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련의 발전을 위해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여전련 총회에서 표어를 제창하는 장면.

여성 리더십 적극 키우는 역할 더 커졌다

교단·사회 넘나들며 시대적 책임 다했던 전통 바탕, 순수 여성단체로 새 동력 얻어가야

한국에 복음이 들어온 지 13년 만에 평양 널다리골교회에 최초의 개교회 여전도회가 창립된 것이 전국여전도회연합회의 시초가 됐다. 목적은 ‘전도와 선교’였다. 교회 여성들은 당시 난국에 처한 우리나라와 민족을 구원하는 길은 복음 전파임을 깨닫고, 더욱 효율적인 전도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개교회 여전도회로 각기 활동을 시작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방연합회와 노회연합 여전도회가 조직돼 전도의 불길은 뜨겁게 타올랐다. 국내전도뿐만 아니라 외지선교에까지 눈을 뜨게 된 교회 여성들은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장로교의 해외선교 사업을 돕기 위해 전국여전도회연합회를 구성하게 된다.

1946년 재건총회로 모인 전국여전도회연합회는 한국전쟁과 장로교 분열 등을 거치면서도 전도와 선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일을 계속했으며 대치동 총회회관을 지을 때에는 당시 여전도회관을 팔아 헌금하는 등 총회의 일에도 적극 협조했다.

순수 전도만을 위한 여성 평신도 모임

올해 79회기를 맞은 전국여전도회연합회는 지금까지도 선교와 구제에 앞장서며 32개 미자립교회, 17명 선교사, 43명 군목을 후원하고, 교도소, 장애인, 북한에 이르기까지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 AX국에 직업훈련고등학교를 세우고 탄자니아에 제자훈련학교를 완공시키며, 미주 인디언 선교에까지 나서는 등 전 세계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는 데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이렇듯 전국 여전련은 다양한 선교활동을 진행하면서 교단 내 ‘여성 파워’를 증명해왔으며, 총회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발 벗고 나서왔다. 개교회에서도 여성들의 섬김이 없으면 교회가 운영되지 않듯이, 총회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여전련은 총회 산하에서 여성 평신도가 주축이 된 유일한 단체로, 일부 단체들이 단체장을 거쳐 총회의 정치 중심부로 들어가려는 인사들의 모임이 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도 오직 처음 목적대로 ‘전도와 선교’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총회에서 지원금조차 받지 않지만 임역원들이 자비량으로 선교여행을 다니며 후원을 감당하고 있다.

섬길 일꾼 부족해 고민 커져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섬기는 일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전국 여전련의 가장 큰 고민이다. 주중 사역이 거의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주일조차 소속 교회를 섬기거나 유일하게 쉬는 날이기 때문에 전국 사역까지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매달 열리는 기도회도 참석자가 10명 남짓으로 크게 줄었고, 회장 정수자 권사는 작년 총회에서 연임까지 했다. 정 권사는 “서로 임원을 하겠다고 욕심을 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섬기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퇴하거나 여유가 있어 사역을 할 수 있는 나이도 60~70대로 급속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각 교회가 점차 전도회를 없애는 추세인데다 총회에서도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 사태를 부추겼다. 예장통합의 경우 제9회 총회 결의 이후 지금까지도 1월 셋째 주를 여전도회 주일로 정하고 총회장이 직접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여전련이 건물과 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실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우수 여성 인력까지 타 교단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잦아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일에 여전련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총회 내 여성 사역, 여성 인권, 여성 자립에 목소리를 내어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 총대가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원하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회 산하 유일한 여성단체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과 시급성은 더욱 높다.

회원 교육과 회관 건립 남은 숙제

인원감소와 재정문제는 회원 교육과 자기계발 문제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도와 선교 사역 이외에 회원들을 위한 사역을 전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초창기 여전도회는 전도 집회와 부흥 사경회를 개최하고, 부인성경야학이라는 이름으로 밤마다 모여 성경공부를 실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90% 이상이 문맹이던 그 당시에 부인을 위한 야학을 하는 것은 당시 정치적, 사회적 제약을 받던 여성들에게 크고도 의미 있는 사역이었다. 이런 사회적 책임에 앞장 서 왔던 전국 여전련이, 현재 회원들을 위한 사역이 전무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에 전국 여전련은 올해부터 젊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여행 및 단기연수 코스를 계획 중이다. 그동안 임원 위주로 선교지를 방문해 독려했다면, 이제는 젊은 회원들이 선교지를 경험하며 전도와 선교의 필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회원들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 여전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도회관 건립이다. 매입해 놓은 염곡동 부지의 규제가 풀려 회관을 짓고, 그 수익을 통해 선교사역과 교육사역들을 진행하는 것이 숙제로 남겨져 있다. 전국 여전련 최경옥 총무는 “현재는 회원들의 귀한 쌈짓돈을 모아 아끼고 아껴 사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관 건립이 속히 이루어져 회원들의 부담을 덜고 더 보람 있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총회와 교회가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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