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총신대학교)

사랑은 나누며 신앙은 바로 세우는 기회로

 

 

민족의 최대 명절 한가위를 맞았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하는 일년 중에 가장 좋은 절기입니다. 가족이 모두 서울에 사는 저는 시내 교통이 한산해 좋고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짬을 얻어 더 즐겁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이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명절이 노는 날이 되어버린 지금, 제사를 지내지 않는 성도들은 절기의 의미를 살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명절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법으로 보낼 길은 무엇일까요?


감사의 절기

첫째가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사 예배입니다. 가족이 모이면 예배부터 드려야 합니다. 명절의 주인은 조상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추석이 풍성한 추수를 축하하는 천신제에서 비롯된 명절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를 돌려야 합니다. 성경에도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기에 대한 말씀이 여러 곳에 있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모세가 추수감사에 대해 가르친 내용은 매우 특이합니다(레23, 신26장). 추수는 고사하고 아직 약속의 땅에 발을 딛지 못한 시점에 감사를 먼저 가르친 것입니다. 요단 강을 건너고 여리고 성을 넘어야 할 첩첩 산중이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모두를 넘어 약속의 땅에 들어 “거할 때…… 토지 모든 소산의 맏물을 거둔 후”의 일을 미리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이 만유의 주인이라는 신앙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교훈의 핵심은 첫 소출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추석과 같은 명절에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건강과 안정, 직장, 가정, 사회, 국가가 모두 주의 은혜임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입니다. 첫 수확은 앞으로 올 모든 소출의 증거입니다. 그것을 드림은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고백하는 감사의 표시입니다.
 

명절의 왜곡

또 다른 교훈은 잘못된 추수감사에 물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농사에는 기술뿐 아니라 문화가 있습니다. 농악이나 기우제 같은 것 말입니다. 특히 추수 축제는 농경문화의 꽃입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 농사를 배우면서 풍요의 신 바알을 섬기는 우상숭배와 물신주의에 물들기 쉽다는 것을 미리 일깨운 것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는 바른 태도를 알게 합니다. 그것은 명절에 지난 역사를 기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확의 기쁨을 창조주일 뿐 아니라 구원의 하나님이신 여호와께 돌리는 것은 풍성한 소출을 위해 기복적 자세를 벗어나게 합니다. 나아가 복에 대한 바른 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방법이 됩니다.

지금 눈 앞에 쌓여있는 첫 소출은 과거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결과임을 기억하며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그 은혜의 역사는 씨앗을 뿌린 봄철을 넘어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애굽에서 종 되었던 때와 광야에서 유랑생활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역사를 잊지 않는 한 방법은 지금 그들 앞에 있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것(레 23:22)입니다. 명절을 어려운 이들과 나그네와 더불어 나누라(신 26:11)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추석명절을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른 감사의 태도

여러 교회가 추석을 명절 때 오히려 더 힘들고 외로운 이들을 돌볼 시기로 삼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탈북민, 독거노인과 수재민 돕기, 외로운 노인에게 송편나누기 등이 그것입니다. 어려운 이웃 ‘작은 소원 들어드리기’를 한 교회도 있습니다. 외국인 직원을 집에 초청하는 신앙인 상사도 있고 기독교대학에서는 외국유학생들이 우리 명절풍습을 배우고 즐기는 행사를 마련합니다.

추석을 ‘온가족 신앙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거나 믿지 않는 가족을 전도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습니다. ‘추석길 고향 선교사’되기 운동을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가족 전도에는 적더라도 정성을 담은 선물과 부모님의 용돈과 건강 체크 같은 행동을 통한 모범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행여 명절을 잘못 보내는 경우 오히려 가족 불화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당부합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고 성묘를 하는 만큼 추석을 영혼의 고향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는 일도 좋겠습니다. 조상뿐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신앙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도 명절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입니다.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이 단지 교회의 절기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 기쁨으로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계절로 자리잡았습니다. 우리의 민족 명절도 예수사랑을 실천하는 만들어진다면 이 땅에 복음이 깊이 뿌리박는 날이 앞당겨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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