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위기’ 경고음 목회자가 더 컸다

일반 국민보다 신뢰도 현격히 낮아 “내부상황 심각” 인식
목회자 납세·이중직 찬성 계층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목회자의 눈으로 본 한국교회 신뢰도는 3.2%. 충격적인 결과다. 예장합동 목회자가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현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본지는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교회 신뢰도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조사해왔지만, 설문 응답자가 19세 이상의 성인, 즉 일반 국민이 조사대상 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설문대상을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로 한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교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목회자 대상 조사라서 그 결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예장합동 목회자 72.8% 신뢰도 낮다 선택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가 보는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는 3.2%에 불과했다. 이중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0.4%, 높은 편이다는 2.8%이다. 신뢰도가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는 24%. 반면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가 낮다는 의견은 72.8%나 차지했다.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는 44.8%, 매우 낮다도 28%에 이르렀다.

2008년부터 네차례 한국교회 신뢰도를 조사한 기윤실 결과가 17.6~19.4% 사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격차를 보인다. 물론 기윤실 조사는 응답자의 주관적인 한국교회 신뢰도이고, 이번 조사는 목회자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 즉 자기인지 신뢰도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현 한국교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목회자가 본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라고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나이스R&C 이승호 차장은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 결과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도 수치보다 조사대상의 신분이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목회자와 부교역자 신뢰도 낮다고 평가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가 낮다는 응답은 목회자의 직분, 연령, 소속 교회의 신도 수와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91.4%, 40대 77.8%, 50대 66%, 60대 71.3%로 나타나 비교적 연령이 낮을수록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를 낮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직분별로는 담임목사 71.8%, 부교역자 80.2%, 원로 및 은퇴목사 33.3%, 기관 목사 80%, 기타 45.5%. 소속 교회 신도 수별로 보면 100명 이하 73.4%, 101~300명 이하 71.3%, 301~500명 이하 75%, 501~1000명 이하 76.9%, 1001명 이상 76.9%, 목회중인 교회 없음 53.8%로 나타났다.

연령에서는 30대 목회자(91.4%), 직분별로는 부교역자(80.2%), 소속 교회의 신도 수 1001명 이상(76.9%) 목회자들이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원로목사 및 은퇴목사의 33.3%, 50대 목회자의 66%, 목회중인 교회가 없는 목회자의 53.8%가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해 평균 72.8%에 밑도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에서 교회 신뢰도가 낮다는 응답이 70.6~75.8%로 고르게 나타난 것에 비해, 강원/제주지역 목회자 83.3%가 교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한 점도 관심가는 대목이다.
 
총회 신뢰도 낮을수록 교회 신뢰도 낮게 응답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와 이번 조사의 다른 문항 응답자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목회자 납세에 찬성이라고 응답한 목회자의 76.5%가 교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목회자 납세 반대 응답자는 67.2%만이 교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목회자 이중직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목회자 이중직 찬성 응답자의 75.9%가 교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한데 비해, 목회자 이중직 반대 응답자의 69.1%만이 교회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해 평균을 밑돌았다.

또한 예장합동총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응답한 목회자의 84.6%는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 역시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예장합동총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61%가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를 낮다고 평가해, 예장합동총회의 신뢰도가 낮을수록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도 낮다고 응답한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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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직접 확인’ 내부 불신 큰 영향
목회현장 갈등·다툼 체험, 결과에 반영… “자부심 대신 자괴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네차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한국교회 신뢰도는 2008년 18.4%, 2009년 19.1%, 2010년 17.6%, 2013년 19.4%로 나타났다. 평균 18.6%이다.

이에 비해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는 겨우 3.2%에 불과했다. 앞서 밝혔듯이 기윤실 조사는 일반 국민의 주관적인 평가이고, 이번 조사는 예장합동 목회자의 자기인지 평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사의 신뢰도가 6배 가까운 격차가 벌어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와 기윤실의 2013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결과와 자세히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점이 보인다. 예장합동 목회자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는 2013년 조사 당시 기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도(47.5%)는 말할 것도 없고, 비기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도(11.3%)보다도 현저히 낮게 나왔다.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한국 사회의 교회 신뢰도를 일반 국민보다 유독 낮게 평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교회 내부 사정에 대한 인지도의 차이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목회자들이 일반 국민보다 한국교회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안다는 점에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는 목회현장에서부터 노회와 총회까지 일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문제점이 산재돼 있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교회분쟁과 갈등, 노회와 총회의 지나친 교권다툼 등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예장합동 목회자라면 97회 총회 때부터 불거진 총회정치의 파행이 이번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목회현장에서 체감하는 교회에 대한 불신이 조사결과에 반영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일선 목회자들이 전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다.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는 “목회자는 일반 국민들이 못 보는 것을 본다. 전도의 어려움과 교회 내 갈등부터 노회 및 총회정치의 폐단을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체감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목회자들이 눈으로 확인한 경험이 이번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목회자들부터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지고, 한국교회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3.2%에 불과한 교회 신뢰도 수치는 목회자들의 자괴감이 섞여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기윤실 조사와 응답자의 신분이 다르지만, 오히려 이번 조사결과로 이미 한국교회 내부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목회현장의 실상이 그렇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자포자기 상태인 경우가 많고, 일선 목회자들도 한계에 부딪혀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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