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 열린대화마당… “교회가 북한 주민 마음 얻어야 변화 이끌어”
류길재 전 장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사업하며 상호 신뢰 쌓아가야”


 

▲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해방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교회가 사랑에 기초한 평화통일 운동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진심으로 북한이 변화하길 원한다면, 교회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주어야 한다. 먹고 살 수 있어야 민주의식이 싹 튼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김경원 목사)가 2월 13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제28차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해방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어떻게 평화통일을 이끄는 대안공동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직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류길재 박사가 주제 강연자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통일, 믿음 소망 사랑으로

류길재 전 장관은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제시하고 한국 교회의 협력을 요청하는 강의를 했다. 류 전 장관은 “기독교가 평화통일의 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며 “기독교가 강조하는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 개념이 남북관계에 필요하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류길재 전 장관은 ‘믿음’이 남북한의 신뢰회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일관된 입장을 갖고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전 장관은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남북을 연결하는 사업을 할 것이다. 북한산림녹화사업 산림방재사업 등 남북호혜적 사업을 지원하고, 이런 행동을 통해 믿음이 쌓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류길재 전 장관은 현재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한 사회의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통일은 가능성이나 이익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해야 할 일인데, 통일비용이나 통일편익 논쟁이 일어나는 등 “통일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에 대한 소망 곧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관용과 용서와 사랑의 정신이 필요하다. 통일시대를 위한 연대와 공감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사랑에 기초한 공감과 연대를 이뤄 진정한 통일준비를 이루도록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자

류길재 전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어 윤영관 교수(서울대)와 박종화 목사(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가 패널로 나서 보다 깊이 있는 대북정책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발제를 이어갔다.

외교 전문가답게 윤영관 교수는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대륙 세력과 미국 일본의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이 두 세력은 통일 한국의 국력이 강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 통일 한국이 반대 세력과 연합해서 적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한반도 통일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통일을 위해서 대륙세력 해양세력의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관계에 앞서 한국의 통일정책이 먼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관 교수는 류 전 장관이 지적한 ‘공감과 연대’를 언급하며, “대북전략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북한 체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것은 이웃사랑이 기본인 기독교의 정신과 부합한다. 성경의 핵심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정부를 향해 “북한과 교류협력의 장을 열고 남과 북의 주민들이 통일을 위한 구심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탈북 주민에 대해 연구하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2만5000명의 탈북자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 이후 북한의) 2500만명을 감당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존중과 빵이 변화 이끈다

같은 맥락에서 박종화 목사도 통일의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정부와 사회는 통일을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몰락’ 또는 ‘3대에 걸친 세습체제의 종식’으로 이해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화 목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정부를 존중하는가? 현 상황에서 신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 남북 모두 체제를 변화시키려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1970~80년대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꽃피고 발전한 시기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였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서서히 자유의식이 싹 틀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일용할 양식을 주면 민주의식이 생길 것이다. 이것을 교회가 합의하고 앞장서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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