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과 도덕성’ 자기성찰 뼈아팠다

신학적 깊이와 목회경영보다 기본적 품성 함양 선택 많아
60대 이상 ‘사회참여’ 높은 응답율…교회 신뢰도 반성 반영

 
 

목회자 추문이 교회 내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판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예장합동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부족한 부분으로 ‘인격’과 ‘도덕성’을 꼽았다. ‘한국교회 목회자가 다음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 46.2%가 ‘인격과 품격’을 꼽았다. 다음으로 ‘높은 도덕성’이 23.8%였으며, ‘신학적 깊이’(13%)와 ‘사회참여’(9.8%)가 뒤를 이었다. 신학적 깊이나 목회경영 등 목회자들에게 전문적으로 요구되는 항목 대신 인격과 도덕성 등 기본적인 사람 됨됨이에 대한 부분이 70%를 차지한 것이다.

‘인격과 품격’을 마음가짐, 태도, 배려 등 상대방과의 관계 차원에서의 덕목으로 이해하고, ‘도덕성’을 돈, 성(性), 언행일치 등 일반적 윤리 차원으로 고려했을 때, ‘인격과 품격’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대답은 40대 이하 응답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40대 이하 목회자들은 ‘인격과 품격’을 49.2%로 꼽아 ‘높은 도덕성’(23.8%)보다 2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인격과 도덕성에 대한 자성 표현

‘인격과 품격’, ‘도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최근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실태와 의식조사’를 비롯해 여러 설문조사에서 개신교는 3대 종교 중 가장 낮은 호감도와 신뢰도를 보였으며, 그 가운데 교회 지도자인 목회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비판의 목소리는 목회자의 인격적, 도덕적 행태와 대외적인 행보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교단 내 목회자의 성적 추문, 논문 표절, 재정 비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일반 언론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 목회자는 교회 내에서도 가장 비판받는 위치였다. <기독신문> 설문조사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으며, 목회자들 역시 공감과 자성의 목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인격과 품격’을 꼽은 것은 동일하지만, 특이하게 60대 이상 목회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참여’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모두 ‘신학적 깊이’가 ‘사회참여’에 평균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60대 이상의 경우 ‘사회참여’가 13%로, ‘신학적 깊이’(10.4%)에 앞섰다. 동일하게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 규모에 있어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 성도수가 ‘1001명 이상’인 목회자들은 ‘사회참여’(7.7%)가 ‘신학적 깊이’(3.8%)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60대 이상, 그리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응답자들에게 비해 ‘사회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단 신뢰도 낮을수록 ‘도덕성’ 강조

‘인격과 품격’ 및 ‘높은 도덕성’, ‘사회참여’에 대한 가중치는 한국교회와 교단에 대한 신뢰도 여부에 따라서도 주목할 만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참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았고, ‘신뢰도가 낮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은 ‘인격과 품격’, ‘높은 도덕성’ 응답이 많았다.

이에 비해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응답자들은 ‘인격과 품격’(47.3%), ‘높은 도덕성’(24.2%)을 꼽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사회참여’는 8.8%에 머물렀다.

이 같은 양상은 ‘예장합동 총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 응답에 따라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총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은 상대적으로 ‘인격과 품격’, ‘사회참여’가 더 필요하다고 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목회자들은 ‘높은 도덕성’에 대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총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목회자들은 ‘인격과 품격’을 47.2%로 높게 꼽았고, ‘높은 도덕성’이 20.3%, ‘사회참여’가 13.8% 순이었다. 반면 총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목회자들은 ‘높은 도덕성’이 25.5%로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았고, ‘신학적 깊이’도 20.1%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사회참여’는 8.1%에 머물렀다. 총회를 신뢰하지 않는 목회자들의 경우 개 교회 추문과 마찬가지로 총회의 여러 가지 사건사고와 관련한 실망과 문제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에 더 가중치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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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 시선도 ‘도덕성 회복’에 주목
언행일치 요구 높아… ‘사람 됨됨이 갖춘’ 목회자를 원한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목회자들이나 일반인들이나 별반 인식에 차이가 없다.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가장 높은 응답은 ‘언행불일치’(14.2%), ‘신앙을 핑계로 부를 축적하는 것’(13.9%), ‘모범이 되지 않는 삶’(13.3%), ‘도덕적·윤리적 문제’(12.7%) 순이었다.

이번 <기독신문> 설문조사에서 ‘인격과 품격’, ‘높은 도덕성’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과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설문으로 2012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생활 의식조사’에서 일반인 응답자들은 한국교회 불신의 주요 이유로 ‘이기주의 집단 같아서’(10.5%), ‘언행불일치’(9.4%), ‘목회자의 사리사욕이 심해서’(6.2%)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으며, 한국교회에 변화가 필요한 질문 항목에는 ‘교회 지도자들’(37.1%)을 가장 높게 꼽았다. ‘교인들의 삶’(18.6%)이라고 꼽은 응답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일반인들의 시선에는 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요소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우선 개선 필요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불일치’를 48.6%로 가장 높게 꼽아, 기윤실과 기독신문 설문과 차이가 없었다.

한목협 조사에서 목회자들의 언행불일치에 대한 고민은 크리스천 여론선도층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에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기독교인 오피니언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문제를 크게 ‘그릇된 목회 태도’, ‘목회자 자질’, ‘잘못된 목회 목적’으로 꼽았다. 이중 ‘그릇된 목회 태도’에서는 권위주의와 교권주의, ‘목회자 자질’에서는 신학적 깊이와 리더십 부족, 언행불일치, 소통과 공감능력 부족 등을 꼬집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독신문 설문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인 ‘인격과 품격’, ‘높은 도덕성’과 상당 부분 일치되는 결과다.

일련의 조사들을 통해 목회자들 자신은 물론 일반인들은 무엇보다 ‘사람 됨됨이를 갖춘’ 목회자를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회 지도자인 목회자들의 언행은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물론 전도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더욱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 미디어의 발달로 목회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쉽게 공개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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