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열 목사(사천중앙교회)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 하였다.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대박도 쪽박도 될 수 있는데 통일의 방안과 대박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사회에 통일의 열기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한 국가의 두체제인 고려 연방제를 제시 하나, 남한 정부는 흡수 통일인지 평화 통일인지가 분명치 않다. 교계신문에서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 하지만 방법론 제시가 원론적이다.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통일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이를 위해 동서독 통일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먼저 동서독 통일의 배경과 성격을 살펴보자. 1985년 고르바쵸프가 휘청거리고 있는 소련을 구하기 위해 위로부터의 혁명인 페레스트로이카와 대외 개방정책인 그라스노스트를 표방함으로 동 서간 긴장이 완화되고 사회주의국가들의 제한 주권론이 흔들리게 되어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되고 동독시민들의 서독으로의 탈출러시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게 한다. 이러한 대 변혁 속에 동구권 국가들은 새로운 이념과 질서의 필요로 ‘민족주의적’이며 자유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표방한다.

공산주의이념으로 연방 체제를 이루고 있던 소련과 동구권의 국가들에게 민족주의는 국가 해체의 원심력으로 작용하지만 동독은 정반대로 서독을 향한 구심점으로 작용하여 독일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완전히 소멸되고 서독으로 통합되는 역할을 하였다. 동. 서독이 대등한 관계에서의 통일이 아니라 흡수통일이므로 1990년 10월 3일 이후 통일독일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동독은 사회주의 체제의 잔재 청산과 새로운 체제에 동화하고자하는 과정 속에서 겪는 어려움이고. 서독은 새롭게 등장한 이질적인 요소와 자원들을 기존체제에 부담을 덜 주면서 수용하고 기존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다. 한쪽은 “청산과 동화의 과제”라면 한쪽은 “수용과 강화의 과제”였다. 또 하나의 과제는 통일비용으로 옛 동독의 기업을 회생 시키고 사회 간접 자본에 투자하는 일과 정부와 기업의 부채 해결. 농업과 의료지원 등의 비용이다. 동독인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깊은 소외 의식과 자기정체성의 상실.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 공허함속에 ‘우리는 통일을 원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다’ 서독인들은 ‘통일은 좋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이 들 줄 몰랐다’며 극우세력이 등장하여 외국인에 대한 적대의식이 나타났다. 타율적인 계획과 통제에 익숙한 동독인들은 자율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 정신적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하나는 비밀경찰 문제였다. 자료에 의하면 공식 비공식적으로 비밀경찰에 협력한 사람들이 이웃사람. 작장의 동료, 교수와 학생. 심지어 부부사이인데도 비밀경찰에 동정을 보고하여 투옥 된 일로 인간적인 신뢰가 깨어져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또한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하면서 두고 온 옛 부동산의 소유권 분쟁 등이 통일 이후에 나타난 독일의 사회문제들이다.

다음으로 통일에 있어서 동서독교회의 역할을 살펴보자. 1949년 동서독이 분단되나 독일교회는 과거 나치정권에 협조한 죄를 고백하고 고백교회 전통위에 새 기초를 세워 동서 냉전 가운데서 어느 이데올로기 편에 서서는 안 되며 평화와 화해를 고수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분단 영구화를 반대하였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는 분단교착화시기인데 이때 교회는 권력에 의한 동독교회의 박해를 항의했고 서독정부에 동구권과의 관계 개선을 건의하는 “뤼빙겐 백서”를 발표하였다. 1989년 까지 20년간 동독교회는 유일하게 동독권력에 항거하는 조직으로서 집회와 시위의 출발점이 되었고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여 동독정권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마무리하면서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교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동서독교회의 역할을 배워야 한다. 동서독교회는 이념과 정부에 종속되지 않고 초월하여 선도하였으나 한국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통일 논의에 앞서 한국교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둘째. 한국교회는 통일 방안을 분명히 제시하고 실천해야한다. 평화 통일이라면 과정에서의 통일 즉 평화운동. 상호간의 왕래. 경제적 상호보완 등을 부단히 실천해 나가야한다. 재외 기독교 단체를 통한 실천도 한 방법이다. 셋째. 내적안정과 국력을 키워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 주변국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넷째. “기독교 통일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야한다. 통일 역량결집과 통일 이후에 나타날 문제점들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분단된지 70년 되는 해다. 한국교회는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선용하여 통일 방안을 제시하고 통일을 선도해 나가야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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