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 공공성 훼손의 순간!” 총무 선거를 다룬 실행위원회를 앞두고 실행위원들이 대거 교체돼, 동원선거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다수의 교회협 실행위원들이 ‘실행위원 변경 안건’에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

 
실행위원 대거 교체 논란, 합의정신 바탕 둔 진보적 연합운동 전통에 큰 상처
‘금권선거 가능성 스스로 열어’ 비판 커져… ‘반 예장통합’ 일정한 정서도 확인


지난 9월 1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창립 9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며 ‘교회 공공성 회복으로 다가올 미래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교회협이 앞장서 심각한 위기에 빠진 한국 교회를 쇄신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교회협은 교회의 공공성 회복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자신들의 공공성에 금이 가는 사태를 맞았다. 창립 90주년 기념예배로부터 불과 한 달 지난, 10월 23일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연합운동의 합의정신이 깨지고 말았다.


산산조각 난 교회협 합의정신

교회협은 CBS, 대한기독교서회와 함께 진보적 연합운동에 앞장선 연합기관이다. 이들 3대 연합기관의 회의에는 불문법과 같은 하나의 전통이 있다. 바로 합의정신이다. 회원교단들은 다수결보다 합의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냈고, 기관장 역시 주요 회원교단에서 순번을 돌며 역임했다.

CBS와 대한기독교서회는 종로 5가를 벗어나면서 기관장 선출 방식에 변화를 가했으나, 교회협만은 합의정신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교회협의 대표회장 선임이나 총무 선임 선거는 가열될 일이 없었다.

하지만 10월 23일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총무 선거가 이른바 ‘동원선거’로 치러지면서 진보적 연합운동의 마지막 보루였던 교회협의 합의정신마저 산산조각 났다. 이날 실행위원회를 앞두고 당현직으로 변경된 예장통합 2명을 포함해 기감 등 6개 교단에서 14명의 실행위원을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총무 추천 인선위원회에서 김영주 현 총무와 경쟁했던 예장통합 실행위원들은 “누가 보더라도 선거를 위한 실행위원 동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동안 소란을 벌인 후 진행된 총무 선거에서 4표 차로 김영주 현 총무의 중임이 확정됐다. 하지만 교회협의 공공성은 훼손됐고, 공공성 훼손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예장통합은 10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 인선과정에서 교회협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침해당했으며,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교체 당한 실행위원도 있다”며 최후 수단으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누구보다 김영주 총무에게 있다. 재임 기간 중 김 총무는 중임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총무는 약속을 깼다. 더구나 정년 문제가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임을 강행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회원교단들이 보인 태도이다. 김영주 총무의 소속 교단인 기감은 그렇다 쳐도 기장, 성공회, 구세군 등도 도의적 책임에 더해 공공성에 흠집을 낸 김영주 총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공성 훼손을 외면하면서까지 김영주 총무를 지지한 까닭은, 회원교단 사이에 확산된 ‘반 통합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종로5가에 확산된 반 통합 정서

“만약 예장통합에서 다른 후보를 냈다면 결과를 달라질 수도 있었다.” 구세군 소속 한 실행위원의 말이다. 그는 류태선 목사가 아니라, 애초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 후보가 됐다면 예장통합측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 관계자도 후보 선정에 실수가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누자, 예장통합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 먼저 예장통합의 장자교단론를 거론했다. 구세군 실행위원은 “예장통합은 다른 회원교단에게 장자교단이 헌신하고 봉사하면 따라오라는 힘의 논리를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연합운동의 의미는 동행에 있다. 그러나 예장통합은 오랜 기간 협력하기보다 주도하기를 원했고, 이것이 회원교단 사이에 반목의 원인이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예장통합의 ‘전과’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2006년 교회협 총무 선거에서 기장 차례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낸 적이 있다. 당시 기장 후보였던 권오성 목사가 선출됐지만, 예장통합은 비난을 면치 못했다. 또 교회협 대표회장을 역임했던 예장통합 김삼환 목사도 한 회기 앞서 대표회장이 됐다.

하지만 예장통합의 원죄가 있다고 해도 이번 교회협 실행위원들의 행동은 진보적 연합운동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필요에 따라 합의정신을 깰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나아가 진보적 연합운동 내에 다수결 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졌다. 아울러 동원선거가 끝이 아니라, 교회협에서도 과거 한기총처럼 금권선거가 침투할 틈을 열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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