 아들 호세아(사랑의교회 부목사) 호삼락(목동제일교회 교육목사) 목사와 함께 펴낸 <청지기 교리교육 강화훈련>(쿰란출판사)은 본격적인 평신도 대상 교리교육을 위해 제작한 교재이다.

이 교재를 활용하면 총 3년에 걸쳐 소요리문답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등 기본적인 신앙고백과 교리에 관한 내용들을 숙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은 주요 이단의 교리를 설명하고, 정통 교리와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았다.

호태석 목사는 “두 아들과 대화하며 한국교회가 이단들에 대한 경계심과 교리교육이 미흡했음을 재발견했다”면서 “교회 청지기들의 교리교육을 확립하며 이단교리를 배격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교재 집필에 임했다”고 밝혔다.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에서 사역하는 김정민 목사(광주요나교회)는 <구속의 역사-구속사 개론>(전남대학교출판부)을 출간했다. ‘21세기 종교개혁의 길잡이’라는 부제를 단 이 저서는 앞서 저자가 발간한 ‘존재의 목적-소요리문답 강해’의 맥을 잇는 역작이다.

이 책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와 ‘구속사’의 관점에서 성경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더불어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계시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돕는 장을 별도로 마련해 독자들이 건강한 성경관을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올바른 신학과 신앙, 그리고 참다운 구원은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잘못된 성경관이 너무 많은 것을 보면서 바른 성경관을 밝히고 21세기 종교개혁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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