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택 목사(대구동부교회)

이토록 아픈 눈물 속에 ‘생명의 소망’이 있습니다

한국교회·한국사회의 맨얼굴 고스란히 드러낸 2014년
이웃 돌아보지 않는 성장과 성공은 지울수 없는 아픔 남겨
기꺼이 부끄러움 당하고 실패를 솔직히 인정해야 희망
슬픔 통해 우리를 살리시려는 하나님 사랑 회복합시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
 

 

어느 하루 우리나라 어느 신문사 기자 앞에 한 편지가 왔습니다. 그 편지는 한 노인이 보냈는데 그 노인은 자신이 국문학자셨고 그에게는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수학에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최고 명문대를 졸업해서 미국에서도 가장 우수한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멋쟁이 교수였습니다. 그는 실력 있는 학자였고 학생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인기 있는 교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이 아들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아들이 여러 명의 여학생들을 추행한 추악한 추행범이라는 딱지였습니다. 노인은 아들의 비행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노인은 아들에게 희망을 표현했습니다. 노인은 ‘우리 아들은 감옥 안에라도 종이나 연필만 주면 또 수학을 풀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그 동안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성공한 줄 알았던 자식이 어느 날 흉악범이요 가장 나쁜 죄인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망연자실할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2014년을 보내면서 우리 한국민이 느끼고 한국 교인들이 느낀 감정이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우리나라가 한류의 바람이나 삼성전자의 성공이 보여주는 것처럼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나라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서울에 있는 수만 명씩 모이는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을 보면서 참 자랑스럽게 생각을 했고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한 순간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모두 할 말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울게 하시고 벌거벗겨서 수치를 당하게 하시고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신 것은 우리를 살리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우선 2014년은 엄청난 애통의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행복한 성공의 꿈에 젖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듯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온 국민들이 놀라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세월호에서 억울하게 죽은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 때문에 온 나라가 울고 또 울었습니다. 대통령도 울고 장관도 울고 전 국민이 다 울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잘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만 살고 돈만 벌려는 욕심으로 그 멀쩡한 학생들을 죽게 만드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가 모범적인 선진국인줄 알았는데 우리의 정신 수준은 알고 보니까 정말 후진국 중에도 후진국밖에 안 되는 우리의 맨 얼굴을 보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 배의 선원들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얼마든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기만 살려고 다른 사람들 죽어가는 것을 버려두고 도망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2014년은 교황의 방문으로 한국 교회 정체성이 도전받은 해였습니다. 교황은 얼마든지 우리나라를 올 수 있고 또 우리나라는 귀한 손님은 언제나 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문은 우리나라 기독교의 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 우리 개신교는 가난한 자의 종교였는데 그 동안 개신교는 부자의 종교가 되고 엄청나게 자신의 성공이나 돈 많은 것을 자랑하다가 너무나도 낮은 모습을 하고 찾아온 교황의 모습에 한국 교회는 완전 한판 ‘뒤집기로’ 당한 케이스인 것입니다. 심지어는 장로교단 안에서 천주교의 영세를 교회에서 세례로 인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정체성의 혼란이 아주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다 같은 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꽃이 아름다워보여도 얼마든지 뿌리나 줄기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2014년은 한국 대형 목회의 실패의 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씩 모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는 우리 한국 교회만이 아니라 세계 교회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목회자들이 속으로는 다 이런 대형 교회를 하는 꿈을 가지고 목회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대형교회는 재정 비리나 성 추행이나 논문 표절, 세습 등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리들로 교인들이나 언론의 비난을 받고 심지어는 유명 목회자들이 세상 법정에서 실형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동안 믿었던 우리나라 대형교회의 추락에 많은 목회자들이나 교인들은 ‘멘붕’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즉 도대체 이런 대형 교회가 틀렸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2014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한국 교회에 대한 엄청난 도전과 고통의 한해였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였던 고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역사 연구>라는 책에서 “도전에 대하여 응전하지 않는 모든 문명은 몰락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엄청난 도전에 대하여 기독교나 교회가 반응을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우선 우리는 이런 가운데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먼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5: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세월호 같은 이런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게 하신 것은 돌아가신 분들이나 유족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우리나라를 살리기 위함인 줄 믿습니다. 옛날 요나가 악한 성 니느웨에 가서 ‘사십일 후에 이 성이 무너진다’고 예언했을 때 왕으로부터 온 국민이 울고 회개함으로 멸망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사건 앞에 온 국민들이 다 울었습니다. 물론 이 눈물과 애통이 하나님 보시기에는 미흡한 회개일지 몰라도 하나님은 자비하셔서 이 민족의 눈물을 보시고 우리를 더 큰 재앙에서 살리실 것입니다. 이 민족의 죄는 우리는 모르는 가운데 소돔과 고모라처럼 쌓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민족을 더 큰 멸망에서 살리시려고 울게 하신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우리를 위로해주실 것입니다.

존 번연이 쓴 천로 역정을 보면 크리스천과 믿음이 천성을 향한 순례의 길을 가다가 허영의 도시에서 붙들려서 믿음은 순교를 당합니다. 우리가 지금 축복이요 성공의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도취에 빠지게 하는 허영의 도시인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수만 명 모이는 대형 교회가 목회의 목표인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것은 허영과 야망의 바벨탑이요 영적인 비만이었던 것입니다. 대형 교회가 살려고 하면 엄청나게 살을 빼야 하고 교인수를 줄여야 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주님은 처음 설교하실 때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며’(눅 4: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목회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이 욕심은 거의 통제되지 않는 자동차처럼 달렸던 것입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생선이 썩을 때는 머리부터 썩는다’고 하는데 세상이 썩을 때는 종교 지도자부터 썩는다는 것을 기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 동안 잠시 미쳤던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목회자들이 그 동안 돈에 미치고 명성에 미치고 종교 권력에 미쳤던 것을 인정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당해야 하고 실패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때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보혈이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울게 하시고 벌거벗겨서 수치를 당하게 하시고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신 것은 우리를 살리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세 가지를 제언을 하려고 합니다. 그 첫째는 사랑의 회복입니다.

예수님은 주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다른 것은 일체 묻지 아니하시고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만 물으시고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21:15) 아직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우리에게는 성경이 있고 아직 목자가 인도하는대로 따라오는 순수한 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수많은 동역자들이 있습니다. 그 동안 목회자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해서 서로 시기하고 욕하면서 자기만 성공하면 되는 줄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회가 크든지 작든지 모든 목회자들은 다 똑같은 주님의 종이고 귀중한 동역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모든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크든지 작든지 모두 다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들입니다. 우리의 실패와 부패는 사랑에서부터 치유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제는 비전이나 부흥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속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의 비전이나 야망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교회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3:19)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 이제 우리 목회자나 기독교인들은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려고 죄를 숨기고 감추면 더 썩어서 터지게 됩니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당해야 하고 실패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때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보혈이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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