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은목교회 실태조사…대다수 “노후 준비는 꿈도 못꿨다”
정작 한국교회는 시급성 몰라…은급문제 정밀한 논의 시급



은퇴목사의 노후가 심각하다. 미자립이나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은퇴한 목회자는 노후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은퇴 후 교회 지원도 끊긴 상황에서 파지수거까지 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은퇴 목회자들은 교회마저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에서 결국 교단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는 지난 10월 8일 한국 사회의 노인복지와 교회의 역할을 다룬 기사에 이어, 은퇴한 목회자의 실상을 살펴보기 위해 은퇴 목회자들이 예배를 드리는 10월 19일 오륜은목교회를 찾았다. 오륜은목교회는 약 80여 명의 은퇴 목회자와 사모, 은퇴한 여전도사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실태조사는 목회자에 한정해서 표적집단면접법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54명이었다.
 

노후대책은 무대책

조사대상 54명 중 100명 미만 미자립 및 작은 교회에서 시무했던 목회자가 39명이었다. 또 조사대상 중 은퇴 전 총회연금이나 국민연금, 민간의 퇴직연금 등 하나라도 노후준비를 한 목회자는 11명에 불과했다. 43명은 노후를 위한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이유는 분명했다.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생활도 어려웠는데 노후 준비는 아예 꿈도 못꿨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자립 또는 작은 교회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노후 준비를 못한 은퇴 목회자가 30명이었다.

은퇴 준비를 못한 상황은 현재 그대로 목회자들을 짖누르고 있다.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는 목회자가 9명, 30만원 미만인 목회자가 12명, 60만원 미만 18명, 100만원 미만 4명 등이었다. 올해 보건복지부 2인가족 최저생계비 102만7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목회자가 43명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150만원 이상은 6명에 불과했다.

안만호 소장(새일크리스찬직업상담소)은 “한국 교회의 목회자는 모든 재산과 에너지를 목회현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인보다 은퇴준비에 취약하다”고 현실을 말했다. 안 소장은 “은퇴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80% 정도가 재취업을 원하고 있다. 한국 교회 전체에서 미자립 교회와 작은 교회가 약 80%라고 한다. 재취업을 원하는 80%의 목회자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파지수거와 미화작업까지

노후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은퇴 목회자들 현재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안 소장의 말처럼 7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목회자가 11명이었다. 노인대학 출강 등 전문성을 살린 직업도 있었지만, 파지수거 성경찬송판매 쓰레기미화작업 등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일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노후 대책도 없고 직업을 구하지 못한 목회자는 ‘교회에서 지원’받거나 ‘자녀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목회자도 있었다.

정철우 목사(한국기독교직장선교협)는 은퇴목사 노후 문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80년대 사역했던 목회자들이 이제 은퇴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목사는 “교회 성도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은퇴목사를 부양할 인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은급문제를 심각하고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급성 모르는 교단

설문조사한 은퇴 목회자들도 “교단에서 은퇴 목회자의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각 교단은 연이어 터지는 은급재단 재정사고에서 보듯, 은퇴 목사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현 목사(가명)는 “우리 교단(예장합동) 은급재단 사고를 보라. 정말 은퇴 목회자를 걱정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통합 교단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은퇴 목회자의 노후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한탄했다.

정철우 목사는 지금처럼 은퇴 목회자의 노후 대책에 손을 놓고 있으면 그 영향이 교회에 직접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회자가 은퇴 준비를 못하면, 목회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게 된다. 윤리적 문제가 나타나고 교회 성도들과 갈등이 일어 분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교단들은 총회 차원에서 은급제도를 마련하고, 목회 이중직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박민균  송상원 기자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