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합창단, ‘카롤 시마노프스키’ 종교음악 연주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첫 마스터시리즈 ‘엘리야’
CBS,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서 ‘오페라 배틀’


지난밤 내린 비는 해빙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알렸다.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설날을 보낸 시골 밤의 정적을 갈랐고, 졸졸 흐르던 개울은 철철 소리를 내며 시내를 이룬다. 입춘도 지났고 우수도 보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어느덧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봄의 기운을 받아 겨우내 움츠렸던 문화행사도 기지개를 편다. 연극과 뮤지컬 콘서트까지 모두 관객 맞을 채비에 분주하지만 그중에서도 클래식. 생명이 태동하는 계절과 가장 어울리는 공연은 클래식이 아닐는지. 일찍이 스트라우스와 비발디, 제왕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봄을 탐구하지 않았던가.

올 봄, 계절의 빗장을 활짝 열어주는 명품 클래식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 여럿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 특징. 그들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자.

▲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무대에 올리는 서울시합창단의 공연 모습.

서울시합창단(단장:김명엽)은 정기연주회의 주인공으로 폴란드가 낳은 거장 카롤 시마노프스키를 꺼내들었다. 쇼팽 이후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라 불리는 카롤 시마노프스키. 그는 저작 초기 때만 해도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쾌락을 주제 삼았지만, 말기에 이르면서 종교적인 가사가 깃든 침착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인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고통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아픔을 담은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가 바로 그것이다.

풍부한 음색을 자랑하는 서울시합창단이 웅장한 오르간과 만나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해석한다. ‘주 예수 높이 달리신’ ‘예수 모친 이런 고통’ ‘오 사랑의 샘인 생모여’ ‘사는 동안 내가 울고’ ‘동정 중에 동정이여’ ‘그리스도여 내죽은 뒤’ 등 6곡으로 본 공연을 장식한다. 앞서 1부에서 베토벤의 ‘천사들의 합창’과 톰슨의 ‘다윗의 유언’도 연주한다.

서울시합창단 김명엽 단장이 지휘를 하고, 파이프오르간의 귀재로 손꼽히는 신동일 교수(연세대)가 전곡 반주를 맡는다. 서울시합창단의 138회 정기연주회 <시마노프스키 스타바트 마테르> 국내 초연은 3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청소년(9세~24세)은 전석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성시연)는 첫 번째 마스터시리즈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선택했다. 헨델 바흐와 더불어 3대 걸작으로 꼽히는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그 중 <엘리야>는 멘델스존이 지닌 천재성과 초기 낭만주의 작곡가의 특징을 살려, 곡 전반에 걸쳐 서정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이끌어낸 걸작 중에 걸작이다.

▲ 멘델스존의 <엘리야>와 CBS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보통 <엘리야> 공연은 합창단이 교향악단을 섭외하여 진행하지만, 경기필하모닉은 반대로 세계적인 성악가를 초청해 최고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연을 맡은 사무엘 윤이 엘리야로 분해 열창하고, 한국 테너의 자존심 김재형이 오바댜 역을 맡는다. 또 소프라노 장유리와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이 각각 미망인과 여왕으로 나서며, 서울모테트합창단(단장:박치용)과 서울시합창단이 협연한다. 최고의 성악가과 함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마스터시리즈1 <멘델스존, 엘리야>는 3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CBS(사장:이재천)는 2015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에서 두 명의 피가로를 등장시켜 오페라 배틀을 벌인다. 모차르트의 <파기로의 결혼>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인공인 두 피가로가 한 무대에서 사랑을 놓고 목소리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사무엘 윤이 모차르트의 피가로를, 이태리 오페라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한명원이 로시니의 파가로를 노래한다. 피가로 대 피가로의 열띤 대결 사이에 소프라노 임선혜가 수잔나 역을 맡아 균형추 역할을 하며, 신예 테너 고태영이 알마비바 역으로 출연한다.

두 오페라가 같은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면서도, 여러 등장인물이 겹치거나 새로운 성격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해설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고 공연의 재미를 더해 줄 예정이다. CBS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은 3월 16일과 17일 각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이렇듯 음의 선율을 타고 봄이 다가온다. 365일 만에 접하는 신춘의 기쁨을 더욱 풍성하게 누리기 위해 클래식의 향연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무뎌졌던 감각이 겨울잠을 깨는 순간, 봄날의 싱그러움에 흠뻑 젖어들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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