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세계관 부재가 빚은 비극, 기독청년

▲ 예학당에서 '청춘, 예수로 물들다'라는 주제로 기독교세계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신앙 안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게 하라”

구체적 현실과 대면하는 기독청년, 삶과 신앙 간극 메울 폭넓은 관점 얻지 못해 깊은 고민
‘예학당’ 기독교세계관 교육 통해 가치관 변화,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연결 “꿈 실현 돕는다”

 

기독교세계관 교육에 헌신하는 대다수 사역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바로 “청년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교회와 가정 속에서 보살핌을 받다가, 취업이나 진학으로 세상을 말 그대로 ‘대면’하게 된 청년들만큼 세상에 쉽게 동화되고 신앙을 쉽게 등지는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삶의 간극 좁혀줄 교육이 없다”

기독교세계관 교육 취재를 진행하며 총 37명의 기독청년에게 설문조사 및 1:1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기독청년들에게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묻고, ‘그 고민에 기독교 신앙 혹은 교회(담당 교역자 등)가 도움을 주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청년들의 답변 이유는 “삶에 대해 폭넓은 이해와 관점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담당 교역자와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다”, “큰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등이었다.

또 ‘교회 청년부 활동과 제자훈련 등 교회에서의 신앙교육이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가’라고도 물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삶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를 다루지 않고 있다”, “교회생활과 삶의 괴리감을 좁혀줄 교육이 없다”, “교회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추상적이어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 아트앤소울 회원들이 ‘선택과 액션’이라는 제목의 작은모임 게시판을 함께 살펴보고 자신의 예술적 관심사와 맞는 작은모임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이 ‘그림으로 돈 벌기’라는 29세의 구민경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 역시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며, 삶과 신앙의 괴리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토로한다.

“평일에 학교에서 작업하는 나와 주일에 교회에 나가는 나는 상반된 존재였다고나 할까요. 그 간극을 좁히고 싶은데, 보수적인 신앙관에 얽매이다 보면 자유로운 작업을 하지 못하는 진부한 학생으로 살아야 했죠. 반대로 교회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활동을 해도 삶의 고민이 해소 되지 않았어요. 그림은 내 영혼을 팔아야 가능하겠다는 판단에 결국 포기하게 됐었죠.”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만 놓고 ‘기독청년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선입견일 수 있다. 교회와 교역자들은 ‘신앙을 버리고 세상을 선택하는 기독청년이 문제’라고 하지만, 반대로 신앙과 삶의 괴리 속에 살아가는 기독청년들은 “신앙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서 답답하다”고 말한다.

인터뷰와 설문에 응한 기독청년들이 공통적으로 교회에 바라는 것은 ‘기독교 신앙을 현실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시키고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이었다. 해법은 여기에 존재한다. ‘신앙과 삶’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기독청년이 자발적으로 신앙 안에 거하는 삶을 기꺼워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독교 공동체 모두의 과제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일일까?

예학당의 기독교세계관 교육

그 누구보다 규정된 틀에 얽매이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예술가일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세계관으로 살아가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예술 작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예술이 예수를 만나다’는 모토를 내세운 예학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예학당은 기독교 연합 문화사역 공동체인 ‘마커스’를 모태로 삼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이 시대 문화 예술과 어떻게 연계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마커스 사역자들은 2004년부터 사역자 중심으로 기독교세계관 교육을 조심스럽게 도입했다. 그리고 2009년 3월 기독예술가들을 위한 기독교세계관 학교로 시작된 예학당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올해 8기를 맞았다. 예학당은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기독교인들이 함께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해서 이 시대 문화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등장한 구민경씨도 바로 이 예학당에서 기독교세계관의 관점으로 문화와 세계관, 예술사, 예술과 창작, 대중문화와 예술가 등을 주제로 공부한 후 스스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말한다.

“예학당을 통해 예전에 나를 옥죄였던 것들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가치관에 나를 맞추려고 했던 부산물이라는 것, 나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아니라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는 제자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비록 당장 드러나지는 않아도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 것 자체가 큰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자발적 네트워크 조직까지

예학당의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단순히 수동적인 학습에 그치지 않는다. 자발적인 기독교 문화예술 네트워크인 ‘아트앤소울’을 조직하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신앙과 삶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강점도 지녔다.

지난여름 아트앤소울은 일러스트 작가들과 공연 기획자로 구성된 ‘테이블십(Tableship)’이라는 프로젝트팀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의 주제는 기독교적 주제이면서도 비기독교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회복’이었다.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작품을 활용해 에코백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기독교인들이 같이 고민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모임 속에서 ‘주님이 주신 은사를 삶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아트앤소울 권윤정 실장은 “예학당과 아트앤소울은 기독교세계관 교육을 통해 창조성과 연합성, 은사, 이웃사랑 등 성경적 가치에 목적을 두고,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하도록 돕는 일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기독청년이 신앙을 포기하는 이유는 하나다. 신앙 속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청년이 신앙을 따르게 하는 방법도 하나다. 신앙 속에서 청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과 신앙이 하나일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의 전환이 기독청년들에게 신선한 도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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