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특별활동 인기 얻자 엄마들도 적극 동참, 지역 사랑방으로 우뚝

▲ 신일교회 ‘지혜의 숲’ 도서관은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엄마들의 모임장소로 성장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을 토로하는 아이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빠진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은 많은 교회들이 원하고 또 진행하고 있는 사역이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도서관을 마련하는 교회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늘 사람이 붙어있어야 하고 매번 새로운 책을 채워 넣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작은 도서관으로 시작했던 신일교회(이권희 목사) ‘지혜의 숲’이 8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지역의 사랑방으로 우뚝 선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2006년 교회 건물 1층에서 시작해 3년 전, 신설된 교육관으로 새롭게 이전한 지혜의 숲은 현재 회원 수 618명에 소장 장서 8550권에 달하는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한 주 평균 이용자가 아동과 성인까지 포함해 260여 명에 이르는데다 매주 약 60권의 책이 대출된다. 66㎡(약 20평)의 아담한 지역도서관치고는 엄청난 통계다.

 
▲ 저자와의 만남을 갖는 엄마들의 모습.
신일교회가 처음 도서관을 시작한 이유는 일반 교회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음 세대들을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 책을 읽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교회가 위치한 독산동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뒤떨어져 교회가 지역을 섬겨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도서대출로는 한계가 있었다. 신일교회 이권희 목사는 “시작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도서대출 사역만 했었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며 “아이들이 평상시에 쉽게 할 수 없는 경험들을 도서관에서 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 지혜의 숲의 특별활동이었다. 독서토론이나 논술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에다 쿠키 만들기, 인형 만들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프로그램을 더했다. 부담을 가지기 쉬운 독후감쓰기 대신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하는 자리를 더 마련했고, 책을 읽거나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하면 도장을 찍어주는 마치 놀이와 같은 책 읽기 방안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들이 입소문을 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까지 찾아오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오는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자녀들이 도서관에 있는 동안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던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책 읽는 엄마 시나브로’는 이제 매주 책 한권씩을 읽고 토론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어떤 책을 구매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지를 논의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 수준으로 성장했다. 도서관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의 문화의 장으로까지 커진 것이다.
 
▲ ‘책 읽어주는 의자’에 앉아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학생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탰다. 현재 18명의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헌신하고 있는데, 의외로 교회 성도들보다는 알음알음 찾아온 지역 주민들이 더 많다. 모두가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더 많이, 더 오래 보고 싶어 참여한 이들이다.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올해부터 관장으로 섬기는 문세이 집사는 “8년 정도 되니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인다”며 “지적 수준, 표현력, 자신감 등 부쩍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신일교회는 지혜의 숲이 발전해 영어 도서관까지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어려서부터 조금씩이라도 영어를 접하게 해준다면 그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권희 목사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고, 얼굴을 맞대고 손길이 닿으면서 전달되는 따뜻한 지식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며 “도서관이 그 이름처럼 지혜로운 아이들이 큰 숲을 바라보며 커 나가는 자리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일교회 지혜의 숲은 이렇게 헌신과 기도로 한 뼘씩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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