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세계주교대의원회 예비보고서 파장 확산

"동성애자도 교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은사와 자질을 가지고 있다."

10월 1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Synod) 3차 임시총회에서 동성애와 이혼, 혼전동거, 피임 등 가톨릭교회가 전통적으로 금기시 해 왔던 문제에 포용적인 시각을 담은 예비보고서가 발표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주교대의원회는 10월 5일 전 세계 주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임시총회 책임보고관인 페터 에르도 추기경은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는 회의장에서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한다는 입장을 담은 12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200여 주교와 평신도, 전 세계 언론 앞에서 낭독했다.

문서에서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혼전동거)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성애자와 관련해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가톨릭교회의 기존 교회는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동성애자들도 교회 공동체에 기여할 은사와 자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동성애자 커플에 대해서도 기존에 '죄악'이라고 규정했던 교회를 언급하지 않고 "상대를 위한 희생이라 부를 수 있는 호혜관계자 존재한다"고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보고서는 동성애자와 이혼자 등에 대해 교회가 환대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본질적으로 이혼과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점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 문서는 임시총회의 일정 중간에 발표되었지만 논의의 내용을 담은 일종의 '초안' 형태를 띄고 있으며, 최종보고서는 임시총회가 폐회하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안이라고 해도 기존의 가톨릭교회가 금기시 했던 동성애와 이혼 등을 포용한다는 내용의 문서는 발표가 된 것만으로도 파장이 커, 현장에 있던 41명의 주교들은 보고서 낭독 직후 잇따라 반대 발언을 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폴라드의 스타니스와브 가데키 추기경은 "13일 발표된 보고서는 가톨릭교회의 교리에서 벗어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남아공의 윌프리드 폭스 내피어 추기경은 "발표된 보고서는 주교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미국 레오 버크 추기경도 "상당수의 주교들이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최종보고서는 주교 전체의 의사와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베른트 하켄코트르 주교는 "이번 임시회의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나 이혼 등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발언했으나,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서 기존 가톨릭교회와 달리 동성애와 이혼자 등에 대한 관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에 교화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스로 사임해 교황의 자리에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가 과거 동성애에 대해 "본질적으로 혼잡한" 것이라고 교리적 측면에서 단죄한 것과 달리, 금기시 되는 주제를 공개 토론에 부쳤다는 것 자체가 가톨릭교회의 획기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13일 발표된 보고서를 둘러싸고 주교들이 그동안 진행됐던 임시총회 회의록을 확인하고 보고서 내용을 평가하는 등 찬반논쟁이 격렬해지자, 14일부터 주교들은 각각 소그룹으로 모여 이 보고서에 대한 논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일 폐회와 동시에 발표될 최종보고서 내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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