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종 합의 실패” 공식 발표…교계 “문제조항 지속 제기 결과”
여론수렴 과정서 개신교 비판 직면…대책없는 반대운동은 향후 부담


동성애 논란을 일으킨 서울시민인권헌장이 결국 폐기됐다. 서울시(시장:박원순)는 이례적으로 주일인 11월 30일 “인권헌장제정 시민위원회 6차 회의에서 인권헌장제정 관련 최종 합의가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민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겠다”는 표현으로 헌장폐기를 공식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사회적 약속이자 협약이다. 시민위원회에 표결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라 합의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조항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은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공포할 예정이었다. 헌장은 총 50개 조항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중 논란이 되어 ‘합의가 아닌 표결’로 결정된 안건은 5개였다. 가장 반대가 심했던 동성애 관련 조항은 제4조와 제15조이다.

4조는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교계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제15조 “…서울시는 여성, 아동, 어르신·약자,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처한 시민을 특별히 고려한다”도 ‘성소수자’ 때문에 논란이 됐다.

그동안 동성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길원평 교수(부산대) 역시 이들 조항을 문제로 지적했다. 길 교수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소수자 등은 동성애 또는 성전환자에 대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인권헌장을 위해 모인 시민위원들 사이에도 반대가 많았다”며, 헌장이 폐기된 것을 기뻐했다.
 
▲ 서울시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결국 폐기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은 일제히 “개신교의 반대 때문”이라며 한국 교회를 비판했다. 그동안 동성애 관련 행사에서 폭력적 방법으로 반대운동을 벌인 것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언론 “개신교 때문에”

문제는 서울시민인권헌장 반대운동 과정에서 다시 한국 교회가 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서울시가 인권헌장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곧바로 헌장 폐기의 원인을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회의 반대”로 돌렸다. ‘동성애 곧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개신교’라고 비판했다.

성경과 신앙에 따라 동성애 반대를 주장했고 그에 대해 비판을 받는다면, 감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이 지적하듯, 일부 성도들은 도를 넘는 과격한 반대 움직임으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에스더기도운동(대표:이용희 교수)은 차별금지법은 물론 이번 헌장을 반대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11월 20일 열린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도 에스더기도운동을 비롯해 여러 기독교 단체들이 참석해 격렬하게 반대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부 목회자와 성도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여 “기독교인 같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용희 대표는 “공청회에 갈 때 기독교인으로서 간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교회가 역풍을 맞지 않도록 교회나 선교단체 색채를 빼고 나갔다. 참석자 중 모 목사와 성도들이 너무 잘못해서 우리가 말리기도 했다. 이렇게 이탈하는 분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은 넘겼지만

서울시민인권헌장은 폐기됐지만, 향후 동성애 논란은 한국 사회에 지속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 사회를 보듯,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는 거대한 물결이 됐다. 거센 물결 속에서 한국 교회가 지금처럼 동성애 반대운동에 나선다면, 계속 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고 사회적 신뢰도는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 교회가 동성애 반대 원칙을 지키면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누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동성애 반대운동을 해 온 길원평 교수 역시 “과격한 반대운동을 지양하면서 우리의 진심을 적극 알리는 방법 밖에 없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도 보장받을 권리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 반대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차별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에스더기도운동은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 당시, 목사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과격하게 행동한 사람은 에스더기도운동 소속 회원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확인을 거쳐 이와 관련된 부분을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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