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개 노회 중 87 곳 찬성, 교단 탈퇴 교회 늘어날 듯

171개 노회 중 찬성 과반 훌쩍 넘어…6월부터 개정헌법 적용
신앙 정체성 지키려는 교회 고민 깊어지며 탈퇴 이어질 듯


 
▲ PCUSA 총회 사무국 공보실장 토야 리처즈 잭슨이 17일 교단 헌법 개정 노회 수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장로교단인 PCUSA(미국장로교)가 동성결혼을 최종 수용했다.

PCUSA는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21차 총회에서 결의한 ‘결혼의 의미를 재정의 하는 개정안(14-F)’을 노회 수의한 결과 지난 17일로 171개 노회 중 과반수가 넘는 87개 노회가  찬성함에 따라 남은 투표에 상관없이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PCUSA는 6월 21일부터 개정된 헌법이 적용 된다. 그러나 시행은 초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개교회 목회자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본지 2002호 22면 참조)

이같은 PCUSA의 최종 결정에 대해 미국장로교한인교회전국총회(KPC)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추후 성명을 통해 신학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개정안 통과가 확정되면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교회들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동성결혼 자체를 반대하지만 그래도 최종 결과를 지켜본 교회들의 탈퇴 움직임이 가속화되거나 교회 내 견해 차이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PCUSA는 2010년 동성애자의 성직 임명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4년 만에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합’이라는 기존 정의를 “두 사람”으로 수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최종 채택을 위한 노회 수의를 진행해 왔다.

이로써 미국 교계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교단은 30여 년 전 UCC(그리스도연합교회) 교단을 시작으로 성공회, 루터교 등 3개 교단이었으나 이번 PCUSA가 합류함으로서 4개 교단으로 늘어났다.

PCUSA가 동성결혼을 결의한 이후 지금까지 교단을 탈퇴한 교회는 500여 교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PCUSA 교단에는 한인교회도 420여 교회가 소속하고 있는데 그중 한인교회는 2개 교회가 탈퇴하고 6개 교회는 탈퇴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상당수 교회는 입장표명을 유보하며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교회들이 고민하면서도 PCUSA 교단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교회 건물이 노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교단을 탈퇴하려면 노회와 재산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회는 재산을 포기하거나 부과된 부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선 듯 결정을 못 내리는 교회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PCUSA 소속 리더 교회중 하나였던 멘로파크장로교회는 교회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노회에 약 90억 원을 지불하고 탈퇴했으며 미네소타 주 호프장로교회는 12억 원 상당의 교회 건물을 포기하고 탈퇴를 감행했다. 한인 교회 중에서도 텍사스 주 베다니장로교회가 23만 달러의 부담금을 노회에 지불하고 PCUSA를 탈퇴했으며 남가주 선한목자장로교회의 경우 교인 91%가 탈퇴에 찬성해 노회에 63만 달러를 내고 탈퇴하기로 협의 했으나 이후 노회에서 남아있는 9%에게 건물을 주겠다며 약속을 번복해 힘든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인 장로교회 중에서도 교단을 탈퇴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에 남아 보수 성향의 교인들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와 어렵지만 앞으로 동성 결혼에 대한 신학적, 인륜적 문제를 남아서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최종 수의가 과반을 넘으면서 탈퇴교회는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PCUSA 내부 불협화음도 단순하지 않다. 처음부터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표명한 PCUSA 평신도위원회 카멘 파울러 라베르즈 회장은 “PCUSA는 성경에 바탕을 두고 오랫동안 복음주의를 견지해 왔던 장로교 신학의 바탕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앞으로 ”성경의 절대성은 떨어지고 교회의 정체성은 들리는 가운데 혼란과 정체의 기독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보수적인 장로교 복음을 전파한 미국장로교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PCUSA가 이처럼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교단들보다 앞서 동성결혼을 인정한 원인은 PCUSA 내에 보수와 진보 성향의 세력이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진보세력이 우세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당초 미국 남,북장로교가 노예 문제로 분리된 이후 1973년 다시 합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 신학과 성경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변질된 신앙과 함께 할 수 없다며 보수 성향의 교회들이 탈퇴, PCA 교단을 설립하고 남아있는 교회 중에는 진보세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진보세력들은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동성결혼 허용을 헌의해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편 PCUSA의 동성결혼에 반발해 2012년 창립된 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ECO, 총무:데이나 앨린)는 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설립 이후 현재 187교회 279명의 목회자가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3년 사이 교세가 5배 이상 확장됐지만 이번 PCUSA의 최종 결정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PCUSA 탈퇴를 결의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고태영 목사(남가주 선한목자장로교회)는 “지금 미국에서는 성경의 절대성을 지키려는 복음주의와 시류에 편승한 인본주의가 충돌하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국 교회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국교회는 더욱 영적 쇄신을 기하고 신학적 정립을 확고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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