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선출 과정 갈등, 정기총회 현장서 표출­…에큐메니컬 진영 큰 상처

최악의 상황이 터지고 말았다. 총무 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인사들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기총회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 논란의 중심인 김영주 목사는 총무에 재임됐지만, 영광은 없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1월 24일 서울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제63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새로운 임원으로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자리였지만, 축하와 비전은 자취를 감췄다.

논란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 지난 10월 23일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 동원 논란’ 속에 김영주 총무가 차기 총무로 결정된 후, 예장통합 교단은 사회법으로 이 문제를 끌고 나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21일 ‘김영주 목사에 대한 총무제청 효력정지가처분’을 기각했다. 애초 가처분이 받아들여 질 가능성도 낮았지만, 예장통합 교단은 “자기 교단 후보가 떨어졌다고 사회법정에 소송을 걸었다”는 비난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예장통합 교단은 줄곧 ‘김영주 목사가 총무로 결정되는 과정의 법적 문제’를 지적해 왔다. 이날 정기총회에서 총무 선임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을 때, 통합 소속 총대들은 이 문제를 다시 지적했다. 그리고 관례에 따라 박수로 총무를 선임하지 말고 무기명비밀투표를 하자고 요구했다. 교회협 총무 선출 문제를 앞장서서 지적해 온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교회협이 총무선거에서 한번쯤 법대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싶다. 법대로 무기명비밀투표 방식으로 총무를 선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 교단에 반감을 갖고 있는 많은 총대들은 “총회에서 총무선거를 한 전례가 없다. 관례대로 박수로 선임하자”고 요구했고, “무기명비밀투표를 한다면 재적의 과반수가 아니라 출석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무선임 방법과 투표 방법을 두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지자, 정영택 총회장은 참지 못했다. 정 총회장은 “통합 교단이 물의를 일으키고 상처를 드렸다. 저희도 그 이상으로 상처를 받았다. 지금 저희를 몽니처럼 몰아붙이는데… 저희는 퇴장하겠다”며 총회현장에서 나갔다. 뒤따라 통합 총대들이 모두 퇴장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김영주 목사는 통합 총대들이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비밀투표로 투표자 146명 중 116표를 얻어 총무에 선임됐다.

교회협 총무선출 사건은 향후 에큐메니컬 진영의 교회연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영주 총무는 재선에 성공했지만, 당장 교회협 재정과 사역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장통합 교단을 달래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총무선출 과정에서 기감 소속 에큐메니컬 인사들은 ‘과도한 정치행위’로 김 총무를 지원했다. 이런 정치는 추후 교회협이 정치화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예장통합 교단은 총무선출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고, 총회 현장에서 이탈했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대형 교단답지 못한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행동으로, 한국 교회 연합사역을 주도한다는 자긍심에 큰 상처가 났다. 무엇보다 교회협 소속 다른 교단 그리고 김영주 총무와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갈지 고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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