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현장/ 크리스천 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금요 콘서트


 

‘기독교가치 근거한 새로운 공연문화’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 공간
금요일 밤이면 찬양과 진솔한 대화… “따뜻한 소통 공동체 될 것”



불금이라 하듯 대학가의 금요일 밤은 그야말로 뜨겁다. 수많은 인파와 화려한 불빛으로 거리는 새 옷을 입는다. 서울 강북권의 번화가, 성신여대입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삼삼오오 모여든 청년들이 세상문화를 마시며 즐기기 마련이다.

그 시간, 인근 지하공간에서 살며시 찬양소리가 흘러나온다. 연분홍 바탕의 간판이 입구로 안내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문을 여는 순간, 흥청망청 흔들리는 위쪽 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어디에서 왔을까. 객석은 수십 명이 청년들로 가득 찼다. 제법 잘 갖춰진 무대는 실력발휘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무대와 객석은 격 없이 노래와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잔잔한 소통이 시작된다. 여기는 <나니아의 옷장>의 ‘크리스천 금요 콘서트’ 현장이다.
 

▲ 크리스천 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의 모습. 지난 1월 개관한 <나니아의 옷장>은 매주 금요일 밤마다 찬양사역자와 크리스천 인디밴드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 갈 곳 없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공연장 이름은 예상대로 C.S.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주인공들이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듯, 기독교가치에 근거한 새로운 공연문화를 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른아홉의 젊은 목회자 이재윤 목사가 이곳의 주인장이다. 문화선교연구원에서도 사역했던 이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한 크리스천 문화공간을 줄곧 구상해왔다. 아울러 그 역할을 교회공동체가 감당한다면, 기독교문화 발전과 복음 전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그의 뜻에 공감한 12명의 동역자와 함께 <나니아의 옷장>을 개관한 것이다.

“세상문화를 좇는다면, 갈 곳이 참 많죠. 하지만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크리스천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공간, 이것이 <나니아의 옷장>의 동기가 됐어요.”

<나니아의 옷장>에서는 매주 금요일 밤 8시 ‘크리스천 금요 콘서트’가 진행된다. 벌써 장종택, 김영범, 길가는밴드 등 찬양사역자들이 이곳 무대를 거쳐 갔다. 또 기독교가치를 함의한 크리스천 인디밴드들의 공연도 만날 수 있다.

‘크리스천 금요 콘서트’를 시작한지 불과 두 달 밖에 안됐지만, 입소문이 타고 관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온유를 위한 후원콘서트 때는 대구 여수 등 지방에서도 관객들이 찾았다고 한다. 또 크리스천 청년뿐이 아니라, 믿지 않는 청년들도 적지 않게 방문한다.

“찬양사역자와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주로 무대에 오릅니다. 당연히 공연 중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믿지 않는 청년들도 꽤 많이 오는데, 음악과 함께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보니 크게 거부감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저희도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요.”

▲ 12명의 동역자와 함께 <나니아의 옷장>을 개관한 이재윤 목사.

의기투합한 동역자 대부분은 문화예술분야에서 종사했다. 이 목사만 해도 밴드 기타리스트 출신. 이들 모두가 ‘크리스천 금요 콘서트’ 스텝으로 직접 뛴다. 따라서 관객들, 특히 믿지 않는 관객들과 어우러지며 접촉점이 생기곤 한다. 최근에는 <나니아의 옷장> 정규 회원을 모집 중이다. 정식으로 구성되면 진한 소통과 더불어 선교적 메시지도 나눌 계획을 품고 있다.

주중을 지나 주일이 오면 이곳은 교회가 된다. <나니아의 옷장>의 또 다른 이름은 주님의숲교회이다. 이 목사는 1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목회를 한다. 한국 교회에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는 성장과는 거리가 먼 목회다. 서글서글한 외모마냥 그의 꿈 또한 소박하다.

“목회자로서 꿈이 있다면, 가족 같은 따뜻한 교회공동체를 꾸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주님의숲교회가 되길 기도합니다. <나니아의 옷장> 역시 명소가 되기보단 누구라도 무대에 설 수 있고, 누구에게라도 다가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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