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리교육이 주일학교에서는 힘들다는 편견을 전주함께하는교회 유초등부에서는 보기 좋게 깨뜨린다.

 

‘영적 체력 튼튼하게’ 교리교육 집중한다

교리교재 ‘라라라 바이블’ 직접 제작, 눈높이 교육 강화
‘어려울 것’ 편견 깨고 바른신앙 토대 구축 즐거운 학습



소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신앙 연륜이 제법 됐다는 어른들조차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 콘텐츠가 대체 주일학교에서 적용 가능하기는 한 걸까?

전주함께하는교회(오명현 목사)는 모두가 험난하리라 여기는 그 장벽을 건너가는 중이다. 소요리문답은 이미 한 차례 등정했고, 현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라는 또 하나의 봉우리를 향해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 그것도 초등학생 어린 아이들이 말이다.

“복음의 절대 진리를 자꾸만 상대화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신론 타종교 심지어 이단들의 공격 앞에서 교회도, 성도들도 무력화되곤 하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신앙의 기초, 즉 신조와 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명현 목사는 까다로운 교리교육을 주일학교에 도입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앙의 계승이라는 목적을 잃고, 주일학교가 단지 재미와 문화에 치중하다보니 자연히 어린세대들의 영적인 체질은 허약하게 됐다는 반성 그리고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필요는 가능성을 찾아낸다. 함께하는교회 주일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주제들,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을 어떻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으나 결국엔 해내고 말았다.

당초 적절한 외부 교재를 찾아 사용하고자 했지만, 막상 기독서적들을 뒤져보니 주일학교는커녕 성인용 교재조차 찾기 힘들었다. 결론은 ‘우리 힘으로 직접 해보자’였다. 길이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되는 것. ‘라라라 바이블’, 줄여서 ‘라바’라 불리는 함께하는교회 주일학교 브랜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라라라 바이블은 매주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부교역자인 이택남 목사가 1988년 규장문화사에서 발간한 ‘52주 완성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기초로, 한 주간 공부할 핵심 내용을 선정한다. 다음으로 어휘와 문장의 수준을 낮추어 조절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과 만화나 예화자료까지 동원해 예쁘게 꾸며서 일주일 분의 학생용 교재와 교사용 지도서를 완성한다.

완성된 교재는 SNS를 통해 사전에 교사들에게 전달된다. ‘함께하는 주일학교’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에 개설한 밴드에 매주 수요일 차시 교재를 공지하면, 교사들은 이를 다운받아 사전에 예습한다.

교사들은 대부분 이미 담임목사와의 성경공부를 통해 습득한 내용이지만, 각자 담당한 학령에 맞춰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더욱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주일학교 예배시작 30분 전에 열리는 교사모임에서는 마지막 복습과 점검이 다시 이루어진다.

주일학교 예배설교에서도 공과시간과 같은 주제가 다루어진다. PPT를 동원해 주제에 맞는 영상과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핵심단어를 여러 차례 노출시키는 등 준비 단계에서부터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설교가 끝난 후에는 복습게임이나 퀴즈를 통해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했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거친다.

공과공부 시간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쉬운성경과 스스로의 사고력을 동원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공부를 마치면 개인별로 마련된 포트폴리오에 정리하도록 하면서, 앞서 배웠던 내용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모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관련된 요절이나 문답지를 한 주 동안 암송하면서 계속 익히도록 한다.

앞서 소요리문답 공부가 2년 과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공부도 올해 2년차를 맞는다. 새가족이 등록하면 4주간에 걸쳐 창조 타락 구속 등 기독교 신앙의 기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별도 교육을 진행한다.

유초등부 뿐 아니라 중고등부 청년대학부 장년부 등에서도 각기 수준에 맞춘 교리교육이 매주 진행되는 중이다.
 


 

함께하는교회가 규모가 큰 교회도, 오랜 전통을 가진 교회도 아니지만,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분명한 신앙적 정체성을 가지고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각 부서별로 철저하고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루하다고 따분하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성도들 대부분은 ‘바른 믿음’을 추구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스스로 공부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한다.

유초등부 부장을 맡고 있는 정재용 집사는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열심히 키운 아이들이 신앙적인 정체성을 잃고 불신앙이나 이단에 빠지는 것”이라면서 “담임목사님의 주 사역중 하나인 이단상담이 일종의 항암치료라면, 평상시의 교리교육은 예방주사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여기며 교역자들과 교사들 모두 충실을 기하려 한다.”고 말한다.

물론 유초등부 아이들이 연중 교리와만 씨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별도의 주제를 정해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 하면, 분기별로는 부모님이 일일교사로 참여해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여름에는 창조과학캠프에 참여하여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습득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일학교의 중심은 바른 신앙에 토대를 두고, 건강하게 자라는 기독인들을 키우는데 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 ‘순전한 말씀 선포’ ‘개혁주의 신앙실천’ ‘거룩한 사귐과 헌신’은 함께하는교회의 4가지 표지이다. 이 푯대를 향한 발걸음에 주일학교도 큰 몫을 감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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