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관리위원들이 총무 선거 개표를 하고 있다. 총무 선거는 총회 넷째날 오후에 진행됐다.


황규철 전 총무 예우금 4억원 받고 출마 포기
“불가피한 결정” 의견 속 “총회 명예 실추” 비판도
‘최소한의 검증 필요’ 자격·선출 방식 개선 과제


총회 일정 중에 총대들의 애를 태웠던 총무 선거 문제는, 황규철 전 총무가 예우금 4억 원을 받는 댓가로 총무 선거 출마를 사퇴하자 숨통이 트였다. 총대들은 9월 22일 황 총무가 예우금을 받고 출마 포기 각서를 썼다는 소식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그가 번복하고 총회 기간 중 다시 출마를 선언하면 총회 현장이 혼란해지지 않겠느냐면서 끝까지 염려를 감추지 못했다.

황 총무에 대한 예우금 지급이 워낙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총대들이 상황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탓이기도 했고, 황 총무 측근들이 황 총무 재도전설을 계속 언급했기 때문인 점도 있었다. 그러나 총회 임원회가 총회 셋째날 비로소 “영남권 후보들 가운데서 총무 선거를 하려 하니 다음날 오후 5시까지 후보 등록을 하라”고 공고하자, 총대들은 비로소 안심을 하고 총무 선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총무가 선출된 이후 총대들은 황규철 전 총무와 관련된 유일한 헌의였던 ‘총무 처리 불이행 진상 조사’에 대해 “종료됨으로 기각함이 가한 줄 아오며”라고 결의함으로서 황 총무에 대한 모든 것을 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황 총무를 신임 총무 후보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안명환 총회장을 비롯한 총회 임원들, 그리고 황 총무와 측근들의 움직임은 비밀작전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총회장과 총회 임원들의 결속은 한때 깨졌고 급기야 직전 총회장 조사처리위원회가 이번 총회에서 결성되는 분위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황 총무에게 소위 예우금을 주기로 총회 임원회(총회장:안명환 목사)와 총회유지재단이사회(대표:안명환 목사)가 전격 합의한 것은 총회 첫째날인 9월 22일이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4억 원이 모 장로의 통장으로 입금됐고 황 총무는 총회 장소를 빠져나갔다.

4억 원을 주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논란은 총회 기간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총대 전반의 의견은 “그마나 다행이다”라는 것이었다. 상당수 총대들과 네티즌들은 “총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4억 원이라는 예우금을 줬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법적 소송을 불사하면서 강하게 나오는 총무에게 정치권이 끌려갔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총회 정치권과 일부 총대들은 “총회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어떻게 4억원의 예우금이 책정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총무의 퇴직금은 3000만 원 선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유지재단이사회는 총무가 총회 투자금 관리를 잘했다는 명목으로 2억 7000만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다가 여론에 밀린 적이 있었다. 이 금액이 재차 등장하고 여기에 보너스 등의 성격으로 1억 원이 붙어 금액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서 총무 문제는 총회 임원회가 7월 11일과 21일 회의를 열고 “황규철 총무가 제기한 ‘총회총무선거금지가처분’을 취하하지 않으면 총무 직무를 정지토록 한다”고 두 번씩이나 결의함으로 황 총무의 출마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가처분 결과가 나왔으며 황 총무가 패소한 것을 밝혀졌다. 황 총무의 총무 선거 재도전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사회법정 패소자라는 명목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황 총무는 이 부분에서 또다시 정치력을 발휘했다. 황 총무가 9월 16일 접수시켰던 ‘총회총무후보등록거부금지가처분’의 결과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에 의해 9월 18일자로 ‘인용’된 것이었다. 불과 3일 만에 신청부터 결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 대해 총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안 총회장이 직접 참여한 심문이 9월 18일 오후 4시였으며, 총회의 답변서가 다음날 9월 19일 제출된 후, 같은 날 재판부의 최종 결정정본이 나왔다.

황 총무가 가처분 결과를 들고 재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가운데 총회 임원회와 유지재단이사회는 총회 파행이 될 지 모른다는 긴박감 속에서 총무 예우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상했다. 양 기구는 4인 위원(안명환 목사, 김신길 장로, 이형만 목사, 문세춘 목사)에서 최종 결론을 일임했고 이들은 길지 않은 시간 안에 4억 원으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4인위원회 회의에 앞서 임원회와 유지재단이사회는 예우금을 주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소위원회에서는 총회 발전기금 중 4억 원을 줄 것이냐 5억 원을 줄 것이냐로 논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후 안명환 총회장은 “총무는 내 손으로 뽑은 사람이기에 끝까지 잘 처리해 줘야 하고 총무만한 사람도 없다”면서 “이런 문제를 법으로 풀 수 없으며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회 임원 가운데 한 사람은 “임원들로서는 4억 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세웠다”면서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 총무 선출 건을 계기로 향후 총무 자격과 선출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당장 이번 총무 선거만해도 3년 전과 비교할 때 준비 서류 숫자나 내용이 매우 약화됐다. 연임을 하면 6년 동안 총회 살림을 관장할 총무를 뽑을 때 향후에는 공약 발표와 공청회 등의 최소한의 절차를 밟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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