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7주년 연합포럼 ‘루터, 한국교회 사제주의를 말하다’

▲ 패널토론에서 박득훈 목사(가운데)가 “직업목회자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황병구 본부장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발제자들의 발제내용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열띤 토론이 벌였다.
 
“하향평준화 초래 위험” 지적에 “새 시도 진행, 동의 어려워” 반론
한국교회서 실현 위한 목회자·평신도 역할 설정 열띤 토론 벌여

“만인사제주의는 교회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말하자, “동의하기 힘들다”고 반론했다. 또 “직업목회자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교회가 곧 세상이다. 차이 없다”는 이의제기가 들어왔다.

지난 10월 30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과 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주최한 종교개혁 497주년 연합포럼 ‘루터, 한국 교회 사제주의를 다시 말하다’에서 모처럼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은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 패널로 참석한 고상환 집사(기독연구원느헤미야 사무처장), 김은홍 편집장(크리스처니티 투데이 코리아), 박득훈 목사(새맘교회)가 자리를 채웠다.

열띤 토론의 발단은 발제내용에서부터 비롯됐다. 배덕만 교수의 “평신도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교육과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자칫 만인사제주의는 교회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는 주장에 고상환 집사가 동의하기 힘들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고 집사는 “최근 복음주의권을 중심으로 성도들이 설교도 하고 대표교인을 두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제가 섬기는 교회도 대표가 목회자가 아니라 교인이다. 그렇지만 하향평준화와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가 곧바로 응수했다. 배 교수는 “만인사제주의가 실현되려면 목회자만 변화할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사제에 대한 종속적인 생각을 뜯어내야 한다”면서 “또한 평신도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으면 평신도가 목회자를 마음껏 주무르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인사제주의를 한국 교회에 적용할 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직업목회자와 성도 사이의 건강한 관계로 ‘우정의 관계’를 언급한 황병구 본부장의 발제도 반론에 부딪쳤다. 김은홍 편집장은 “한국 교회 안에 목사와 성도 간의 현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오히려 목사와 성도의 밀착관계가 심해서 문제다”며 “성도들은 목사에게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국 교회가 사제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병구 본부장의 “직업 목회자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현역 목회자인 박득훈 목사가 반기를 들었다. 박 목사는 “목사가 세상과 시장을 모르니 평신도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판단이다”면서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는 지나친 주장이다. 교회가 곧 세상이다. 별 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황 본부장은 목회자 코치론을 언급했다. 야구를 예로 들며 목회자는 코치가 되어 선수인 성도들에게 전문성을 구비시키고, 이들이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5명의 토론 참석자들은 세부적인 사항에서 충돌했지만, 16세기 루터가 주목한 가톨릭교회의 부패상과 오늘날 한국 교회의 부패상이 맞물린다는 점에 공감했다. 박득훈 목사는 앞으로 만인사제주의를 논할 때 목회자그룹과 비목회자그룹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개혁적 사제와 성도, 반개혁적 사제와 성도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박 목사는 “중세 가톨릭과 같이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는 한국 교회를 개혁하려면, 개혁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이 뭉쳐 개혁을 가로막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면서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목회자든 성도든 힘을 모아 반대편과 싸워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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