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나비, 문창극 장로 발언 신학 토론
“포괄적 개념에서만 타당한 신앙고백”
‘사회정의 실현…공공성 회복’ 공감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총리후보자 문창극 장로의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한 신학적 토론이 진행됐다. 대학 선교단체 새벽이슬이 주최한 개혁과부흥 컨퍼런스에서 문 장로의 발언을 옹호한 학술단체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이하 샬롬나비)과 개혁적 목회자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하나님의 뜻’ 토론회는 개혁과부흥 컨퍼런스 마지막날인 21일 열렸다. 샬롬나비를 대표해서 토론회에 참석한 사무총장 서충원 목사와 권문상 교수(웨신대)는 “문 장로는 ‘하나님의 뜻’을 넓은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인간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와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해는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오세택 목사(두레교회) 방인성 목사(함께하는교회)는 “인간의 역사는 분명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문제는 문 장로가 ‘하나님의 뜻’을 경제적 풍요 곧 돈의 관점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게으르고 가난했던 민족을 하나님이 일제식민지와 전쟁으로 징계하셨고, 예수믿고 하나님 뜻에 의해 잘살게 됐다는 것이 강연의 전부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한 토론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이 부각됐다. 첫째는 문창극 장로의 ‘하나님 뜻’ 발언이 신앙적으로 용납할만한 것인가, 둘째는 문 장로의 역사관점이 올바른 것인가이다.

먼저 신앙적 관점에서 문 장로의 ‘하나님 뜻’ 발언은 “극히 포괄적인 개념에서만 타당한 발언”으로 결론이 났다. 즉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로 이루어진다”는 대명제 차원에서만 옳다는 것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수준 낮은 신앙고백이라는 것이다.
 
▲ 문창극 장로의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해 방인성 오세택 서충원 목사와 권문상 교수(왼족부터)가 찬반토론을 벌이고 있다. 문 장로를 옹호한 서충원 목사와 권문상 교수도 “문 장로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깊은 신학적 이해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오세택 목사는 문창극 장로와 같은 논리로 ‘하나님의 뜻’을 말하면, 더 큰 문제에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장로의 발언은 ‘하나님의 뜻’으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잘살게 됐다. 오직 번영신학 그 기준 하나다. 그 속에 이 세상을 하나님의 뜻으로 이뤄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없다. 일제강점도 하나님의 뜻, 한국전쟁과 분단도 하나님의 뜻, 이런 식으로만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 한다”고 비판했다. ‘하나님의 뜻’이 운명론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권문상 교수와 서충원 목사 역시 이런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사회적 차원의 인식이 약하다”고 인정했다. 권 교수는 “하나님의 뜻은 신학적으로 어려운 주제이다. 문 장로는 이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 주권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조선 민족을 비하하고 일제강점과 전쟁 및 분단을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한 역사관도 너무 일방적이었다는 지적이 대세였다.

서충원 목사는 “문 장로는 정치적 혼란과 관리들의 착취와 불의로 피폐한 조선의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바벨론을 통해 이스라엘을 심판하신 것처럼, 불의한 조선에게 일제라는 시련을 주신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일제라는 시련을 통해 우리를 변화시키셨다는 것이기에 식민사관이 아니라고 본다. 이것을 일반인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세택 방인성 목사는 “정치지도자들의 착취와 부정으로 조선이 피폐해졌다면, 왜 지도자들이 정신차려야 한다는 말은 안하는가? 그 문제를 왜 민족성으로 돌리는가. 하나님께서 일제를 징계로 사용하셨다는 것까지는 좋다. 그렇다면 그 이후 우리가 어떻게 억압과 착취를 신앙적으로 극복했는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문 장로는 ‘지도자들이 정신차려야 한다’는 말도 안했다”고 비판했다.

서충원 목사는 “하나님의 뜻은 결국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낮은 자를 위한 사랑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초월적인 하나님의 뜻만 말한 것은 문제가 된다. 한국 교회가 사회와 더욱 소통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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