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십 확대’ 현장 목소리 커지나

오차범위 내 찬반의견 팽팽…연령 높을수록 ‘안수 허용’ 입장 보여
사역현장 고충에도 굳건했던 교단 입장, 신학적 연구·육성과제 남겨

 
 

예상과 다른 의외의 결과였다. 설문조사 대상 목회자의 과반수가 합동교단의 ‘여성안수 금지’에 반대, 즉 여성목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회사 NICE R&C(주)의 이승호 차장은 “설문 문항이 이중부정이라 혹시 착오가 있을까봐 몇 번씩 되물었고, 설문 후 녹음 파일도 다시 들으면서 일일이 확인했다”며 조사결과에 오류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여성안수 금지를 ‘반대하는 편이다’(34%)와 ‘적극 반대한다’(16.6%)를 합친 반대 의견은 50.6%(253명), 여성안수 금지를 ‘찬성하는 편이다’(32.4%)와 ‘적극 찬성한다’(14.8%)를 합친 찬성 의견은 47.2%(23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응답은 2.2%였다.

정치권과 목회현장 분위기 달라

 

조사결과가 오차 범위(±4.28%p) 안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여성목사 찬성이 우세하다기보다 서로 엇비슷하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성안수 금지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분위기였기에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단 정서와 다르게 현장 목회자들은 여성안수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성안수 문제는 총회 내에서도 꾸준한 논의사항이었다. 제82회 총회에서는 여성안수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대표성 및 창조질서 원리의 측면에서 허락할 수 없다’로 결론이 났다. 제97회기 헌법개정위원회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98회 총회에서는 오지에서 사역하는 여성 선교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여선교사 성례를 허용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했으나 작년에는 총신신대원에서 여성들의 목회학석사(M.Div) 과정 입학 제한을 결의했다가 취소하는 촌극을 벌이는 등 정치권에서는 여성안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컸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목회현장에서는 여성 안수 허용 분위기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대형교회 목회자 여성목사 반대의견 높아

설문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 밖의 분석이 나온다. 40대 이하 목회자의 53.8%가 여성안수 금지를 찬성했고, 60대 목회자의 56.5%가 여성안수 금지를 반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안수 허용의 입장을 보였다.

교회 크기별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성도 수 1001명 이상 대형교회 목회자의 61.5%는 여성안수 금지에 찬성했고, 성도 수 100명 이하 소형교회 목회자의 52.3%는 여성안수 금지에 반대했다. 수치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소형교회일수록 여성목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비해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여성목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응답자의 특성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항목도 있었다. 목회자 납세를 찬성한 목회자의 53.3%는 여성안수 금지를 반대했고 목회자 납세에 반대한 목회자의 52.5%는 여성안수 금지에 찬성 의견을 보여 이분법적인 특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납세를 찬성하는 다소 개방적인 인식을 가진 응답자들이 여성안수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안수의 현안과 과제

이 설문조사만을 가지고 대다수의 합동교단 목회자들이 여성안수를 찬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여성안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신학적 연구는 물론 목회현장에서의 목소리도 참고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목사 안수와는 별개로 교단 내 여성 리더십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남겨져 있다. 실제로 교회 안에서 가장 많은 섬김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이 여성들인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드문데다 다수의 우수 여성 인력이 타 교단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안수 문제는 선교와 전도의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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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사역·해외선교 등 필요에 대안 있어야
‘창조질서 측면서 불허’ 총회결의 여전… ‘인재 유출’ 등 해결 시급


합동교단을 비롯한 몇몇 교단에서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남녀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지만 수행할 역할에 있어서는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신학자들은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질서의 구분을 나타내는 권위의 문제”라며 “여성이 사도나 목사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주님께서 제자들을 택하실 때 한 둘이라도 여성을 택하셨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께서 여자를 남자를 ‘돕는’ 배필로 창조하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이 사역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교회 내에서 다양한 사역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 단순히 목사 직함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여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82회 총회에서 구성된 여성안수조사처리위원회가 여성안수는 ‘창조질서 원리의 측면에서 허락할 수 없다’라고 결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97회기 헌법개정위원회에서도 “교단의 신학 뿌리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문구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져보고 연구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반면 여성안수에 찬성하는 신학자들은 남녀를 주체와 보조체가 아닌 동반자로 본다. ‘돕는 배필’이라는 말이 일방적으로 뒤에서 도와주기만 하라는 뜻이 아니며,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격체로 창조되었기에 ‘서로’ 돕는 공동체의 교제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하나님으로부터 온 피조물이며, 모든 자연만물에 대한 통치권을 부여받았다”며 “돕는다는 것은 종속적이고 보조적인 도움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돕는 하나님의 도움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인격적이고 필수적인 도움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구약시대에 활약했던 여선지자의 활동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애굽시대에는 모세의 누이 미리암이, 사사시대에는 드보라 선지자가, 요시아왕 시대에는 홀다 선지자가 하나님의 일들을 맡아 감당했다. 예수님께서도 여인들에게 자신의 부활을 증거하라고 하셨다. 여성안수를 찬성하는 신학자들은 “현재 교회는 다양한 일꾼들을 필요로 하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부름 받은 자로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사대로 복음전파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신학적인 문제를 차치했을 때도 여성목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안에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군 사역을 위한 군목이나 가정, 자녀교육, 상담 등 여성이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역들에서 여성목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해외 선교 사역에서도 절실한 문제다. 남편 없이 혼자 사역하고 있는 싱글 여선교사들은 자신들이 길러낸 현지인 성도에게 성례를 줄 수 없어 매번 남성 목사를 초청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반쪽짜리 선교사’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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