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로교 : 역사와 신학 ② 장로교 형성과 발전 - 녹스와 스코틀랜드 장로교

녹스가 ‘언약국가’로 세우고자 했던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근간은 성경적 신학
<신앙고백서> <제1, 제2 치리서> 통해 칼빈주의 책임과 의무 충실하게 구체화



 
▲ 문병호 교수총신신대원·조직신학
1. 녹스의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오직 성경으로!

장로교는 단지 교회의 정치 영역에 국한되는 역사적 개념인가? 과연 녹스(John Knox, 1514-1572)에 의해서 수립되고 멜빌(Andrew Melville, 1545-1622)에 의해서 정착된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근본 기치(旗幟)는 어디에 있었는가?

1528년 스물네 살의 패트릭 해밀턴(Patrick Hamilton)이 세인트 앤드루스(Saint Andrews)에서 선 채로 화형당한 사건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씨앗이 되었다. 세례의 의식(儀式)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는 죄목이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의 불길은 처음부터 성경의 진리 문제로 점화되었다. 로이드 존스(Martyn Lloyd Jones)는 녹스를 ‘청교도주의의 설립자’라고 부르면서, 그 이유로 그가 성경을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교회를 ‘뿌리에서부터’ ‘전면적’으로 개혁하였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는 녹스가 제네바에 체류할 당시 영국인들을 목회하며 제네바 성경을 편찬했다는 점과 멜빌 역시 스코틀랜드에 대학 총장으로 초빙되기 전에 제네바에서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연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헬라어 강사로 가르쳤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는 성도가 교회의 직분에 참여하기 전에 먼저 말씀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내적인 경건과 외적인 삶을 강조했다. 녹스가 가장 강조한 것은 ‘양식 있는 설교 사역’이었으며 ‘사람들을 말씀에 헌신된 제자들’로 가르치는데 있었다. 녹스는 스코틀랜드를 ‘언약 국가’(covenanted nation)로 세우고자 하였다. 이렇듯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근간은 성경적 신학에 있었다.
 
2. 녹스의 신학과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the Scotch Confession of Faith)
 
녹스는 화염과 같은 열정으로 복음을 선포한 ‘나팔수’(trumpeter)였을 뿐만 아니라 칼빈의 사상을 충실히 계승, 심화시켜 장로교 신학의 토대를 놓은 신학자였다. 녹스의 수작(秀作) <예정론>을 통하여 우리는 그의 신학적 입장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장로교의 사상적 토대를 파악할 수 있다.

본서에서 녹스는 로마 가톨릭이 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을 부정하고 자질과 공로를 강조하는 사제중보주의에 빠져 적그리스도의 온상이 되었다는 점을 간파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중보자시며 오직 그의 공로와 의로 말미암아 값없이 구원을 얻는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하였다. 많은 스코틀랜드 성도들이 교황이나 여왕이 교회의 머리가 될 수 없다고 외치면서 서슴없이 순교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진리를 믿고 확신하였기 때문이었다.

<예정론>에 전개된 녹스의 사상은 1560년에 공표된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장로교의 맥을 잇는 스코틀랜드 언약신학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신도게요서)와 대소요리 문답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는 총 25개조로 이루어졌는데 그 형식이나 체계 그리고 신학적 사상에 있어서 칼빈이 기초(起草)하여 1536년에 공표한 <제네바 신앙고백서>와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는 말씀이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어 오류가 없다는 성경의 성령영감성과, 하나님의 영원한 선택은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에 따른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말미암는다는 언약신학을 두 축으로 삼는다. 성경은 하나님이 친히 말씀하시는 기록된 말씀으로서 이를 통하여 성도는 신랑이며 목자가 되시는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주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은 전적인 은혜로 창세 전에 택함을 받은 언약의 백성에 속한다. 교회는 이러한 백성의 모임으로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아 한 몸을 이룬다.

이러한 맥락에서 녹스는 교회의 본질을 하나님의 선택에서 찾는다. 그리고 비가시적인 선택의 은혜가 가시적인 교회에서 유형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교회의 세 가지 표지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진실한 선포, 성례의 올바른 거행,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시행되는 권징’(the Word of God truly preached, the sacraments rightly ministered, and the discipline executed according to the Word of God)이라고 확정한다. 그리하여 교회의 직분을 계급시하고 이를 교회의 첫 번째 표지로 삼는 로마 가톨릭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는 칼빈과 우리가 받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을 잇는 훌륭한 가교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녹스는 기독론 안에서 예정론을 다룸으로써 선택의 은혜가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로 말미암는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하고, 선행은 신앙의 열매이고 신앙은 성령의 열매라고 하여 성도의 삶을 강조하며, 무형교회와 유형교회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파악하고, 성례에 있어서 영적인 임재의 비밀을 부각시키며, 교회와 국가의 유기적 연관성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찾고 있다. 이는 녹스가 한 사람의 칼빈주의자라는 사실과 함께 그가 수립한 장로교가 칼빈주의 혹은 개혁주의의 전통 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일깨워주고 있다.
 
