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단 대부분은 목사가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목회 이중직 금지’ 규정은 목회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이중직을 금지하는 사이,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택배, 대리운전 등 ‘밤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버틸 수 없었다” 생업전선에 내몰린 ‘목회 소명’

비정규직으로 생계 유지, 목회현장과 끈은 놓지 않아 …
‘또 다른 기회될 수도’ 새로운 대안 나와야



김성환 목사(가명·신월동 ○○교회)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소명에 따라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주상복합아파트까지 소유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부교역자 시절부터 개척교회 할 때까지 17년 동안 “정말 굶지 않을 정도로만 살았다.” 전도사 시절, 김 목사의 월 사례비는 30만원이었다. 성도가 수백 명 출석하는 교회였지만, 담임목사는 빈궁한 부교역자들의 생활에 관심이 없었다. 직장생활하며 모아놨던 재산을 처분해서 생계를 꾸렸고 자녀 교육을 시켰다. 2002년 목사안수를 받고 인천 가정동에서 교회를 개척했을 때, 이미 남은 재산은 없었다. 그러나 4년 동안 열심히 사역했다. 교회가 부흥해서 자립할 즈음, 지역재개발계획이 발표됐고 성도들이 떠나며 교회는 그대로 무너졌다.

김성환 목사는 가정동 교회를 폐쇄하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가정동을 떠나 신월동에서 다시 교회를 개척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실업자와 무직자를 대상으로 한 국비지원무료교육을 받고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김 목사는 지금 주중에는 대림동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주일에는 목회를 하고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가 지난 2014년 2월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사례비로 120만원을 못받는 목회자가 45%였다. 904명 가운데 목회 외에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는 사역자가 37.9%에 달했다. 목회를 시작한 이래 다른 경제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목사는 40%에 불과했다. 다른 일을 한 이유는 김성환 목사처럼 대부분 생계와 자녀교육 때문이다.

김성환 목사의 사례는 생업에 뛰어든 60%의 목회자 중에서도 특수한 편에 속한다. 조성돈 교수는 “목회자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질문했는데, 대부분은 택배, 대리운전, 편의점 파트타임, 일용직 노동 등 비정규직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한국 목회자들의 현주소다. 주일은 교회에서 성직을 하고 있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주중에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판자촌 지역인 마천동에서 2007년 ㅎ교회를 개척한 정영한 목사(가명)는 미자립교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 성경연구 전도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진력을 다해서 해봤다.” 하지만 도저히 자립의 길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정 목사도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년 간 밤 10시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 야간 택배분류 작업을 했다. 너무 힘든 날은 일을 마치고 새벽예배를 인도한 후 저녁까지 잠에 빠져들었다. 목회에 큰 지장을 받아서 그만두었지만, 요즘 생활이 어려워져 다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

정영한 목사는 미자립교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척교회세미나에 다녔는데, 비슷한 처지의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활고 때문에 목회를 포기하고 버스 기사로 취업한 분, 예배당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깎아먹으며 알바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담임목사, 교육비가 없어 딸을 대학에 보내지 못했는데 결국 딸이 우울증에 걸린 분 등 이런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생활고 때문에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들은 ‘오직 목회’만 하고 있는 다른 목사보다 소명과 열정이 부족한 사람들인가. 이중직까지 하면서 목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소명과 비전이 확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성환 목사는 비록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목회 소명은 여전히 분명하다고 말했다. “노회와 시찰회에서 내 사정을 모두 알고 있다. 한때 교회를 폐쇄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나는 목회자로서 소명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김 목사는 직업을 가진 후 목회만 할 때보다 영성이 더 깊어졌고 전도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밥을 주면서 복음을 전한다. 손님이 없는 낮 시간에 기도하고 성경연구를 하면서 영성이 더 깊어졌다. 무엇보다 목회만 할 때는 몰랐던 성도들의 어렵고 힘든 삶을 보게 됐다. 이 경험을 설교에 적용하고 있다.”

많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생계와 소명의 기로에 서있다. 이중 일부는 ‘목회 이중직 금지’의 법을 어기면서도 목회 소명을 버리지 못한다. 일부는 결국 목회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 교회 60%의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했거나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목회 이중직’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대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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