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중직 의식조사서 나타난 한국교회 문제와 해결방안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미자립교회 현실 극명하게 드러내
법정 최저생계비 이하에도 직업 구한 교역자는 불과 38%
“금지규정 벗어나면 사역 확대 계기될수도…발상전환 필요”

정용훈 목사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밤 10시부터 새벽 4시30분까지 택배하차 일을 1년 동안 했다. 정 목사는 “매일 전도를 하러 나갔다. 기도를 정말 열심히 했다. 미자립 교회는 그래도 안됐다. 나도 총신신대원 다닐 때 생계로 고민하던 분에게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인데 뭘 걱정하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 분 말씀이 맞았다”고 말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와 <목회와신학>이 조사한 목회자의 이중직 의식조사는 한국 교회의 난제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다. 교회와 목회자의 양극화 현상, 목회 현장과 괴리된 총회 규정, 미자립 교회에 아무런 대안이 없는 교단 등등.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표1>을 보면, 현재 미자립 교회 목회자 생활고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목회자 및 부교역자가 설문응답자 904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가정이 살아야 목회도 산다

 ※ 설문조사 기간:2014년 2월 11~23일. 방법:전화, 이메일, 페이스북.
설문 대상:<목회와신학> 독자 및 목회사회학연구소 데이터베이스의 담임목사 부교역자 협동목사 등 904명

이런 현실 속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은 적극적으로 ‘목회자 겸직’ 곧 목회 이중직을 찬성(<표2> 참조)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목회자가 이중직을 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응답자의 70.4%(490명)이 “목회자가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성돈 교수는 “설문응답자 가운데 5명을 선정해서 심층인터뷰를 했다. 목회자들은 교회가 중요하지만 무너지는 가정을 살려야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생활고가 닥쳤다고 목회자가 당장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회자들은 가장으로서 갈등이 깊었다. 그래도 생활고가 닥치면 사모가 먼저 일을 시작했다. 사모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식당보조 주방일 파출부 가정부 등이다. 결국 고된 노동으로 사모가 병을 얻어 일을 못하게 되면, 목회자가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설문응답자 904명 중 현재 목회 외에 경제활동을 하는 교역자가 343명(37.9%)이었다. 하는 일은 다양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교역자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용직 노동자를 하고 있는 교역자가 10명, 어린이집 차량운행 같은 운전직, 경비직 등 너무 다양했다. 담임목사가 아닌 부교역자나 협력목사 중에 전문성을 살려 강사로 활동하거나 기독엔지오 및 문화사역자 등을 겸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겸직을 하지만 불편하다

생활고 때문이든, 전문성을 살리든, 겸직을 하고 있는 343명의 교역자들은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일을 하느라 목회 사역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목회와 겸직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32명 9.8%) 목회자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46명, 14.1%) 목회사역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158명, 48.6%)고  답했다. 애로 사항이 없다는 응답은 89명, 27.4%였다.

겸직을 하지 않는 교역자들도 “겸직을 하면 목회사역에 시간이 부족할 것”(269명, 46.7%)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표3> 겸직의 애로사항 참조)

조성돈 교수는 응답자의 85%가 정부의 법정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비를 받고 있음에도 직업을 구한 교역자가 38%에 불과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비를 120만원도 못받는 교역자가 45%다. 거의 120만원의 생활비만 있어도 다른 직업을 안갖는 것이다.”

또한 조 교수는 교역자들이 선택하는 직업도 중요한 문제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 사역자를 제외하고 많은 교역자들이 3D 업종이나 비정규직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정규직을 못하니까 비정규직과 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이다. 헌법에 목회자 이중직 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목회자로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 때문에 성도나 다른 목회자의 눈을 피하려고 밤에 일을 한다.”

▲ 목회사회학연구소와 <목회와신학>이 ‘목회 이중직’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랍고 안타까웠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은 최저생계비에 한참 모자란 생활비를 받으며, ‘목회 이중직 금지’ 규정에 묶여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조성돈 교수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중직 풀고, 교회론 세우고

목회 현실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이중직을 강제하고 있지만, 총회 헌법은 ‘이중직 금지’를 못박고 있다. 침례교단을 제외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를 비롯해 거의 모든 교단이 목회자의 이중직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전도사는 “필리핀에서 유학했는데 작은 교회 목회자의 이중직은 당연했다. 오히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연합해서 지역 사회를 위한 잡지를 만들어 글도 쓰고 일도 하면서 목회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목사에게 직업을 못갖게 하면서 ‘목회를 하려면 사모를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성돈 교수와 정재영 교수는 이렇게 현실에도 맞지 않고 이미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생활마저 유지할 수 없는 교역자들이 겸직하는 현실 속에서 ‘목회 이중직 금지’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정재영 교수는 “이중직 금지 규정에서 벗어나면 목회자들이 오히려 사역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낮 시간에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하면서 생활과 목회를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산 하늘땅교회 이재학 목사는 “목회자가 이중직을 갖는 것이 교회와 복음전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 목사는 주민들의 이주가 잦은 오산 지역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직장을 구했다. 그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교회론을 새롭게 확립했고, 직장신우회를 조직해 또 다른 교회를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중직으로 세상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성도들의 삶과 괴리되지 않는 그런 말씀을 전하게 됐다. 이중직을 목회적 선교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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