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 10도에 칼날 같은 바람이 팽목항을 몰아쳤다. 성탄절을 앞둔 12월 20일 여전히 남편과 동생과 조카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다. 남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는 그 공간에, 짙은 구름이 태양을 막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과 성탄예배를 드리고 나서는 순간, 검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졌다. 햇살은 관매도를 넘어 맹골수도 세월호가 잠긴 그 바다도 비추는 것 같았다.
진도 팽목항=박민균 기자

시한폭탄 같던 다양한 이슈에 적절한 대응 미흡
아픔 속 스스로 만든 새 도약 발판 ‘기대’

2014년 교계 결산


2014년 한국 교회는 표면적으로 답보상태였다.
목회자윤리, 목회세습, 사회와 불통, 물질주의 등 그동안 지적받은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흔든 세월호 참사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슈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내년까지 이어질 종교인 과세 논쟁과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장로의 ‘하나님의 뜻’ 발언은 가뜩이나 힘든 교회에 무게를 더했다. 이미 거대한 물결이 된 성소수자 및 동성애 차별금지 이슈는 교회 앞에 놓인 시한폭탄과 같다.

한국 교회 내부로 눈을 돌려도 “갱신했다”고 자랑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이단해제 문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총무 선거 파동, 더욱 교묘하고 치밀하게 발전하는 이단들의 포교 등 고민거리가 여전했다. 신학자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돈(세금)과 이념(이데올로기)을 앞세워 막말을 하는 목회자, “과연 그들의 판단기준이 성경인가?”라는 것이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성경이 아닌 좌파 우파 이념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가장 우려했다.

2014년 한국 교회는 여전히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빛도 찬란한 것 같다. 박종운 변호사는 지금 한국 교회가 받는 비판은 어떤 면에서 ‘과잉대표현상’이 초래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극히 일부 대형교회들의 잘못이 한국 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2014년 짙은 어둠에서 빛을 발한 교회들이 있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곧바로 팽목항에 천막을 쳤다. 진도 교회들과 연합해서 실종자 가족들을 먹이고 보살폈다. 유가족들은 기독교인의 망언에 몸서리쳤지만,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천막을 찾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수많은 기독교 봉사단체와 구별된 이유는 오랫동안 긴급구호활동을 전개한 경험 때문이다. 유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한국 교회 사회운동을 주도하던 교회협이 침체한 사이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을 중심으로 복음과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교회들이 한국 교회의 목소리가 됐다. 일부 교회와 목회자들이 극단적 발언을 쏟아낼 때, 이들은 사회에 앞서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의 대형화를 거부하고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작은교회운동과 교회분립운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4년 한국 교회가 갱신됐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를 향한 희망은 빛났다.

박민균 송상원 이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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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교단 결산


제98회 총회 이후 2014년은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총신대를 비롯해 아이티 사건, 황규철 총무 사퇴건 등 몇몇 문제들로 교단 내 관심이 모아지는 형국이었다.

총신대는 지난해 12월 17일 길자연 총장 취임 이후 교단 내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관심은 길 총장이 사퇴 의사 표명과 번복으로 더 깊어졌다. 총신대에 대한 비판은 9월 총회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총대들은 총신대에 대해 재단이사회 정관 개정과 소급적용할 것을 명령했고, 이후 재단이사 무더기 사표, 총회결의무효확인가처분 등으로 번져가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별구제헌금 30억 원 사용과 관련한 아이티 문제는 총회가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소송에서도 패소해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됐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향후 교단 내 관련 문제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제97회 총회 사태의 장본인이었던 황규철 총무는 제99회 총회 직전 4억원의 전별금을 받고 슬그머니 사퇴했다.

노회와 교회 문제로는 제98회 총회에서 논란이 됐던 제자교회 사태가 6월 3일 총회임원회 주관 공동의회가 무산됨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고, 최근에는 그동안 정삼지 목사를 지지하던 서한서노회가 제자교회와의 단절을 선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평양노회는 제99회 총회를 전후해 동도교회 교단 탈퇴, 노회 분립, 전병욱 목사 재판 등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새로운 도약의 움직임도 있었다. GMS는 면직선교사를 복직시키고, 월문리로 본부를 옮겼다. 사역부와 훈련원을 통합해 사역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7월에 열린 세계CE대회도 관심을 모았다. 국내외에서 3000여 명이 모였으며, 교단 내 면려운동을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

18년 만에 미주노회도 북구된 것도 의미 있었다. 총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미주 동부노회와 서부노회가 각각 노회복구예배를 드렸다. 이외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 특별구호모금에는 기대 이상으로 3억 7700여 만원이 모아져, 구제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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