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연대] 이주노동자 인권보호에 앞장서는 김종주 변호사

성탄절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지만, 탄생은 너무 보잘 것 없었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구유에 누웠습니다. 동방의 박사들만이 예수님의 오심을 알았고 경배했습니다. 그리고 33년 동안 이 땅에서 병들고 고난 받은 이들을 측은히 여기시면서, 결국 생명을 주시고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성탄절, 예수님께서 걸으신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고 싶어서,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이 있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예수님’을 따라 살려는 그리스도인을 만났습니다.

김종주 변호사는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외국인노동자의 고난을 보며, 하나님의 음성을 기억했습니다. 고난받는 이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려는 김 변호사가 세 번째로 만난 그리스도인입니다.

 
▲ 김종주 변호사가 이주노동자와의 법률상담에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기본을 지켜야 세상의 소금과 빛’


10년 전, 메추라기 농장에서 근무하다 병에 걸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외국인노동자. 고용주는 “법대로 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의 집으로 넘어온 이 사건을 맡은 이는 사법연수원에서 막 실무교육을 나온 김종주 변호사(법무법인 태산)였다.

“변호사가 되기를 결심한 후 법률이라는 전문지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더 깊이 살펴보고 돕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04년 사법연수원 실무교육을 앞두고 김종주 변호사는 교육장소로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을 선택했다. 연수생 동기들은 취업에 유리한 금감원, 국정원, 공정거래위, 헌법재판소 등 국·공립기관이나 로펌에 지원할 때, 김 변호사는 유일하게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을 택했다. 그 어디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돕지 않는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각오는 했지만, 현장은 말 그대로 ‘상상초월’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논의조차 되지 않던 시기였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는 물론 불법체류, 폭력사건, 이혼 등 온갖 사건을 맡아야 했다. 2달 여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들을 만나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해결한 사건이라고는 처음 맡았던 메추라기 농장 노동자 사건이 전부였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법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국말도 잘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을 대신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전부였다.

도와도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에 지칠 법도 하지만, 김종주 변호사는 실무교육이 끝난 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법률전문가가 전무한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모든 희망을 잃고 고향의 작은 교회 예배당에서 겨우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젊은 시절 그를 붙들어주었던 하나님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는 탓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몸이 안 좋아 고향 부안에 내려갔을 때 예배당에서 ‘뭐가 되어도 좋으니 나를 이끌어만 주신다면 당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고백했었다”며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늘 마음속에 부채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매주 주일 예배가 마치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상담 봉사를 해왔다.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그 사이 이주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인권변호사들이 증가했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등에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졌다.

김 변호사는 말한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기본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고 가장 낮은 곳에 내려간 이들을 위해 몸소 그들의 자리까지 내려가 사랑을 베풀었던 예수님. 김종주 변호사는 예수님처럼 이 땅의 이주민노동자이 인간다운 삶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헌신자의 역할을 감당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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