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령 앞두고 전방위 압박 받는 한국교회
‘원칙 찬성하나 법제화는 반대’ 협상안, 내부 의심부터 해소해야



내년 1월 기획재정부의 종교인 과세 시행령을 앞두고 한국 교회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 원안을 수정하면서 개신교와 목회자를 배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언론은 가톨릭과 불교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데, 개신교 일부의 반대로 법안 시행이 어렵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교회 내부적으로 과세에 반대했던 교회와 목회자들이 찬성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종교인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1.3%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다. 반대는 13.5%에 불과하다.
 

정부 “많이 봐줬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2013년 9월 원안을 만들고 종교계와 협의하면서 지난 2월 수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문제가 터지고 종교계 반발 등을 우려해 내년 시행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애초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에 포함시켜, 사례금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고 20%에 대한 부분만 원천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사례금은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뿐만 아니라 강연(설교) 등 외부 활동을 통해 받는 모든 돈이 포함된다.

그러나 개신교 가톨릭 불교 대표들과 협의를 하면서 지난 2월 수정안을 도출했다. 아예 소득세에 종교인소득 항목을 만들고, 교회에서 받은 ‘생활비 등’에만 과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필요경비로 80%를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겠다고 했다.

취재결과, 소득수준에 따른 과세차등안도 확인했다. 생활비로 연 4000~8000만원을 받는 종교인은 60%를 공제하고, 8000~1억5000만원은 40% 공제, 1억5000만원 넘게 받는 종교인은 20%만 공제해 나머지에 대해 과세한다는 계획이다. 4000만원 받는 목회자는 과세기준이 원안보다 20% 이상 오르고, 1억5000만원 이상 받는 목회자는 원안보다 4배 이상 오른 80%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 목회자와 부교역자의 80% 이상이 4000만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수득수준에 따른 과세 차등안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와 함께 정부는 4000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종교인에게 근로장려금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가장 핵심은 세금을 원천징수하지 않고 자진납세 방식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안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와 종교인 과세를 논의해 온 박종언 목사가 24일 조세소위 위원들을 만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개신교 대표 “꼼수다”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그동안 종교인 과세에 반대했던 교회와 목회자들도 “이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와 전도사 및 부목사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와 종교인 과세에 대해 협상해 온 박종언 목사는 “목회자에게 혜택을 준 것이 아니”라며, 종교인 과세 법제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11월 24일 오전 8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위의 정부 과세 방침에 대해 박종언 목사는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교회에 미칠 악영향과 △과세 수정안에 함정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종교인 과세가 법제화가 되면 당연히 교회와 목회자는 늘 탈세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종교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안하겠다고 했지만, 분쟁이 생긴 교회의 성도나 시민들이 탈세를 주장하면 세무당국은 의무적으로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나 교회만 세무조사를 안하겠다는 것 자체가 조세형평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납세를 법으로 규정하면, 당연히 탈세에 대한 문제까지 감당을 해야 한다. 지금은 종교계를 설득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안하겠다고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입법하고 시행하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의 과세 방침에 함정이 있다는 주장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정부가 과세 대상을 종교인이 받는 모든 금품에서 ‘생활비’로 한정했다고 홍보하는데, 정확히 보면 ‘생활비 등’으로 되어 있다. 박종언 목사는 생활비 뒤에 붙은 ‘등’ 때문에 사실상 종교인이 받는 모든 금품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조세소위에 ‘등’을 빼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과세 대상은 ‘생활비를 비롯해 받는 모든 금품’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저소득 종교인을 배려한다고 제시한 ‘근로장려금’ 역시 혜택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당연히 저소득 목회자는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납세하겠다”

박종언 목사는 이런 모든 점들을 종합할 때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납세방식을 원천징수가 아닌 자진납세로 하고 세무조사도 없다면, 한국 교회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종교계 그리고 힘들게 목회하는 목사들을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개신교는 법제화를 받아들일 수 없고, 자발적으로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총회는 지난 99회 총회에서 ‘자발적 납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위원회는 합신 교단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의 자발적 납세를 독려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장로교총연합회도 ‘목회자 생활비에 대한 세금납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 교회가 신뢰를 상실해 자발적 납세운동이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납세하지 않기 위해 자발적 납부를 주장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조만간 가부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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