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자부심으로 최고의 맛 빚어낸다

‘군인에 최상의 김치 제공’ 마음으로 납품, 매년 최우수 평가
솔직한 신앙양심이 변함없는 사업 노하우



“저는 CEO로서 지면에 소개될 인물이 못 됩니다. 그저, 하나님이 맡겨준 상이군경회 식품사업소장으로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알려지는 것은 진짜 교만입니다.”

1년 매출액만 120억원에 달하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식품사업소장을 이끌고 있는 박문수 장로(69·푸른누리교회)는 인터뷰를 하자니까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사업 얘기 대신 새해에 쓴 자작시를 암송하며 세상이 흔들리고 한국교회가 비틀거리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십자가 밑에 엎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장로는 젊었을 때 고향인 여수에서 8년 동안 정당인으로 활동했다. 잘 나갈 때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모 정치인이 낙선하면서 1억원이 넘는 빚이 고스란히 사무국장인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함께 일했던 정치인과 지망생들은 다 도망갔지만, 그는 홀로 남아 지구당을 정리하고 빚잔치를 끝냈다. 당시 그의 수중에 남은 돈은 340만원 뿐이었다. 그런 뒤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상경했다.

“연희동 언덕배기 시립 아파트 9평 월세 방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남산에 올라가 서울의 야경을 쳐다보는데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이 참 쓸쓸하더군요. 밤새 배회하다가 새벽에 집근처에 있는 연희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사업의 주제도 새벽에 하늘 문을 두드리면서 그때 기도로 깨달았다. 그는 해조류와 건미역 건다시마를 정부로부터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이군경회 사업으로 개발하여 국방부에 납품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도에 몰입했다. 사업계획안이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사업심의회를 통과하여 국가보훈처에 수익사업 승인을 요청하자, 해조류 사업은 7일 전에 이미 다른 보훈단체에 승인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장로가 1년 동안 추진했던 사업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는 칩거하며 기도만 했다.

그러던 새벽, 이상한 꿈을 꾸고 곧장 허가가 난 타 단체의 해조류 가공공장 주소가 궁금하여 알아봤다. 경기도 파주 인근 지역이었다. 그런데 건미역 공장은 여건상 해안이 인접한 곳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파주지역이라는 점이 이상하여 현장을 가봤더니 공장 자체가 없었다. 결국 유령사업장이였다. 그는 부당하게 처리된 사업의 인허가를 행정 취소하고 적법한 절차를 필한 상이군경회에 해조류의 수익사업 승인을 요청하는 민원을 청와대 감사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정부 사정기관에 넣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상이군경회의 민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곳은 없었다.

모 언론사에서 취재에 들어가니까 결국 그 단체에서 사업을 포기하여 해조류 사업은 잃은 지 만 1년 만에 상이군경회 사업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국방부 조달본부에서 상이군경회는 해조류 김치 고추장 3품목을 수의계약 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이중 1품목만 지정하여 신청하라는 것입니다. 이 3품목의 각 경영 관리자 중 물량이 제일 적고 2순위 관리자 자격인 저는 이젠 또 틀렸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작심을 하고 새벽기도에 매달렸다. 그런데 꿈에 파란 배추밭 가운데 포기를 갈라논 배추사이로 빨간 고추가 어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 대로변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구경을 하면서 박 장로의 아들이 태어났다고 일러 주었다. 그는 꿈을 꾸고도 그 계시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사업을 접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2주 후, 예상치도 않았는데 상이군경회 회장과 청와대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필요성을 간곡히 설명한 결과 지원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청와대를 나왔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해조류가 아닌 김치군납 사업의 식품사업 본부장의 임명장과 사업총괄 훈련을 받았다.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하나님의 섭리였다.

박 장로는 첫 해 28억원으로 출발하여 10년이 지난 지금은 김치사업 하나로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약속대로 매년 투명하게 결산한 순 이익의 전부를 본부에 고스란히 회원 복지 지원금으로 집행하고 있다. 상이군경회 식품사업본부가 군부대에 납품하는 김치는 포기김치, 맛김치, 백김치, 열무김치, 알타리김치 등 5종류다. 인천, 춘천, 양주, 부여, 진주 등 5개 권역별 공장에서 하루에 각각 7톤에서 12톤에 해당하는 김치를 생산하여 군부대에 납품한다. 지금까지 시판은 전혀 고려치도 않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군납뿐만 아니라 시중에도 조금씩 판로를 개척하여 나가고 있다.

“군납은 정말 까다롭습니다. 쉽게 보시면 안 됩니다. 모든 식재료는 국산만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건강 위생에 중점을 두고 안전한 먹거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시판은 군납단가를 기초로 원부자재를 완전 국내산만 사용했을 때 1kg당 4000원이 고객의 서비스에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깐 이윤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 장로는 군납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며, 매년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정해진 단가를 기초로 정부로부터 수의계약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늘 최상의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 장로는 이러한 점이 부담이 되지만,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군납은 1년 전에 미리 입찰이 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그해 배추 값에 따라 시세가 달라져 극심한 가뭄이나 지루한 장마로 인해 한 해에 8억 9000만원의 손해를 본 적도 있다며, 죽고 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고 고백한다.

각 공장별로 오전 8시가 되면 자가품질검열을 위해 군 생산 감독관이 찾아와 생산지를 확인하고, 각종 식자재를 검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준비부터 생산까지 모든 시스템을 사전에 완벽하게 해야만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장로는 식품의약안전청에서도 인정할 만큼 상이군경회 식품사업소에서 납품하는 김치는 최고라며 자부하고 있다. 매년 국방부에서 실시하는 품평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올(ALL) A를 받아 하자가 없는 제품으로 평가가 높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에 종사하는 자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자부심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제품을 만들어 납품해야 합니다. 정직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 장로는 국방부에서 제시한 래시피대로 하면 김치사업가는 정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힘든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정직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직원을 채용할 때도 목사 추천서와 매주 회사에서 드리는 수요예배에 참석할 것을 요청한다. 공장장이나 팀장에게 신앙의 깊이를 더 요구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최근에 상이군경회 식품사업소내에서는 군납 이 외에 시판을 목적으로 <햇빛마을 맘스인> 김치를 내놓았다. 19가지의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정갈한 ‘엄마손’ 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뜻을 세우고, 또 다른 판로에 시동을 걸었다.

박장로가 일하는 집무실에는 누가복음 4장 5절~6절의 성구가 걸려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새기며 다짐하는 어부들이 예수를 따르는 말씀이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리리이다 하고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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