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월례포럼 ‘기독교의 두 얼굴, 다원주의를 사는 그리스도인’

“보수적 신앙을 갖고 사회 참여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국 교회의 지성 강영안 교수가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강영안 교수 “한국교회, 복음 가치에 철저하면서도 사회선교 헌신 필요”


지난 10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서로 다른 기독교의 모습이 비춰졌다.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 넘게 동조단식을 하는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바로 옆에서 “아듀 세월호”를 외치며 선지자 차림의 기독교인들이 등장했다. 비단 세월호 사건 때만이 아니라, 10년 전 노무현 정권 때부터 한국 교회 안에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양극화된 의견이 표출되어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홍정길 목사)은 극명하게 갈리는 한국 교회 내의 분열현상을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 윤리적 대안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윤실 월례포럼 ‘기독교의 두 얼굴, 다원주의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다.

강사로 나선 강영안 교수(서강대)는 오늘날 한국 교회 내 보수와 진보의 형태가 달라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과거에는 보수와 진보가 신학대학이나 교단, 혹은 교회협 가입여부를 두고 나눠졌다면,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교단에서도 세대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갈린다는 말이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한국 교회의 반응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교회 내 장년층 다수가 전쟁선포를 지지한 것에 반해,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도 연속선상에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세월호 사고’로 보는 장년층 보수와 ‘세월호 사건’으로 인식하는 젊은층 진보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영안 교수의 진단은 ‘세월호 사건’이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위험하고 부패한 사회이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사회라는 맨얼굴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교회가 안전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책임지고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고 부패하고 무책임한 사회 모습에 동조하는 얼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강 교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6·25 전쟁을 꺼내들었다.

강 교수는 “6·25 전쟁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존이 됐다. 이는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면서 “한국 교회의 주류신앙은 6·25 전쟁 이전만 해도 내세 중심이었으나, 60년대 이후 극단적인 현세중심주의로 전환됐다. 그 전환점은 대조동 순복음교회 운동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용기 목사에 의해 현세 중심의 한국식 기독교가 토착화됐고, 한국 교회의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회 등 주류 교파도 ‘순복음화’됐다고 밝혔다. 또한 70년대와 80년대 기독교 진보운동을 진행하는 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정치권으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기독교 내 진보운동이 막을 내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후 한국 교회 내 보수와 진보는 교파를 떠나 세대별로 양분화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밝혔다. 또한 신앙이 보수적인 사람은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고, 신앙이 진보적인 사람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띠며, 한국 교회의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얼굴을 빚어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강영안 교수는 한국 교회의 가장 좋은 형태로 신앙은 보수적이되, 사회문제를 판단하고 행동하는 진보적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에 필요한 모습은 복음의 가치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사회선교를 강조하는 것이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신학대학의 커리큘럼부터 바꿔야 하고, 교회 지도자들의 생각이 바꿔야 하는데, 가능성은 미지수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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