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대추귀말자연학교, 10대 위한 자서전 캠프
후반기 삶 그려보며 ‘공동체 헌신’ 진지한 성찰

▲ 대추귀말자연학교 자서전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완성한 자서전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되는 게 가장 큰 희망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른 꿈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영광 대추귀말자연학교(교장:김상훈·이하 자연학교)는 매년 초 아이들의 자서전을 발간하며 이 고민을 해결한다. ‘10대 아이들에게 자서전이라니’라며 의아해 할 수 있다. 여기서 자서전이란 노년기를 맞은 자기 모습을 가상해서 미리 써보는, 일종의 인생설계도이다.

자서전쓰기는 자연학교의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자신의 나이가 80세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스스로의 일대기에다 후손들에게 남길 유언장까지 작성해보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서전쓰기에 앞서 자연학교에서 열흘 동안 ‘숲속나무학교’라는 이름의 캠프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 기독교세계관과 성경 역사 철학 등에 대한 공부도 하고, 청정한 자연 속에서 뛰노는 특별한 체험을 한다.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자아와 성격을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독서. 주로 인류에 공헌을 한 인물들의 생애를 담은 위인전을 읽는다. 정규 과정에서는 매주 2권씩 총 40권의 책을 읽도록 하지만, 캠프 기간에는 이를 압축해서 진행한다.

김상훈 교장이 특히 아이들에게 주지시키는 부분은 주인공이 처해 있던 시대와 사회적 환경을 분석해보라는 것이다.

“막연히 꿈만 갖는데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돈이 인생에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점만은 깨닫게 해야죠. 책읽기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독서의 결과가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감상문 작성을 통해 구체화시키고, 다른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사고를 다듬고 넓혀가도록 하기도 합니다.”
김상훈 교장은 20년 전 전남 영광에 정착해 농촌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생명농업 환경보호 마을기업 등 온갖 사업들에 도전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대추귀말자연학교는 그 열매들 중 하나이다. 학교 이름도 아가미와 폐를 함께 갖춘 이 지역 희귀생물 ‘대추귀고둥’에서 따왔다.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되던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청지기의 자세로 바라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자는 뜻이 담겨있다.

자서전학교를 마치면 아이들은 단행본으로 제작된 자서전을 받는다. 이 자서전은 아이들이 평생 간직하고 되새겨볼 수 있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누가 알까? 하나님 손에 붙들린 이들의 자서전이 훗날 또 하나의 사도행전으로 실현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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