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다운 목회, 현장적용 격려하라”
이상과 현실 간격 꾸준히 좁혀가며 ‘내적 위기’ 정확한 대안 마련 나서야


한국 교회 위기론이 대두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개혁교회를 표방하는 한국 교회가 얼마나 개혁주의 신학과 동떨어져 있는지 비판했다. 수많은 종교개혁자들의 말과 글을 인용하며 교회의 갱신과 목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10년 내내 이어진 갱신의 외침은 열매를 맺지 못했다. 오히려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신학과 별개로 무늬만 개혁교회”라고, “교회에 유익을 주지 못하는 신학”이라며 갈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2014년 설립한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가 조용히 사역을 시작했다.
 
▲ “개혁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의 이 가르침은 ‘교회 개혁’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를 위해 개혁교회는 조급함을 버리고,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꾸준히 개혁을 일궈가야 한다.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는 제1회 포럼에서 이 점을 일깨웠다. 강사로 나선 조성재 목사가 개혁교회의 신앙 정체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비판이 아닌 미래 위한 대안을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소장:김성봉 목사)는 3월 7일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제1회 목회와 신학을 위한 개혁주의 포럼’을 개최했다. 강사는 김성봉 목사와 네덜란드 아펠도른신학대에서 조직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목회현장으로 돌아온 조성재 목사(하늘뜻섬김교회). 김 목사는 ‘개혁교회 목회:이상과 현실’을 주제로 강연했고, 조 목사는 ‘개혁신학과 개혁교회 신앙 정체성’을 강의했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다. 포럼을 통해 개혁주의 신학과 목회현장의 양자를 모두 이해하고, 비판 보다 격려로 개혁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연구소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단에 오른 김성봉 목사는 먼저 ‘개혁교회다운 목회’를 위해서 교회 개혁을 긴 안목으로 이해하고, 비판보다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장로교회들이 모두 개혁교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개혁교회의 모범’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다. 그저 과거 종교개혁가들과 그 후학들이 남긴 저서를 통해 ‘개혁교회의 이상향’을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김 목사는 경험하지 못하고 겨우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개혁교회에 대한 지식을 당장 한국의 목회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라고 재촉(비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김성봉 목사는 “겨우 조금 소개받은 개혁교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목회현장을) 비판만 하면 결국 우리는 설 자리조차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개혁교회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고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일을 시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다

정확한 대안을 마련하려면 먼저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해야 하는 법. 김 목사는 현재 한국의 목회현장은 △신학과 별개로 실용성만 추구하면서 대단히 혼합적인 모습이고 △개혁신학에 미치지 못하고 겨우 복음주의 입장을 취하며 △공교회적 모습이 아닌 개인주의 개교회적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목사는 개혁교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을 4가지로 제시했다. 4가지 개혁교회의 이상은 △교회의 표지인 말씀의 바른 선포, 성례의 바른 시행, 권징의 바른 실시를 드러내야 한다 △예배는 하나님께 집중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인정해야 한다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해야 한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성재 목사는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보다 깊이 고찰했다. 조 목사는 현재 한국 교회가 성도 감소와 작은 교회의 폐쇄 등 성장이 둔화하는 ‘외적 위기’에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외적 위기의 바탕에 내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적 위기’는 곧 개혁교회를 표방하지만 전혀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에 따라 목회하지 않는 것이다.

조성재 목사는 “개혁신학은 있지만 개혁교회가 많지 않다. 개혁교회가 많지 않다는 것은 개혁교회의 역사적 신앙고백을 따라 신앙 정체성이 분명한 교인들이 많지 않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지금 교회 내적 위기의 핵심은 성도 개인의 신앙고백이 공교회적 신앙고백서들에 일치하지 못한다는 점, 개혁신학이 교회의 신학으로서 봉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한국 교회는 이제 시작

한국 교회는 1990년대 성장 정체 현상을 체험하면서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교회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본격적인 성도 수 감소로 위기론이 한국 교회 전반에 퍼졌다. 이때부터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 어쩌면 이런 대책들은 조성재 목사가 지적한 대로 ‘외적 위기’만 보고 제시한 것일지 모른다.

또한 한국 교회는 ‘개혁교회의 내적 위기’를 정확히 지적해 줄 연구도 부족했다. 현대 개혁주의 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이퍼의 ‘일반은총론’ 등 핵심 저작들이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못한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한국 교회에 개혁주의 신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이제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한국 교회는 1970~80년대를 관통한 성장 중심의 목회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건강한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찾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올바른 개혁교회의 표본을 제시했다. 이제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와 같은 연구기관과 신학자들이 개혁교회의 기준을 제시하는 단계를 넘어, 구체적으로 개혁신학을 목회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 교회는 이제 위기의 진정한 원인을 파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성재 목사는 향후 과제를 이렇게 제시했다. “개혁교회는 개혁된 교회의 신앙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되, 아직 개혁되지 못한 교회들에 대해 공교회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개혁은 가시적 교회로 있는 지상의 모든 교회가 끝없이 감당해야 할 거룩한 교회의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위기감에 휩싸여 불안해하지 말고 개혁교회의 모범을 바라보며 꾸준히 개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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