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로교 : 역사와 신학 - ⑤ 장로교 정체의 교회론적 본질과 의의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에 기초한 가장 성경적이고 민주적인 대의정치 제도 따라
머리되신 그리스도와 말씀에 복종하는 교회가 참된 교회이며 선한 영향력 발휘


 
▲ 김길성 교수총신신대원 명예·조직신학
Ⅰ. 들어가는 말

장로회 정치는 대의(代議)를 특징으로 한 교회 정치체제(the system of the church government)이다. 우리 교단의 공식명칭은 대한예수교장로회(The Presbyterian Church in Korea)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 의하면, 장로회 정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정치는 “지교회 교인들이 장로를 선택하여 당회를 조직하고 그 당회로 하여금 치리권을 행사하게 하는 주권이 교인들에게 있는 민주적 정치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정치에서 권위는 성도들이 선거한 대표자들에게 있고 모든 교직자들은 동일한 수준에 있다. 성도들은 치리장로들(Ruling elders)을 대표자들로 선택하여 그들과 담임목사로 하여금 대의정치를 행하게 한다.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되는 당회 외에 광대회의들(노회, 대회, 총회)이 있어 소회의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처리한다.

장로회 정치는 성경에서 가르친 정치체제(정체)이지만, 초대교회 이후 종교개혁이전까지 사실상 로마교회의 지배 하에서 성경적 장로주의의 모형을 찾기란 어렵다.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1509~1564)은 성경말씀에 따라, 매몰된 장로회적인 교리들과 원리들을 부활시켜 근대 장로교회를 조직한 사람이다. 칼빈에 의해 근대 장로교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되었고, 요한 낙스(c. 1514~1572)와 앤드류 멜빌(1545~1622) 등에 의해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꽃이 피게 되었으며, 선교사들에 의해 이 땅에 전래되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한국에 선교사로 왔던 미국의 남장로교회(PCUS, 일명 Southern Presbyterian Church), 북장로교회(PCUSA, 일명 Northern Presbyterian Church), 호주장로교회, 캐나다장로교회에서 파송한 4개 선교부 소속 선교사들이 1901년 평양장로회신학교를 설립하고 목회자 양성을 시작하면서, 이 땅에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선교사역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 시대(1901~ 1906년) 동안, 1904년에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5000부가 출판되었고, 이듬해 1905년에는 교회의 신경을 공의회가 채용하게 되었고, 다시 1907년 9월 17일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소집된 제1회 노회(독노회)에서 신경과 규칙을 정식 채택하게 되었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서경조, 한석진, 송인서, 양전백, 방기창, 길선주, 이기풍 일곱 사람이 목사로 장립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1912년에는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조직되어 이 땅에 장로교회가 총회로 출범하게 되었다. 장로교회의 신앙고백과 관련하여, 1907년 독노회시 12신조와 성경 소요리문답[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정식으로 채택하게 되었고, 웨스트민스터 신도게요와 대요리문답은 ‘성경을 밝히 해석한 책인즉, 우리 교회와 신학교에서 마땅히 가르칠 것으로’ 독노회시 결의하였으나, 그 후 1963년 제48회 총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어 12신조와 웨스트민스터 신도게요 및 대소요리문답 전체가 교회의 신앙고백이 되었다.
 
Ⅱ. 장로교회의 기원과 특징

장로교회(The Presbyterian Church)의 특징을 알려고 하면, 먼저 장로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장로회의 기원은 성경역사의 상고대로 돌아간다. 이 제도는 모세(출 3:16, 4:29, 30, 민 11:16)와 사도(행 14:23, 18:4, 딛 1:5, 벧전 5:1, 약 5:14) 때에 일찍이 있던 성경적 제도이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로 초대교회 이후 매몰된 장로교회의 회복의 의미에서 장로교회의 시작은 종교개혁(the Reformation)으로부터 시작된 기독교회(The Christian Church) 또는 개신교(the Protestant Church)에 속한다.

