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치’ 큰 박수, ‘정체성 훼손’ 깊은 우려

사회적 신뢰도 추락·이단문제 불분명한 태도에 한국교회 위기상황 불안 드러내
‘세월호’ 국면서 교회 역할 감동…가톨릭과 교류·동성애 문제에는 염려와 불쾌감

 

네티즌들은 2014년 한해동안 한국교회의 어떤 모습에 주목했을까? 또 한국교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본지는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SNS와 기독신문사 홈페이지(www.kidok.com)를 통해 ‘SNS로 뒤돌아본 2014년 한국교계’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가장 관심 있었던 사건사고를 선정해 달라는 6개의 질문에 대해서 475명이 응답했으며 네티즌들은 답변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사랑실천에는 박수를, 신앙정체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현했다. 신앙과 삶이 일치된 인생을 살다간 고 방지일 목사, 진도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섬김을 다하다가 52세를 일기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 문명수 목사 등을 통해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내적으로 교회지도자들의 도덕성 문제와 가톨릭과 교류 용인 및 이단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 사회적으로 동성애 허용 등의 압박에 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위기의식을 표명했다.<편집자 주>

 

네티즌들에게 첫 번째로 물었던 것은 “2014년 상반기(1월~6월) 중에 ‘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기윤실, 2013년 한국교회 사회신뢰도 조사발표’(41.79%, 196명)에 압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어 ‘한기총, 임시총회에서 박윤식씨 이단해제’(32.41%, 152명),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기총 이단시비 따라 한국총회 전격 취소’(12.37%, 58명), ‘홍재철 목사, 예장합동 교단 등록’(8.10%, 38명)이 뒤를 이었다.

교회 신뢰도 발표 자체나 교회 신뢰도가 저하됐다는 이야기는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네티즌들이 기윤실 신뢰도 발표를 우선으로 손꼽은 것은 한국교회 상황이 심각하다는데 대해 폭넓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기윤실은 2월 5일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2명 정도만 한국교회를 신뢰하며 주요 종교 신뢰도 조사에서도 기독교는 21.3%에 그쳐 3대 종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상반기 사건 중 네티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이단문제 관련 건이었다. 한기총이 예장합동 등 수많은 교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윤식씨 이단해제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예장합동 고신 등 한기총에 남아있던 보수교단들이 탈퇴를 선언하게 됐다. 이단 문제 여파는 세계복음주의연맹으로 하여금 한국서 개최하려 했던 세계총회를 연기토록 만들었다. 한기총의 행보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교합동이라는 이름의 교단을 등록하고 교단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네티즌들은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이 이단문제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와 사회적 신뢰도 저하로 표현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2014년 상반기(1월~6월) 중에 ‘대사회’와 관련,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네티즌들은 ‘세월호 참사와 한국교회의 재난구호’(53.21%, 249명)를 선정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으로 뿐만 아니라 교회차원에서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교회는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께서 민족과 교회에 주시는 강한 경고라고 받아들이고 회개와 더불어 구제에 힘썼다.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이 유가족 위로와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어 네티즌들은 ‘서울중앙지법, 조용기 목사 조세포탈 혐의 3년 징역형 선고’(23.50%, 110명)를 두 번째 사건으로 택했다. 조용기 목사는 일개인을 넘어서 한국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이룩하고 교계와 정계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했기에 조 목사의 징역형 선고는 그 자체만으로 쇠퇴해가는 한국교회의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 “2014년 하반기(7월~12월) 중에 ‘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에 대해 답변자들은 ‘교회협, 가톨릭과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36.64%, 169명)을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는 5월 22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했다. 이전에도 교회협과 천주교의 교류는 있었지만 직제협의회는 공식적 연합기구라는 데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이단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타종교와 교류 및 대화를 실시하는 행동들에 대해 염려와 불쾌감을 표출했다.

네 번째 “2014년 하반기(7월~12월) 중에 ‘대사회’와 관련,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서울시, 동성애 논란 시민인권헌장 폐기’(35.12%, 164명)를 선정했다. 서울시가 11월 30일 폐기를 선언한 인권헌장은 동성애를 용인하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를 받았다. 4조 “서울시민은…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등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와 15조 “서울시는…성소수자… 등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처한 시민을 특별히 고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밖에 네티즌들은 ‘동성애 단체들, 동성애(퀴어) 축제 강행과 한국교계와 충돌’(32.55%, 152명)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심을 보였다. 상반기 대사회 관련 사건 질문에서도 네티즌들은 ‘서울시 교육청, 동성애 옹호 학생인권조례 수정’(90명)에 많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한 바 있었다.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질문은 “2014년 한 해 동안 예장합동교단(총회장:백남선 목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을 물었다. 네티즌들은 ‘황규철 총회총무, 퇴임과 전별금 지급’(35.85%, 166명)을 1위로 선정했고, ‘김영우 총신대재단이사장, 총회결의 금지 가처분 승소’(24.84%, 115명)을 2위로 뽑았다. 황규철 총무는 2011년 부임한 이래 강력한 추진력으로 직무를 감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임기 말 총회임원회로부터 총회를 상대로 한 소송 철회 지시 및 조건부 사퇴 권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총무는 제99회 총회 한주전인 9월 19일, 법원에 제기한 ‘총회총무후보등록거부금지가처분’이 인용됐다고 발표하면서 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총회결의와 법원의 명령이 맞서는 형국이 됐고, 총회임원회는 유지재단이사회를 통해서 4억 원의 전별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퇴에 대한 타협을 이끌어냈다. 김영우 총신대재단이사장의 가처분 인용도 마찬가지다. 총회가 아무리 강력한 결정을 했더라도 사회법에서 용인을 받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시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교단법의 한계를 다시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회가 이단, 도덕,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불안심리와 방어적 자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먼저 바르게 서야만 이단이나 불순한 세력들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 리더십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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