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이뤄진 이영훈 목사 한기총 회장 후보 등록

 
기하성 ‘탈퇴’ 입장 바꿔 후보 추대…교회협 회장 역임 약점될 수도
“직책 놓고 협의했다면 위험…거래로 변질, 임기내내 발목 잡을 것”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홍재철 목사 후임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나섰다. 이영훈 목사는 왜 이단해제와 정치개입으로 연합기구의 지도력을 상실한 한기총 대표회장에 나섰을까. 교계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개혁과 연합을 위해서?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 표면적인 이유는 ‘한기총 개혁’과 ‘한국 교회의 연합사역’을 위해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지난 9일 임원회를 열고 총회장 이영훈 목사를 ‘전격’ 대표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다소 뜬금없는 결의이다. 기하성은 지난 5월 제63차 정기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논의한 바 있다. 한기총 탈퇴를 결의하지 않았지만, 오는 10월까지 한기총이 한국교회연합과 통합하지 못하면 ‘한기총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임원회에서 분위기를 바꾼 인물은 부총회장 강영선 목사였다. 강 목사는 한기총 창립에 조용기 목사가 관여했던 역사성을 상기시키며, ‘한기총 개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임원들은 내친김에 한기총을 개혁하고 한교연과 통합까지 앞장서기로 하고, 전격적으로 이영훈 목사를 한기총 대표회장에 추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설명은 도식적이다. 이 목사가 대표회장에 출마한 경과를 봐도, 9일 대표회장 추대-12일 홍재철 목사 사퇴-13일 이영훈 목사 후보등록 등 일사분란하다. 교계에는 “그동안 홍재철 목사와 이영훈 목사가 여러 차례 만나 사전협의를 했고, 이번 대표회장 사퇴와 후보등록 역시 미리 논의됐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영훈 목사 위험하다

이영훈 목사가 단독으로 대표회장 후보로 등록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각에서는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을 사퇴한 것은 대표회장직무정지 가처분소송을 앞두고 패소할 경우를 대비한 선택이었다”며, “9월 2일 임시총회가 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미 대표회장 후보등록을 마감한 상황이기에, 한기총이나 홍재철 목사가 이영훈 목사를 내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기총과 홍재철 목사는 결정적인 무기를 갖고 있다. 이영훈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는 점이다.

한기총은 작년 12월 정관을 개정했다. ‘제1장 총칙 제3조 목적’을 수정하면서 ‘본회는 신구약 성경을 정경으로 믿으며 종교다원주의 혼합주의 용공주의 개종전도금지주의 일부다처제 동성연애를 배격하고…’라고 명시했다. 위에 언급한 조문은 지난해 한기총이 WCC를 비판하면서 언급한 바로 그 말이다. ‘WCC’라는 단어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WCC 나아가 교회협(NCCK)까지 ‘배격’을 명시한 것이다. 한기총과 홍재철 목사는 언제든지 이영훈 목사에게 이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


한기총과 거래는 위험

이영훈 목사가 임시총회에서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고 해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계는 이영훈 목사가 말하는 ‘한기총 개혁’은 “홍재철 대표회장 때 해제한 이단들을 처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단해제한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가? 한기총 임원으로 자리잡은 그들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는가?”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에 취임하고,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래서 교계에서는 “이영훈 목사와 홍재철 목사가 이번 대표회장 직책을 두고 사전에 협의했다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사전협의’가 ‘거래’로 변질돼,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직무하는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훈 목사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박민균 기자 min@kidok.com  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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