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준비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높다. 전문가들은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정책으로 전국 교회를 하나로 묶고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은 굿네이버스의 북한수해 지원 활동 모습.
 

긴 호흡으로 ‘통일 로드맵’ 세워 나가자

정책수립과정 교단 신뢰회복 기회 삼아 한국교회 인프라 구축 선도해야

올해 초, ‘통일 대박론’이 회자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통일담론이 우리 사회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남북한 고위급회담 이야기도 오갔고, 민간단체의 방북도 최근 허용하는 등 남북관계가 또다시 요동을 치는 국면이다.

때를 같이해 분단된 독일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얼마 전에 있었다. 25년이 지난 현재 독일은 막대한 통일 비용을 치르고도, 여전히 옛 동독의 경제 수준은 서독의 6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통일은 쉽지 않고, 통일이 된다하더라도 뒷수습이 만만찮음을 보여준다. 통일 독일은 분단된 우리나라에 좋은 모델이며, 반면교사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며, 통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지난 제99회 총회 결의로 구성된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도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에 통일의 주춧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적잖은 교단 재정이 통일준비위원회에 배당됐다. 성과와 의욕이 앞서 섣부른 사업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어렵게 시작한 교단의 통일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따라서 긴 호흡을 갖고 교단의 통일철학과 로드맵을 설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 로드맵을 세움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정리해 본다.
 
통일방식-성경정신인 ‘평화통일’에 입각한 철학을 세우자.

통일준비위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면 교단을 아우르는 통일철학을 세우는 일이다. 기독교의 통일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창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통일 방식이다.

최현범 목사(부산중앙교회)는 “대다수 국민들이 경제적 우위에 입각해 북한정권의 몰락, 체제흡수, 승공통일을 생각하는데, 이는 기대해서도 안 되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무정부 상태가 되면 세계열강의 관여로 통일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대상으로서 유일 동족 개념의 파트너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식 목사(판교산울교회) 역시 “어떤 통일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 통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은 힘의 논리를 갖고 정복주의 방식으로 섬기라 한 적이 없다. 남북통일은 평화정신을 바탕으로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샬롬인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진영논리나 힘의 논리를 초월하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통일철학을 세워야 한다.
 
통일정책-교단과 교회의 건강성 회복의 기회로 삼자.

교단의 통일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가장 먼저 교단에 대한 ‘신뢰감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통일은 특정 단체, 특정인, 특정 교회만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교단은 교단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이를 토대로 일관성 있게 통일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전국 교회와 성도들이 교단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간 교단 내에서 불미스러운 의혹사건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이로 인해 교단에 대한 불신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형국이다. 교단의 통일정책은 교단의 신뢰도의 바로미터라는 인식을 갖고, 행정적·재정적·인적 투명성과 정직성을 보장해야 한다.

통일정책으로 전국 교회를 하나로 묶고, 이를 계기로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가 보여준 세속화로는 통일로 인한 선교특수는 물론 오히려 복음과 북한 교회의 순수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독교북한선교회 이수봉 목사는 “교회의 통일준비는 돈이 아니다.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한 교회에서 만든 정책과 사업들이 통일을 건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교단의 통일정책 수립에 있어 교단 산하 교회와 성도, 나아가 다음 세대에까지 통일의식을 심어주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지 않으면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학교에 통일신학 과정 개설, 통일교육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 주일학교에 통일교육 의무화 등을 고려해봄직 하다.
 
통일사업-한국교회의 통일 인프라 활용하자.

통일은 보편적 가치관 속에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교단‘만’을 고집하는 통일정책은 지양해야한다. 통일에 있어 한국교회는 걸음마 단계다. 따라서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갖고, 그간 다져있는 한국교회 내의 통일 인프라를 네트워크하고,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통일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에서부터 탈북난민, 북한이탈주민(새터민), 대북교류, 북한교회 재건 등 통일과 관련된 무수한 현안에 대한 컨트롤 타워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일치된 기구가 필요하다. 교단마다, 단체마다, 교회마다 경쟁적으로 통일사업에 뛰어들면 혼란과 부실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교단간 대화와 협의할 창구를 가동하는 중재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