종교개혁자 루터(1483~1546)와 츠빙글리(1484~1531), 그리고 칼빈의 종교개혁사상을 따르는 개신교에는, 장로교회 외에도 루터교회, 성공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순복음교회 등이 있고, 이 개신교회들은 헬라 정교회와 러시아 정교회가 중심을 이루는 동방교회와 로마의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교회 또는 로마가톨릭교회(일명 천주교회)와 크게 구분된다. 기독교회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여러 교파로 나누어진 것은 각 교파가 지향하고 강조하는 신학적 전제 때문이다. 이 교회들은 한 하나님을 믿으며, 성경을 신앙의 기준으로 삼지만, 동시에 그들이 믿는 교리와 교회정치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서방교회(The Western Church) 또는 로마가톨릭교회(Roman Catholic Church, 일명 천주교회)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면서도, 교회의 회의를 성경과 같이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또한 성경을 기록된 전승으로 받는 동시에 교회의 전승을 기록되지 않은 전승으로 동등하게 신자들의 신앙과 생활에 규범이 된다고 주장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정치를 채택하고, 교황을 정점으로 지상의 교회를 다스린다. 서방교회 전통에 서 있는 로마가톨릭교회가 택한 이러한 교황정치 제도는 인위적이고 세속적이며 비성경적인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동방교회(The Oriental Church)는 동부유럽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헬라 정교회(Greek Orthodox Church)와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를 이루고 있으며, 의식과 신비현상을 중시하고 있으며, 교황을 중심한 단일 체제의 로마가톨릭교회를 배척하지만, 이들도 감독단을 중심한 교회체제를 유지하고, 로마가톨릭교회와 유사한 의식의 전승을 강조한다.

그리고 서방교회의 전통에 서 있으면서도, 성경에서 벗어난 로마가톨릭교회의 전통을 거부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에 서 있는 개신교회(The Protestant Church)는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이라고 하는 동일한 신학적 전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교파로 나누어져 있다. 성경을 신앙과 생활의 권위로 인정하면서도 교회의 전통과 이성을 성경과 동일한 수준으로 두는 루터교회, 신구약 계시의 통일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구약이 신약 안에서 폐지되었다고 보고 신약의 권위를 구약보다 위에 두는 침례교회, 중생이후 위기체험을 강조하고 성결의 체험을 강조하는 성결교회, 중생이후 위기체험을 강조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추구하는 감리교회, 중생이후 성령세례의 체험을 강조하되 특히 방언의 은사를 강조하는 순복음교회, 온건한 개혁주의 전통에 서 있으나 교회의 전통을 동시에 강조하는 성공회, 기타 국가교회, 전국교회, 무교회주의 등, 우리가 속한 장로교회 외에도 다양한 교파와 정체들이 있다.

한편, 개혁파(또는 개혁주의) 장로교회(Reformed Presbyterian Church)는 그들의 교회 정치의 전부가 성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그 근본적 원리들이 성경에서 직접 인출된다고 말한다. 대체로, 개혁주의라는 말은 중세 로마가톨릭의 경직되고 폐쇄된 성경이해와 해석에 대항하여,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sola scriptura, sola gratia, sola fide, solus christus, soli deo gloria)을 외쳤던 종교 개혁자들인 루터, 츠빙글리, 칼빈으로 대표되는 개신교(Protestant) 신학자들 중에서도 루터교(Lutheranism)와 구별되는 신학, 특히 요한 칼빈과 그의 신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신학을 일컫는 말로 오래 동안 사용되어 왔다. 개혁신앙(Reformed Faith),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 개혁[파]교회(Reformed Church) 등이 흔히 사용되었고, 개혁신학 전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개혁주의’라는 말은 영어의 ‘Reformed’라는 말의 역어이다. 따라서 개혁파 또는 개혁주의 장로교회는 개혁신학의 전통에 기초하면서 동시에 교회정치에 있어서 장로교회 정치체제를 따르는 교회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역사적으로, 정통 칼빈주의 신학, 역사적 개혁신학, 청교도 장로교신학이 개혁주의 장로교회의 뿌리요 출발이다. 장로교회는 개혁주의 또는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의 터 위에 기초하고 있는 가장 성경적이고, 민주적인 대의정치 제도인 것이 분명하다.
 
