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곤 목사(부산성지교회)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가 소위 ‘갑의 횡포’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이라는 갑질을 비롯하여 부천 모백화점 모녀의 갑질사건, 대형마트 가짜 VIP고객 갑질사건, 식당 손님의 종업원에 대한 갑질사건 등 연이은 갑질 횡포로 우리의 마음을 힘들고 슬프게 하고 있다. 거기다가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의 수습사원 해고사건은 구직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한 전형적인 갑질 사례이다.

갑질의 행태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업무 외 다른 일 요구, 욕설, 반말, 무시, 늦은 결재, 부당한 주말근무와 야근, 향응 요구 등을 대표적인 갑질로 응답했다. 직장인 매거진 M25의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갑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기’, ‘자기 아들 과학 숙제로 병아리의 탄생을 찍어오라고 해서 양계장까지 달려갔던 일’, ‘퇴근했는데 불러내서 자기 술값 계산하라고 했던 일’, ‘벌초까지 가야 했던 일’ 등 황당한 갑질에 당했다는 고발이 있었다. 최근 상영한 영화 <카트>는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의 횡포에 의한 을의 피해를 고발하고 있다.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다가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가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대표인 표창원 교수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속칭 캐디) 성추행’ 사건에 대해 “권력자 혹은 상급자나 고객 등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소위 ‘을’에게 저지르는 성희롱과 성추행은 모두 철저히 합리적 선택에 의해 저지르는 범죄들이다. 즉, 개인적으로는 ‘본능’이 아닌 인지와 사고 등 ‘생각’과 ‘습관’이 문제고, 사회적으로는 문화와 관행이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바로 강자 지향주의와 성공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사회가 낳은 불구적 현상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교회 안에는 이와 같은 갑질이 없는지 질문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500여 년 동안 유교의 영향 아래 있었고, 특히 권위주의, 계급주의, 체면 등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중요시 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교회 안에도 은연 중에 직분을 권위와 계급으로 여기는 경향이 잔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목사와 장로 가운데 하나님이 주신 직분을 세상적인 권위의식과 계급의식으로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문제다. 그리고 기존 교인들 중에, 극히 일부이지만, 새로 출석한 교인들이 교회 안으로 더 들어오려고 할 때 눈에 보이지 않게 가로막는 행태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여전히 교회 안에 묵은 교인의 텃세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을 해결하고, 갑과 을이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종업원에 대한 기업의 파트너의식 등 공동체의식이 우리 사회에 시급히 필요하다.

신앙적으로는 예수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섬김을 받으려고 오지 않고 섬기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높아지려고 하는 자는 낮아지라고 말씀하셨다.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바로 섬김의 영성, 낮아짐의 영성, 종의 영성이 교회와 세상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져나가도록 그리스도인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갑과 을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야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