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꾼 아닌 일꾼으로 더욱 섬길 터”
 

“시작하도록 세우신 분도 하나님, 마무리하게 도우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여기까지 이끌어오셨다고 믿습니다. 단지 저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으며 임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뿐입니다.”

회록서기로서 직책을 내려놓은 최우식 목사(목포서노회·예손교회)의 소회는 담담했다. 쉽지 않은 지난 2년간의 시간들이었을 테고, 가슴 속에 쌓인 감정들이 나름 적지 않겠지만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불 꺼진 총회’의 암담한 분위기에서 예상 밖의 된 서리를 맞으며 총회 임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고, 이후 숱한 고비를 넘기며 숨 가쁘게 달려와 결승점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최 목사는 ‘군대시절 끝이 보이지 않던 눈 치우기 작업’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떻게 지내왔는지 아득할 때도 있습니다. 출발할 때는 교단을 위해 무엇인가 정책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이바지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지나고 보니 눈앞의 문제들에 매달려 수습만하다가 세월을 보낸 느낌입니다. 아쉽습니다.”

최우식 목사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그의 성격을 편안하게 느낀다. 때로는 그런 모습 때문에 자기주장이 센 인사들에게 끌려 다닌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말꾼’이 아니라 ‘일꾼’으로 살고자 했다는 그의 진심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만사를 바라본다면, 공정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좀 더 은혜로운 총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임기 내내 그렇게 일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을 위해 일하면서 사용했던 에너지와 경험들을 살려, 앞으로는 주변을 더욱 돌아보고 섬기는데 힘쓰고자 합니다.”

이런저런 시련 속에서 상처 받는 교회와 성도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들은 특히 눈에 밟히는 존재들이다. 교단의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십자가’를 먼저 생각하며 다툼을 그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 최 목사의 마지막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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