III. 나가는 말

미국 구 프린스턴 신학(Old Princeton Theology)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찰스 하지(Charles Hodge)는 성경이 정한 교회의 지도적 원리들로, 직원들의 평등성, 회중의 권리, 교회의 통일성을 제시한다. 미국의 칼빈 신학교 교수 루이스 벌콥(Louis Berkhof)은 개혁파 또는 장로교제도의 근본 원리로 다섯 가지를 말한다.

1.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와 권위의 원천이시다. 2. 말씀은 권위행사의 방편이시다. 3. 왕이신 그리스도는 교회에 권세를 부여하셨다. 4. 그리스도는 대표적 기관들에 의해 이 권세를 행사하도록 준비하셨다. 5. 교회의 권세는 우선적으로 지교회의 치리회에 있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은 교회의 정치원리로, 양심 자유, 교회 자유, 교회의 직원과 그 책임, 진리와 행위의 관계, 직원의 자격, 직원 선거권, 치리권, 권징 등 여덟 가지를 말한다. 종합하여 말하면, 이 장로회 정치제도는 대의적 정치제도이면서, 동시에 권위와 자유의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로회주의 정치에서, 대표와 회중을 포함한 교회체제 양 편에 교회의 통치 권능이 주어졌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회중은 치리장로를 선출하여 그들에게 주어진 통치권을 행사하고, 치리장로와 담임목사가 함께 사역하게 한다. 선택된 후보자를 임명하는 권한은 그리스도 자신에게 있고, 그 임명권은 그리스도가 세운 직원을 통하여 치리한다. 따라서 교회의 권세는 영적(Spiritual)인 동시에 사역적(Ministerial)이다(행 20:28; 고후 10:4; 엡 4:12).

장로회 정치는 대의(代議)를 특징으로 한 교회 정치체제이다. 성경에서 가르친 직임들은 역사적으로 피와 땀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에베소서 4장 11절과 디모데전서 5장 17절이 가르치는 대로, 다스림(치리, Ruling)과 더불어 말씀(Preaching)과 가르침(Teaching)에 수고하는 목사들은 이 일에 전념해야 한다(행 6:4). 동시에 장로교회는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사라져버린 장로들(치리장로들, Ruling elders)의 직분을 회복시켰다. 따라서 치리장로들은 목사의 동반자로서 그 제도가 표현하려는 성경적 정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서 설교하고, 가르치고, 성례를 시행하는 기능은 주로 목사의 기능이요, 다스리는 일은 목사와 장로를 포함한 모든 장로들의 기능이다. 그리고 교회 안팎의 구제와 섬김의 사역을 담당하는 집사직에 대해서도 그 온전한 직분의 회복이 필요하다. 목사와 장로와 집사는 통상직원 중 항존직에 속하고, 임시직으로 전도사, 전도인, 남녀 서리 집사, 권사 등이 있고, 준직원으로 목사후보생과 강도사가 있다. 따라서 장로회주의는 1) 장로들에 의한 치리요, 동시에, 2) 성직의 평등을 말하며, 또한, 3) 성직자의 치리권과 성도들의 기본권을 균등하게 인정한다.

교회에서 선출되는 모든 직분들이 사람의 손을 거치기는 하지만, 교회의 직분을 세울 때는 교회의 모든 제도에 앞서서,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교회의 직임에로 부르시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교회를 위해 주신 직분은 전부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된 영적 권세와 사역적 권세의 사용인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후 10:4; 행 20:28). 그러므로 세속적인 힘이 교회를 지배할 수 없고, 머리되신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에 복종하는 교회가 참된 교회이며, 이런 교회야말로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으로 그리스도의 대위임령(The Great Commission of Christ, 마 28:18-20)과 문화명령(The Cultural Mandate, 창 1:28)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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