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지령 1000호 기념 기사 ‘미리 가본 21세기 한국교회’ 얼마나 일치했나

1990년대에 교계가 예측한 미래의 한국교회 모습은 어땠을까? 1993년 11월 27일자 <기독신문> 1000호에는 21세기에 한국교회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측한 기사가 실렸다. 과연 22년 전 한국교회가 꿈꿨던 미래의 모습은 어떠했고, 그 예측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일치할지 1993년과 2015년을 비교해 보자. <편집자 주>
 

예측1)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인들은 계속 노력합니다. 

 敗 90년대의 자연은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테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됐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는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일상화가 되고, 온갖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환경보호를 외쳐대기 시작했던 시대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병 들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을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은 더욱 나빠져 이제 대한민국에는 봄가을이 없어지고 황사를 뛰어넘는 미세먼지의 공습까지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한국교회의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합동교단의 경우 작년 총회에서 기후환경위원회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통합교단이 1992년부터 환경보전위원회를 설치해 활동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전 세계가 함께 나서고 있는 환경보호에는 앞으로 교회가 할 일이 더욱 많다.

예측2) 세계 곳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말씀이 증거됩니다. 

▲ 기독신문(당시 기독신보) 지령 1000호에서 한국교회 21세기를 전망하는 내용을 담아 게재한 삽화.

정보화 시대, 인터넷 시대는 공간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 나라도 바로 우리 옆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복음 전파는 90년대에 비견하자면 조금은 편리해진 측면도 있다. 또한 선교지에서 교회개척이 선교사들의 주된 사역이었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선교, NGO 단체를 통한 선교, 한류를 이용한 선교, 방송을 통한 선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90년대 교회 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기록을 세웠던 선교사 파송 숫자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교회는 더 이상 성도들이 찾지 않게 되었고, 이를 통한 재정문제는 선교사 파송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또한 이제 90년대에 파송했던 선교사들이 은퇴 연령에 다다랐고, 강경 이슬람 세력의 확장, 비자 발급의 어려움 등 복음 전파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진 것은 한국교회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예측3) 교회 안에서 여성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여성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90년대나 21세기나 한국교회 내 여성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90년대 이후 통합교단에서부터 기성, 예장백석, 기침이 연이어 여성안수를 결의했으나 지금까지도 여성장로와 여성목사는 한국교회 안에서 특이한 집단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통합교단에서도 여성 총대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합동교단은 아직까지도 여성 안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작년 총회에서는 총신 신대원에서 여성들의 목회학석사(M.Div) 과정 입학을 제한하기로 했다가 거센 비판에 뒤늦게 취소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봐도 예나 지금이나 각종 봉사와 섬김은 여성들의 몫이지만 그 권리를 보장받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사모들만을 위한 세미나라든지 캠프와 같은 사역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헌신에 비해 대우가 신통치 않다. 최근 들어 합동 교단에서 선교지에서의 여성 선교사 성례권을 인정하고 전국CE에서는 여성대회를 통해 여성 지도력을 이끌어 내는 등 신선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예측4) 활발한 평신도들의 신앙 활동이 21세기 교회를 성장시키는 주요 요소가 됩니다.

교회의 99%를 차지하는 평신도들의 헌신 없이는 교회가 굴러가지 못할 정도로 평신도들의 성장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제자훈련과 같이 ‘평신도를 동역자로 세우는’ 평신도 교육프로그램은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1984년 초판된 <평신도를 깨운다>가 90년대 교계에 지속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것에 미루어보면 당시에도 제자훈련의 중요성과 그 파급력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 운동은 교단 내에서도 남전도연합회, 여전도연합회, CE, 주일학교연합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해오고 있다. 내적으로는 신앙의 성숙을 위해, 외적으로는 복음전파와 사회운동을 위해 헌신한 평신도는 한국장로교가 100주년을 맞이하며 부흥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숨은 영웅들이다. 지금까지도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평신도 운동은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한국교회의 발전을 이끌어 갈 것이다.

예측5) 가정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교회가 많은 도움을 제공하게 됩니다.

하루 평균 316건의 이혼, 2013년 대비 44% 증가한 아동 학대,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5배나 높은 가정폭력 사건…. 시간이 지날수록 가정 문제가 급증할 것이라는 것은 90년대에도 예견 가능한 일이었을까? 예상대로 무너진 가정의 회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이패밀리,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한국가정사역협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가정을 위해 사역하고 있고, 교회 내에서도 부부학교, 아기학교, 결혼준비학교 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역에도 교회가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주일학교 교육을 가정과 연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교회에 있어 가정 사역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6) 발달된 과학문명이 복음 전파에 적절하게 이용됩니다. 

1993년에 이렇게 정확한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과학문명, 특히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마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각종 소식들을 올린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교회와 신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독교 방송에서는 켜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도, 외국에 있는 유명 찬양대의 찬양도 집에서 들을 수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복음 전파의 지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국회에 종교차별법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둥, 서울에서 동성애 축제가 열린다는 둥 각종 소식들이 카카오톡으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밴드를 통해 성도들은 실시간으로 교제하고, 봉사팀들끼리 간편한 회의를 진행한다. 팟캐스트에서는 좋아하는 목사의 설교를 골라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인터넷의 발달은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 역시 순식간에 퍼지고 다시 주워 담기 힘들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예측7) 교인들의 활발한 문화 활동으로 기독문화가 사회문화를 주도합니다. 

90년대에 기독문화가 대중문화를 주도했다면 현재는 기독문화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모양새다. 스타급 CCM 가수들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콘서트를 진행하고, 교회 안에서 문학의 밤과 같은 행사들이 열리며 일반 영화나 서적에도 기독교 정신이 깃들어 있었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빠르게 변화한 대중문화를 기독문화가 도통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미 세상문화에 빼앗긴 다음 세대들을 어떻게 되찾아올지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정도다.

다행히 최근 몇 년에 걸쳐 기독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장르로 떠오르면서 극영화까지 진출, 조금씩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또한 <노아>나 <엑소더스> 같이 할리우드에서 성경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앞으로는 ‘하나님’ ‘복음’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는 기독문화가 아닌 사회에 파고들어 영향을 끼칠 넓은 의미의 기독문화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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