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장 김광열 교수

‘복음의 빛’은 모든 삶의 영역에 비춰야 한다

세상의 모든 영역에 영향 미치는 ‘포함광대한 복음’ 상실이 교회 위기 불러
지금은 총체적 복음으로 사회 변화시킬 기회…공공성 회복 깊은 고민 나눠야

 

“보수주의자는 복음전도에 집중하다가 사회적 함의를 잃어버릴 수 있다. 자유주의자는 반대로 영혼구원을 놓칠 수 있다. 이 둘 모두 복음의 포함광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교회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는 경고로 들린다. 하지만 이 지적은 한국 보수신학의 기틀을 세운 고 박형룡 박사가 50여 년 전에 한 말이다. 한국 교회는 박형룡 박사를 ‘완고한 보수주의자’로 규정하지만, 박 박사는 ‘온전한 복음의 의미와 실천’을 강조한 신학자였다.

총신대 총체적복음주의연구소장 김광열 교수는 “온전한 복음, 복음의 포함광대함이 개혁주의 신학의 근본”이라며, 카이퍼의 영역주권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정치 사회 경제 학문 예술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비추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개혁신학이 강조한 복음의 포괄성이고, 총체적 복음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포함광대한 복음’

▲ 김광열 교수가 총체적 복음의 부재가 불러온 교회의 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 박형룡 박사도 ‘복음의 포함광대함’을 주창하며, 복음은 영혼구원과 사회사역 모두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가 지금처럼 영혼구원에 힘을 쏟고,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를 강화하는 일에 나선다면, 교회의 신뢰성과 영향력은 회복될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김광열 교수는 최근 연구를 하던 중 박형룡 박사의 저작에서 위의 말씀을 찾아냈다.
“박 박사의 교회론 가운데 ‘교회의 사명’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던 중 이 말씀을 발견했다. 박 박사님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대한 증거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복음전도와 자비사역 두 가지를 제시했다.

세상에 대한 증거적 사명에 있어 보수주의자는 복음전도에만 몰두해서 자비사역을 놓치는 실수를, 자유주의자는 반대로 복음전도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나 자유주의자 모두 복음의 포함광대함을 놓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룡 박사가 언급한 ‘포함광대함’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넓고 큰 것‘을 의미한다. 복음은 단순히 영혼구원을 넘어 이 세상의 모든 부분과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신앙의 보수를 자처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과 우리는 박 박사가 지적한 복음의 포함광대함을 잃어버렸다.
 
복음의 상실이 교회 위기 불러

한국 교회는 영혼구원과 사회를 향한 사역이 동전의 양면처럼 합쳐져야 온전한 복음을 이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김광열 교수는 이 때문에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구제사역이 복음을 실천하는 일이 아니라,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구제사역의 목적이 교회로 비그리스도인들을 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게 됐다.

복음을 잘못 이해한 결과를 지금 한국 교회는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사회에 복음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지 못해 신뢰성까지 최하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온전한 복음을 잃어버렸기에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광열 교수는 2003년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를 개소할 때도 내심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많은 목회자들이 사회적 복음을 이야기하면 영혼구원의 복음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신과 교단 내에서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연구가 일어나고, 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온전한 복음을 주창하는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전한 복음을 실천할 기회

김광열 교수는 지금이 한국 교회가 총체적 복음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영혼구원에 매진하면서, 복지를 강화하는 정부와 사회 현실에 발맞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며 노인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저출산과 청년실업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으며, 세모녀법을 비롯해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 법안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복지는 박형룡 박사가 언급한 복음의 한 축인 ‘자비사역’과 다르지 않다.

김광열 교수는 “현재 정부와 사회는 지속적으로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교회가 그 복지정책을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며 동참해야 한다. 복지 외에도 김영란법을 비롯해 정의사회를 위한 법안도 논의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공의에 입각해 김영란법 제정을 지지하면서, 공공성 회복을 위해 일할 수 있다. 기독 정치인들과 함께 김영란법 같은 사회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사역들이 온전한 복음을 회복하는 일이고, 교회가 잃어버린 영향력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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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복음사역은 전도와 사회적 책임 포괄한다”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소장:김광열 교수)는 ‘오늘은 서울과 조국의 이웃에게, 내일은 북한과 세계의 이웃들에게로!’라는 표어로 2003년 설립됐다. 총체적 복음은 “진정한 복음 사역은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진행해야 하는 사역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아가 “복음은 우주만물과 인간의 전존재를 회복시키는 능력으로서, 온 세상에 드리운 죄악의 모든 잔영들을 걷어내는 복음”을 말한다.

이와 같은 총체적 복음의 의미 속에서 연구소는 매년 정기세미나와 교회네트워크를 통한 복지사역 그리고 다음세대와 미래교회를 위한 사역까지 진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진행한 정기세미나는 총체적 복음의 의미를 고찰하는 신학 강연과 총체적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는 교회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를 통해 통일 물질관 성화 등 다양한 주제가 복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찰했다.

오는 4월 열리는 세미나는 다문화를 주제로 개최한다. 김광열 교수는 “다문화에 대한 이슈는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이에 발맞춰 얼마 전 총신대도 다문화센터를 설립했다. 복음적 다문화 사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문화 사역을 실제로 진행하는 사역자의 경험담을 들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가 힘을 쏟는 사역은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이다. 연구소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2013년 HGM청소년수련회를 개최하고, 청소년들을 총체적 복음의 정신으로 양육해서 이웃을 섬기는 주님의 제자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광열 교수는 “우리는 청소년에게 성경을 가르치지만 그대로 실천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과연 이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라며, 어린이와 청소년 때부터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는 이외에도 서울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등의 교회들을 연결해 사랑나눔기독협의회를 조직하여 지역의 소외이웃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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