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은 공멸” 절박한 심정으로 화해사역 나서라

교회갈등 급증, 총회차원 중재 시급 …
법적 요건 충족·공정성 확보 과제부터 풀어가야


#장면1:서울 K교회는 올해 신년예배를 본당파와 교육관파로 분리해 드렸다. 본당파는 담임목사가 주관하고, 교육관파는 장로들이 맡았다. 지난해 초부터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갈등으로 당회를 열지 못하던 K교회는 양측의 분쟁이 확산돼 제직회도 6개월 이상 공전했다. 그리고 급기야 양측으로 나뉘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면2:서울 보린교회 관계자들은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이유는 같은 경내에 있는 동도교회의 갈등이 깊이지고 있기 때문. 특히 11월 24일 아침부터 굴삭기가 등장하고, 인부들이 교회 성도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가림막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이미 큰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교회분쟁의 끝은 공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토로했다.
 
교회분쟁의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고 작은 갈등으로 교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교회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교회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싸움 없는 멀쩡한 교회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총회 보고서>는 교회분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총회 보고서>에는 재판국 보고건이 1~2건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는 10건을 넘어섰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20~30건으로 증가했다.

이를 통계로 내보면, 1990년대에는 4.77건에 불과하던 교회분쟁이 2000년대에는 12.11건으로 늘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26.6건으로 폭증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5.57배 늘어난 것.
특히 2013년 29건, 2014년 32건 등 최근 들어 재판국으로 넘어오는 분쟁건이 확연히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회 “극단적 갈등 막아보자”

급증하는 교회분쟁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총회가 중지를 모았다. 제99회 총회에서는 화해조정위원회 설치를 전격으로 결의했다.

화해조정위원회는 광주노회(노회장:이재옥 목사)의 헌의안이기도 했으며, 백남선 총회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했다. 광주노회는 “최근 교회 내 이해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갈등과 분쟁이 빈발하고, 사회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총회 산하 화해조정기구를 두어 분쟁 당사자들이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화해조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교회 내 갈등은 교회를 붕괴시킬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전체에도 악영향을 준다. 제99회 총회의 결의는 이런 갈등을 성경과 교회법으로 중재하고 교회 내 화해를 모색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 제99회 총회에서는 교회분쟁으로 멍들어 가고 있는 총회 산하 교회들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99총회에서 구성된 화해조정위원회 설치위원들이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

설치위 구성 “화해사역 절실”

지난 11월 21일, 총회회관 회의실에서는 화해조정위원회 설치연구위원들이 모였다. 첫 모임이었기에 조직을 구성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지만, 의욕만은 강했다. 참석자들은 교회분쟁으로 죽어가는 교회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총회 산하에 화해조정위원회가 절실하며 시급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날 위원회는 김선규 목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했으며, 서기에 전계헌 목사, 회계에 박상택 장로, 위원에 박보근 목사, 이상근 목사, 박종화 장로, 김영섭 장로, 이창원 장로를 선임했다. 김선규 목사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화해의 십자가다. 하나님과의 화해를 이루고 사람과의 화해를 이루셨다”면서 “화해조정위원회는 십자가의 사랑으로 화해를 모색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규칙 초안과 활동자료 등을 임원들에게 맡겨 준비하기로 했으며, 총회임원회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화해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설치연구위원회 성격이지만 교회 내 갈등이 증폭하고 있어 활동이 시급하다는 것이 위원들의 판단이다.

과제 “법적·활동·신뢰 확보해야”

교회가 제 아무리 위대한 사역을 하고,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한들 구성원들 간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는 사도바울이 고린도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경고한 것이다. 따라서 총회가 화해와 중재의 사도가 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화해조정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넘어야할 과제도 있다. 첫째는 ‘법적 요건’이다. 당회-노회-총회로 이어지는 재판의 과정에서 외부조직인 화해조정위원회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제99회 총회에서도 제기됐다. 총회정치부는 “화해조정위원회 설치는 기존의 재판국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화해를 향한 총대들의 의지는 강했다.

지난해 예장통합 총회임원회가 설립한 화해조정위원회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지난해 2월 예장통합 화해조정위원회는 “노회와 총회 재판국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위원회가 다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여러 기관이 관계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교회분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총회 기관의 갈등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설치연구위원회는 총회 재판의 원칙을 지키면서 화해의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활동범위’다. 화해조정은 총회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작 갈등이 있는 교회가 요청해야 활동할 수 있다. 즉 강제성이 약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언론 피해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언론중재위원회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활동할 법적 의무가 없다.

예장합동 화해중재위원회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위원회는 총회에서 화해조정을 시도하도록 이첩한 사건들만 다룬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예장통합 한 관계자는 “교회가 원하지 않으면 활동할 의무도 없고 근거도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따라서 총회는 화해조정위원회가 설립되면 적극적인 홍보와 중재의 효과를 강조해야 한다. 사법으로 가더라도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화해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뢰확보’다. 교회분쟁이 사법으로 가는 이유는 노회·총회 재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노회나 총회 재판국의 전문성이나 공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화해조정위원회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화해조정위원회가 자칫 정치적으로 접근해 혼란을 더 부추기는 일이 발생하거나, 금품수수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일 경우 겉잡을 수없는 후폭풍이 교단에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해조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순수하게 화해를 조정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들이 총회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사법으로 간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총회가 공공성을 확보하면 화해조정도 믿고 맡길 수 있다. 따라서 공정성 확보가 화해조정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교회분쟁은 해당 교회만의 붕괴로 끝나지 않는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 실추로 직결되고, 결국 지역 교회와 총회의 공멸로 이어진다. ‘화해’는 하나님의 뜻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이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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