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적책임 수행에 미흡… “회계처리 규범화하고 교인과 공유하라”

▲ 개척 초기부터 교회 재정을 공개해온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오른쪽 첫 번째)가 투명한 교회 재정 관리를 위해 조언을 전하고 있다.

 
교회재정세미나 ‘공공성 회복’ 과제 던져


‘투명한 재정 관리’는 필요성을 따질 과제가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극히 당연한 이 문구가 한국 교회 내에서 요원한 느낌이 든다. 여전히 한국 교회는 투명한 교회 재정 관리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더러, 재정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 교회 내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회는 재정 공개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사회에서 교회의 재정 투명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실행위원장:최호윤)은 11월 1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2014년 교회재정세미나 ‘공개해도 괜찮아’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교회의 재정이 투명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살펴보고, 나아가 한국 교회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나님 나라와 복음과 교회의 공공성’이라는 주제 강연을 발표한 이형기 교수(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 소장)는 교회의 재정투명성의 신학적 전제를 제시했다. 먼저 이 교수는 “18-19세기 모더니즘과 신자유주의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교회와 기독교 신학은 공적 영역에서 밀려나 주변화 혹은 사사화 되었으며, 이것은 한국 교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한국 교회는 교회와 세상을 분리시켜 교회와 세상의 적대관계를 만들었고, 교회의 공적책임 수행에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한국 교회의 영혼과 몸의 이분법적 구분, 물량적 교회성장주의, 영생과 하나님 나라의 사유화를 들었다.

기독교의 사사화를 거치면서, 오히려 일반사회에서 교회와 기독교신학의 공공성을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레슬리 뉴비긴의 말을 빌려 “‘진리는 보편적인 의도이며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진리, 즉 공적인 진리’이기 때문에 성경 속에 있는 복음은 그 자체로서 공공성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복음의 공공성과 교회 및 기독교 공공성을 인정한다면, 교회 재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어 이형기 교수와 김재수 장로(샘물교회 사무처장), 정성규 목사(예인교회)가 참석한 가운데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개척 초기부터 교회 재정을 공개해온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는 “복음이 드러나는 곳은 신뢰성이 드러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원칙이 교회 내 없기 때문에 일반사회에서 교회를 불투명한 집단으로 본다. 따라서 교회는 회계처리에 관한 정확한 내용을 규범화하고 교인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샘물교회도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좋은 사례다. 샘물교회 교인들은 주일 오후 4시가 되면 개인별 헌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예산집행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세무사가 매달 항목별 검토를 하고, 감사위원회를 평신도 전문가로 구성한다. 김재수 장로는 “교인들이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믿기 때문에 헌금도 늘어나는 추세다”면서 “담임목사를 비롯해 전체 교인들이 투명한 재정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교회도 건강해지고, 사회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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