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밀리, 세월호 1주기 추모전시회 ‘빛과 사랑으로’

▲ ‘빛과 생명으로’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고난주간과 부활절 기간에 열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됐다.

 
‘하늘나라 우체통’에 채워진 5000여 통의 국민 편지와 엽서 소개
기독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 희생자와 유가족 마음 보듬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한국편지가족 권미경 회장이 편지를 낭독하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도, 전시회를 마련한 이들도, 취지에 동참한 작가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떨궜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그리며 울먹였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들 뒤로 나열된 애절한 사연은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팽목항을 찾아, 하늘나라로 편지를 띄운 5000여 발신인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 짐작이 갔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전시회 ‘빛과 생명으로’가 3월 31일~4월 7일까지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하이패밀리(대표:송길원 목사)는 지난해 7월 진도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을 설치한 바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빨간 우체통은 국민들의 온정으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그렇게 모은 5000여 통의 편지를 전시회에서 공개한 것이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지만, 현장에 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편지도 보내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바란다”며 취지를 소개했다.

전시회장 입구부터 세월호의 기억을 담은 편지와 엽서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사랑하는 아들 차웅에게 쓴 엄마의 편지, 먼저 떠난 동생 수현을 그리워하는 누나의 손 글씨, 아빠 없는 슬픈 추석날 보낸 딸의 절절한 사연, 유가족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소녀의 엽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조희연 이재정 교육감의 서신을 보며 가슴이 시려왔다.

약 5m나 될까. 전시된 편지와 엽서를 따라 걷는 동안, 몇 번이고 목이 메여오는 것을 느꼈다. 하물며 딸을 차디찬 바다에서 떠나보낸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할까. 세월호 유가족 대표로 전시회를 방문한 온유 아빠 양동진 씨는 한동안 편지들 앞에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양동진 씨는 “이곳에 오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쇄신할 줄 알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온 편지를 보며 잠깐이라도 위안을 받았다. 이 편지들에 담긴 국민들의 마음처럼 우리나라가 새롭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배달된 편지들.
 
하늘나라로 띄운 편지들과 함께 재능기부로 참여한 김병종 김선형 김세중 김현숙 박정환 서용 유영호 임영길 정성윤 하동철 10명 미술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 이영렬 작가도 팽목항을 담은 사진을 기꺼이 내놓았고, 송길원 목사도 손수 제작한 3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세종 작가는 “바다에 비친 파란 빛을 형상화했는데, 전시회 주제와 어울려 뜻 깊은 자리에 초대받게 됐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빛으로 승화되어 하나님나라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이 모여 세월호 1주기 추모 전시회 ‘빛과 생명으로’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특별히 전시회가 고난주간과 부활절 기간에 진행되어 애통한 자들의 곁에 섰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였다. 하이패밀리는 행사에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나라 우체통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편지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아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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