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총신대학교)

복음의 참된 자유로 상상력 활짝 열자
 

 

지금 한국교회는 전래 없이 강력한 문화적 도전 앞에 서있습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문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영향력을 잃은 탓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날 어느 때보다 기독교적 문화변혁의 비전이 절실합니다.
 

문화의 본질

개혁주의는 세상을 개발하고 돌보라는 창조주의 문화명령을 강조합니다. 문화의 본질을 놀이, 상징, 축제의 세 요소로 보고 종교와 연관을 지운 이론이 있습니다. 놀이는 노동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간다운 추구이므로 자발적이며 자유로운 섬김인 종교와 밀접하다는 것입니다. 문화는 상징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보이는 세계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적 실재도 드러내고 형상화합니다. 공동체적 축제는 예배와 연관됩니다.

기독교문화는 성경 진리에 기초한 놀이와 상징 그리고 축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문화유산들은 놀랍도록 창조적이고 다양합니다. 참혹한 형틀을 구원의 상징으로 바꾼 상상력은 경이롭습니다. 교회는 예배의 공동체입니다. 기독교문화는 복음 진리가 공적인 장에서 전파되고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개화기의 한국교회도 이런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날 교회는 사회가 가지지 못한 놀이와 상징과 축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이를 통해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 삶의 소망과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계몽활동을 통해 구습에 젖은 문화를 변혁하는 지도력을 발휘했습니다. 공동체 형성에 기여해 역사를 선도했습니다.
 

문화지체의 아픔

그러나 지금은 교회가 사회에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형식과 첨단 미디어를 예배와 전도에 도입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주류 문화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소통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하위문화나 식민지로 떨어질 위험을 초래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화적 지체를 극복하고 나아가 사회문화를 변화시킬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에 갇힌 기독교문화를 세상 속으로 펼칠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문화의 가치는 제한적입니다. 물론 세상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증거능력을 잃을 것입니다. 복음적 가치와 진리에 입각한 거룩한 삶의 양식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불신사회의 문화를 무조건 배격하지 않으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변혁적 자세가 개혁주의 문화관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문화가 죄의 영향으로 타락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지만 그 자체가 신앙에 배치되는 것이나 사탄의 기획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타락이 우주적 영향을 미쳐 문화도 망치고 있다는 것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화는 파괴나 반대가 아니라 변혁을 통해 구속에 지향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기독교문화의 비전

한국교회가 문화의 세 요소 중 특히 놀이가 약하다는 것은 문화변혁의 큰 걸림돌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삶을 제약하기보다는 복음의 참된 자유로 상상력을 활짝 열어 문화적 창조성을 높여야 합니다. 예배와 교회 활동을 ‘전도’나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만 생각하는 실용주의 관점을 벗어나야 합니다. 복음의 다양한 문화적 해석과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예배와 모임을 축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같은 절기를 일반인들에게도 감사와 은총의 절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상대주의적 포스트모던 사회에 있어서 문화를 통해 복음이 가진 보편적 가치의 호소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우리 상황에서 샬롬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좋은 방안입니다. 불교문화는 기독교인들도 의식조차 않고 쓰는 ‘진면목’, ‘겁’은 물론 ‘장로’나 ‘천사’ 같은 어휘에 깃들어 있습니다. 민속장식에 흔한 연꽃 문양과 문살 이미지로 새겨져 있고 초파일과 같은 절기로도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십자가가 세상 어디서나 복음의 상징이 된 것도 결코 문화적 수고 없이 그냥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개혁주의는 문화를 창조주 하나님의 의로운 주권을 펼치는 과정으로 이해하기에 현실문화를 언제나 변혁적 비전으로 봅니다. 한국교회는 규모에 걸맞은 문화적 영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은 다음세대를 교육하는 확고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문화 변혁을 위해서는 핵심 전제에 해당하는 세계관의 변혁을 힘쓰되 복음의 진리가 담긴 놀이와 상징과 축제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문화예술이 세계관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며 그것의 변혁이 곧 문화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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