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미션 ‘박수근 회화 새로보기’ 아트포럼


회화 관통하고 있는 신앙과 철학…예술적 성과 의미있는 조명 ‘눈길’


서울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천혜의 호수와 계곡이 흐르고 드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 강원도 양구로 향했다. 자연과 벗 삼아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픈 물과 숲의 낙원으로 오라 손짓한 이가 있었다. 한국이 대표하는 화가 고 박수근 화백이다.

아트미션은 2014년 아트포럼 ‘박수근 회화 새로보기’를 8월 23일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했다.

탄생 100년을 맞은 천재화가를 고찰하기에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만큼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특히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만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빨래터와 자작나무 숲, 고인의 무덤까지 자리 잡고 있다. 아트미션이 고된 여정을 마다않고 양구행을 택한 까닭이다.

아트미션 외에도 올해 많은 미술인들과 관람객들이 박수근미술관을 방문했다. 박수근 화백 탄생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학술행사와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양구군청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트포럼은 단연 특별했다. 대부분의 행사들이 박수근 화백 작품의 미학적인 면을 살핀 반면, 아트포럼은 박수근 화백이 기독교가정에서 태어난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그의 삶과 미술을 연구했다.

기독교신앙에서 비롯된 박수근 화백의 삶과 작품의 하향성, 타자의식, 세계관을 통찰한 것이다. ‘박수근 회화 새로보기’라는 주제에 걸맞게 처음 시도되는 자리여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관심과 성원 또한 대단했다. 이번 아트포럼은 정원 220명을 채운 것을 넘어, 70명이 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 아트미션이 주최한 ‘박수근 회화 새로보기’는 그 어떤 행사보다 천재 박수근 화백의 삶과 미술을 종합적으로 조망한 예술포럼이었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이석우 관장, 서성록 교수, 안용준 박사(왼쪽부터)는 박수근 화백 예술정신의 한 축으로 ‘기독교신앙’을 제시했다.
 
2014년 아트포럼의 첫 장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미술인 겸재정선미술관 이석우 관장(경희대 명예교수)이 열었다. 이석우 관장은 ‘박수근 삶의 특이성과 원초적 한국미 발견’을 논하며, 독학에 기반을 둔 박수근 예술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규격화된 교육에 젖어들지 않아 끊임없는 배움의 욕구, 즉 수용성 개발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박수근 예술의 전개과정을 보면, 처음 밀레의 작품에서 감동을 받지만 1930년대 일본에서 들어온 인상파적 화풍도 받아들인다. 또 1950년대에는 입체파나 표현주의의 영향도 수용한 면이 보인다. 이석우 관장은 “박수근 특유의 독자성은 서구 사조의 영향을 자기양식으로 승화시켜 새롭게 창출하는데 있다”면서 “박수근의 입지전적 상황이 원초적 우리 미(美)라는 새 양식 개척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근 화백이 서민화가로 불리는 까닭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박수근 화백이 타고난 서민이고, 그의 미술 역시 따뜻한 서민정서와 삶의 진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여기에 가난마저 아름답게 승화하고, 인간관계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 박수근 화백의 시각은 깊은 신앙적 기조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우 관장은 “박수근 예술의 서민적 정서는 민족 고유의 정서에 대한 애정에서 연유한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기독교신앙의 뿌리 깊은 의식과도 맥을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관장이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의 특징에 대해 소개하자, 이어 등장한 발제자들은 심층 분석에 들어갔다.

서성록 교수(안동대)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신앙적인 면을 집중 조명했다. 신앙이 깃든 박수근 예술의 독특한 특징을 △다정한 공간 △함께함 △하향성 △인생행로 4가지로 요약하며, 해당 작품을 소개했다.

서성록 교수는 따뜻한 시선이 살아있는 ‘다정한 공간’의 대표작은 <봄이 오다>, <나물캐는 여인> 등을 꼽았다. 또 타인의 감정 및 고통과 ‘함께하는 탁월한 공감능력’이 드러난 작품으로 <소와 유동>, <노인> 등을, 이웃사랑을 표현한 ‘하향성’의 대표작으로 <시장>, <청소부>, <판자촌>을 언급했다. 신과의 수직적인 관계를 중시한 ‘인생행로’에 해당되는 작품은 <귀로>, <강변>, <길>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서성록 교수는 “박수근 예술의 요체는 얼룩지고 주름진 곳을 찾아가는 하향성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박수근 예술의 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희생을 본받아 낮은 곳으로 향하는 ‘하향성의 예술’이라고 해석했다.

‘박수근 회화의 미학연구’에 대해 발제한 안용준 박사(토론토대)는 기독교세계관에 근거한 박수근 회화의 특징을 △인간을 향한 사랑의 미학 △타락한 세상의 추함 이해 △세상의 추함마저 극복한 구원과 사랑의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안용준 박사는 “박수근은 예술을 하나님께서 설정하신 구조 안에서 창조적 활동의 산물로 보았다”면서 “동시에 신앙과 문화의 분리에서 오는 이원론을 멀리하고, 인간 내부에서 발견되는 리얼리티의 새로운 지평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준석 박사(한국미술비평연구소)의 ‘박수근, 한국성을 담은 한국 현대 미술의 선구자’, 공주형 교수(인천대)의 ‘박수근 회화의 타자의식 연구’에 관한 발제도 이어졌다.

아트미션 조혜경 회장은 “지금까지 박수근 화백에 관한 연구가 양식적 기법적 차원에서 머물렀다면, 이번 포럼은 그분의 회화를 관통하는 신앙과 철학, 예술적 성과를 두루 살펴본 자리였다”면서 “박수근 화백이 알려준 예술가의 삶을 아로새겨, 소망을 품고 더욱 힘차게 나아가는 소명자, 아트미션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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