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구역장에게 구역은 먹이였다
‘떠나라’ 요구에 ‘구원하고 가야지’ 버텨 … ‘돈놀이’ 구역장 종적 감추자 줄줄이 교회 떠나
본질 변화 없는 구역 조직 전환은 오히려 혼란 … 헌신된 구역장이 교회 건강성 열쇠


‘구역예배는 한국 교회 성장 원동력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에는 구역이라는 조직이 바탕이 됐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구역예배는 교회의 주요 사역 중 하나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구역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구역장이 이단으로 넘어가면서 구역원 전체가 덩달아 이단에 빠지기도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구역장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보고, 성숙한 구역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1964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과로로 병원에 입원했다. 1958년 천막에서 예배를 드린 교회가 불과 6년 만에 2000명을 넘어서면서 목회에 한계가 왔던 것.

병원에 있던 조용기 목사는 출애굽기 18장 18절 “이 일이 네게 너무 중함이라 네가 혼자 할 수 없으리라”는 말씀에서 눈을 멈췄다. 그리고 많은 성도를 모두 맡아 목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다음날 교회 장로들과 집사들을 모두 불러놓고 이 말씀을 나누고 목회사역에 큰 변화를 주었다. 바로 ‘구역조직’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구역장=목자’ 의식 있어야

구역조직은 50년 넘게 한국교회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구역이 없었으면, 지금의 한국교회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성도들이 구역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삶을 나누었고, 신앙을 키워왔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주축대 같았던 구역조직이 어느 때부터인가 흔들리고 있다. 산업화와 개인주의, 도시화도 원인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가 구역장 교육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조용기 목사의 결단에서 볼 수 있듯이 구역조직은 또 다른 목양이다. 즉 담임목사와 구역장이 함께 목양하며 동역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이 미숙한 구역장에게 일임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 됐다. 즉 준비 안 된 구역장을 무분별로 세웠기 때문에 구역 전체가 죽고 교회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 구역 부흥은 한국교회 부흥과 직결했다. 하지만 허술한 구역관리와 미성숙한 구역장 때문에 위기를 맞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교회는 구역장 교육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모 교회 구역예배 모습.
이단에 빠진 우리 구역장

단순히 신앙 연수가 오래되었다고 구역장으로 세우는 교회가 적지 않다. 교회는 연말이 되면 “구역장이 되면 본인도 훈련되고 신앙도 깊어진다”면서 교회 리더들을 다독인다. 또한 일부 성도들은 ‘구역장=감투’로 오해하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구역장을 세우다 보니 사고도 적지 않다.

경기도 수원 A교회는 제자훈련으로 입소문이 난 교회다. 잘 갖춰진 제자훈련 시스템 때문에 A교회는 이단문제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는 이단에 빠진 교인 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가 <이단신천지 대처법>에서 밝혔듯이 제자훈련이 잘 되어 있고 성령이 충만한 교회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A교회 안에도 이단이 있었다. 그것도 구역장이 이단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구역장 P씨는 40년 넘게 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봉사부장에 여전도회 회장까지 맡고 있었다. 불신자였던 남편도 전도해서 집사안수를 받게 하는 등 모든 부분에 칭찬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그렇게 신앙이 좋아 보였던 P씨는 알고 보니 신천지에 빠져 있었다. 이단에서 몰래 공부하면서 토요일에는 이단 교회에 가고, 주일에는 A교회에서 봉사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교회는 뒤늦게 P씨가 신천지 신도임을 알게 됐다. A교회 담임목사는 P씨를 불러 “교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신천지로 가라”고 했다. 그러자 P씨는 당당히 “여기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가야지, 어디로 가냐?”며 버텼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미 구역원 10명 중 8명을 포섭한 상황이었고, 가족 전체도 신천지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A교회 담임목사는 “P씨가 구역예배와 구역원 관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제 돌이켜 보니 신천지로 빼가기 위해 열을 올렸던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런 상황은 대형 교회라고, 셀조직·목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남의 모 대형 교회도 신천지에 빠진 셀리더(구역장)가 셀원(구역원)들을 데리고 집단으로 이적한 예도 있다. 또한 서울 강북의 모 교회도 순장(구역장)의 잇따른 신천지행이 문제가 돼 순장 선발 때 2시간 넘는 혹독한 면접을 실시한다. 여기에 순장이 되기 위한 필수코스인 제자훈련도 두 배 이상 강화시켰다.
 
구역장, 사채로 교회 망쳐

허술한 구역장 관리는 이단뿐만 아니라 금전거래에서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서울 서초구 B교회는 2년 전 구역장의 돈거래로 곤혹을 치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8년 B교회에 K집사가 등록했다. 보험사 모집인 출신인 K집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인들과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는 특히 교회 중직자들과 깊은 친분을 쌓아갔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 당회원의 생일뿐만 아니라 부인 권사의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챙겼다고.

이렇게 교회 중직자들과 친분을 쌓은 그는 B교회 등록 이듬해에는 집사가 되고 그 다음해에는 구역장이 됐다. 새신자가 불과 2년 만인 2010년에 구역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구역장 K집사의 사역은 날개를 단 것 같았다. 구역장뿐만 아니라 새가족위원회, 찬양대, 선교위원회 등 타인의 눈에 띠는 사역에는 꼭 들어 있었다. 그리고 쾌활하고 부드러운 그의 성격에 모두가 매료됐다.

그러나 K집사의 활동 밑에 숨어 있던 검은 거래는 아무도 몰랐다. K집사는 교회 내 재력이 있는 중직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다. 그는 이들에게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함께 해보자” “충남 모처가 개발된다. 지금 사놓으면 10배 이상 오른다”며 돈을 받아갔다. 그리고 매달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나눠주며 신뢰를 쌓아갔다.

사실 K집사가 나눠준 이자는 구역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구역원들에게도 높은 이자를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구역원 6명 중에 4명이 통장을 아예 맡길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고 한다.

이렇게 3년 동안 돈놀이를 하면서 K집사는 실제로 지방에 농장도 사고, 주택도 구입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매달 들어오던 이자가 2~3개월 이상 미뤄지더니 급기야 K집사가 종적을 감춰버리면서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B교회는 K집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당시 돈거래에 연루되었던 장로와 권사, 구역원들이 줄줄이 교회를 떠나게 됐다.
 
“예배·전도·친교의 조직돼야”

신현수 목사의 <구역장 바로세우기>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흥이라는 현상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즉 “구역은 낡고 퇴보된 것”이라는 인식아래 조직을 셀이나 목장으로 전환시키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만 자초한다는 것이다. 껍데기만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뜻.

신현수 목사는 따라서 오히려 한국교회의 장점인 구역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구역은 교회가 외적 성장보다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질적인 부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공동체”라면서 “한국교회가 성장한 이유도 구역조직이었고 그 핵심에는 헌신된 구역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수 목사는 따라서 구역을 회복시키고, 구역장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교회가 다시 생명력을 얻고 복음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역이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예배와 전도 중심의 구역 활동에서 어느 순간부터 친교 중심의 모임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역모임이 어느 한 곳에 치우쳐서는 안 되며 예배와 나눔과 친교와 사역이 고르게 이루어져야 부흥하는 구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구역 활성화의 중심에는 바로 구역장이 있다. 구역장의 열심이 구역부흥을 이룬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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