3. 장로교 정체(政體)와 스코틀랜드 치리서
 
칼빈의 제네바 종교개혁을 이끈 삼두마차가 <신앙고백서>, <신앙교육서>(catechism), <기독교 강요>였다면, 녹스의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에는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 <일반예식서>(the Book of Common Order), <제 일 치리서>(the First Book of Discipline)가 있었다.

예배, 기도, 성례, 결혼, 공적 회개, 출교, 병자 심방 등을 다룬 <일반예식서>(the Book of Common Order)는 녹스가 제네바에서 영국인들을 목회할 때 다루었던 것을 스코틀랜드의 상황에 맞게 좀 더 면밀하게 보완했을 뿐이다.

장로교의 정체와 관련하여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녹스가 작성한 <제 일 치리서>였다. 여기에는 교회 행정을 위한 당회, 노회, 총회가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목사, 교사, 장로, 집사 외에 감독(superintendent)과 예배를 주재하는 것을 허가 받은 평신도 독경자(讀經者, lay reader)를 두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순교를 각오하고 평신도들이 서로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권고하던 ‘비밀교회’(privy kirks)의 전통이 반영된 것이었다.

녹스의 <제 일 치리서>는 칼빈의 <제네바 교회규칙서>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본 문건의 가장 큰 장점은 그것이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에 선포된 신앙의 조목들을 당시의 사정에 맞게 매우 실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데 있다. 다만 본 문건은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와는 달리 총회의 승인은 받았으나 의회의 법률적 재가는 얻지 못하였다. 그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환기해야 할 교훈을 담고 있는 조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교회에 참되게, 공개적으로 선포되어야 한다. 본장이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교리’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올바른 진리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설교하는 것을 교회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7장. 모든 교회는 기초교육을 수행할 교사(schoolmaster)를 한 사람 두어야 한다. 교재로는 칼빈의 <신앙교육서>가 특정되었다. 여기서 교사라 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변증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갖춘 전문인을 일컫는다.

제9장. 치리의 책벌은 교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효과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절차에 대한 규칙들이 마련되어야 하며 죄에 따라서 천천히 혹은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 극단적 치리는 하나님과 교회 공동체로부터의 출교이다. 이는 완고하여 회개하지 않고 중죄에 속한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회개하는 사람에게는 공적으로 회복할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귀족들과 통치자들 그리고 목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10장. 장로들과 집사들은 매년 각각의 회중들이 뽑는다. 후보자들 중 하나님의 말씀에 가장 지식이 많고 깨끗한 생활과 충실하고 정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출된다. 장로들은 교회의 모든 공적인 일들에 있어서 목사들을 도우며, 목사를 포함하여 성도들의 도덕을 감찰하는 일을 한다. 목사는 법정에 자주 다녀서는 안 되며 은밀하게 위원회의 회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11장. 주일과 주중의 예배 그리고 성례의 거행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성찬은 사분기마다 행할 것을 권하고 교황의 의식들은 폐지되어야 한다. 성경 읽기와 설교는 빼먹거나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가족 교육과 시편 찬송 그리고 기도는 의무로 규정한다.

<제 일 치리서>는 한 교인이 살아가는 가정, 교회, 국가의 삶을 전체적으로 규율하고자 했다. 여기에서 성도의 표지와 교회의 표지가 단지 관념적으로 추구된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장로교 체제를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목사와 장로로 이루어진 교회의 회(會)로부터 노회와 총회로 나아가는 심급이 수립되었으며, 비록 교사의 직분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적으나 전체적으로 칼빈이 강조한 교회의 네 직분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점이 당시로서는 매우 진취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정의 문제를 국가와 교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여긴 점과 교육, 빈민 구제 등에 관하여 교회가 법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장한 점이 본 치리서의 높은 격을 느끼게 한다.

<제 일 치리서>를 작성한 녹스의 여망은 ‘장로교의 대헌장’이라고 불리는 <제2 치리서>(the Second Book of Discipline)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되었다. 이 새로운 치리서는 칼빈주의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를 작성한 이는 제네바의 베자에게서 수학한 멜빌이었다. 그는 자신의 학식과 열정을 모아서 장로교 정치의 금자탑이라고 여겨질 본 문건을 작성하여 총회와 의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본서에서 ‘하나님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아래서 독립적이고 영적인 관할권을 가지고 있으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만 규율을 받는다는 것을 천명했다. 특히 목사의 직분과 관련하여 가르치는 일이 주가 된다고 한 점이 눈에 띤다. 무엇보다 장로회(eldership, assembly)와 관련하여, 그것이 특정한 교회, 지역, 전체 국가, 모든 기독교 국가들로 이루어진 네 가지 종류로 존재하며, 각각의 관할 내에서 순수한 종교와 올바른 규칙을 유지하고 이를 어긴 사람들을 벌하는 기능을 하며, 시민정부에 속한 것은 간섭하지 않는다고 천명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문건들을 통하여 스코틀랜드 교회는 칼빈이 <기독교 강요>에서 다루었던 교회와 성도의 삶,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많은 논의들에 관해 실제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종교개혁의 귀한 열매인 장로교 정체와 사상이 단지 강단의 사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가르치는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을 삶의 전반에 적용하는 양식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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